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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의 탐닉 - 김혜리가 만난 크리에이티브 리더 22인 ㅣ 김혜리가 만난 사람 2
김혜리 지음 / 씨네21북스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영화야 미안해>에서 김혜리 기자의 필력은 확인한 바가 있다. 그 책을 읽고 거의 상찬에 가까운 리뷰를 썼다. 영화에 관심이 있고, 맛있고 성실한 영화평을 기대하는 이들에게 즐거운 독서가 되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 책을 샀다.
이 책은 '김혜리가 만난 크리에이티브 리더 22인'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김제동, 유시민, 신형철 등의 인터뷰에 관심을 갖고 읽었다. 그외 김명민이나 고현정과의 인터뷰도 흥미로웠다. 그런데 이들이 정말 리더인가, 더욱이 크리에이티브 리더인가? 어쩌면 당시 이슈가 되고 있거나 접근이 용이한 사람들을 김혜리 기자의 기준으로 선택, 취재한 것은 아닌가?
"오늘날 인터뷰에 대한 수요는 군중 속의 고독을 강요하는 삶의 양식이 낳은 슬픈 허기의 신호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가짜처럼 보이는 시대에 진짜배기의 벌거벗은 진실에 가닿고 싶다는 간절한 발돋움이다." 인터뷰의 동기에 관해 김혜리 기자가 인용한 조지 가렛의 말이다. 그렇다면 내가 이 책에서 보리라 기대했던 것도 진짜배기의 벌거벗은 진실 같은 것일텐데 어쩐지 나는 보던 것을 다시 본 느낌이다.
물론 이 책에는 많은 것들이 들어있다. 유머와 감동이 살아있는 버라이어티쇼 같은 글모음이다. 김제동이 야구 포지션을 가족 구성원에 비유할 때는 무릎을 치며 폭소가 터져나오고 고현정이 촬영 구경 나온 아이를 안아주는 모습에서는 마음이 짠해진다. 그런데 새롭지 않다. 보아왔던 것들이고 있음직한 장면이다. '진짜배기'의 '벌거벗은' '진실' 같은 것은 어디에서도 못 보았다. 그래서 재미있는데도, 읽고 나면 심심하다.
예전에 어떤 사람이 내게 "너는 사람 속내를 털어놓게 하는 재주가 있어." 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나를 향한 부담스런 각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당시의 나는 귀는 당나귀처럼 컸고 입은 봉제인형처럼 지퍼를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놀라운 집중력이 있었다. 이 책의 멋진 제목처럼 사람에서든, 책에서든, 그 무엇에서든 진심을 탐닉하고픈 때였다. 사람을 만나고 오면 행복했고, 또 피곤했다. 그리고 지금은? 피곤할 것 같은 사람은 아예 안 만난다.
인터뷰는, 경청은, 그 과정을 한편의 글로 완성, 새로운 진실로 주조한다는 것은 단순히 상대방 앞에서 마음을 연다, 귀를 기울인다, 이상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사람 속내를 털어놓게 하는 것은 재능이 아니라 성정일 가능성이 크다. 김혜리 기자는 그 성정과 에너지를 두루 갖추었다. 그러나 기왕 공식적인 인터뷰어로 나섰다면 한 걸음 더, 나아가주면 좋겠다. 어깨 힘을 느슨히 빼고 하지만 발걸음은 과감하게. 기대를 갖고 읽은 책에서 벌거벗은 진실이 아니라 고만고만한 진실만 보았기에 이렇듯 아쉬움이 남는다.
책을 엮지만 말고 <영화야 미안해 2>를 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