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은유가 결핍될수록 내 삶이 점점 천박해진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은 배만 고픈 것이 아니다. 때로 정신이 고프고 내면이 헛헛해오는 순간이 있다. 슬픔도 가득 차오르면 그 자체로 풍요롭다.

  나는 나로서 여기 이렇게 있지만 그 ‘나’는 내가 원하는 나도 아니고, 전적으로 나다운 ‘나’도 아니며, 그렇다고 ‘나’는 내가 아니라고 부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대체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 라고 쓸 무렵 비보를 들었다. TV 속에서 통곡하는 사람들은 마치 제 설움에 우는 것처럼 보였다. 텐프로의 아귀들을 제외하곤 크든 작든, 너나 할 것 없이 힘든 시기 아니던가. 가까운 곳이라면 한번 가보고 싶었다.

  어제는 근방의 도시에서 친구의 결혼식이 있었고 오랜만에 고향 친구들과 재회했다. 우리는 드디어 짝을 만난 K가 그간에 얼마나 고생이 많았는가를 떠올리며 그녀를 대견해했다. K는 어릴 때부터 거의 가장 노릇을 해왔다. 그녀는 고통에 묵묵하고, 작은 기쁨에 볼우물을 패이며 활짝 웃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이제는 그래도 좋을 테니, 그녀의 든든한 반쪽에게 기대고 살았으면 좋겠다.

  말할 줄 모르면 입을 다무는 편이 낫다. 점점 진심보다 변죽만 좋은 인간들이 뻔뻔하게 배불리는 세상이 되어가는 것 같아 화가 난다. 오늘 Look on the bright side라고 칠판에 쓰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쓴웃음을 지었다. 가린다고 가려지는 것이 아니다. 

  요즘은 내가 나를 경계한다. 나와, 내 자리와, 내 직업과, 나의 나이듦에 대하여. 내가 경멸하는 사람들, 나는 그리되지 말아야지, 나는 나이 먹을수록 저리되지는 말아야지,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다 그만한 까닭이 있다. 세월이 흐를수록 지난날, 꽤나 견고했던 내 안의 성찰적 자아를 상실하는 것 같다. 나 스스로에게 경종을 울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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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9-05-25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깐따삐야 2009-06-08 22:01   좋아요 0 | URL
네!

박교수님방 2009-05-28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랜만이에요. 가끔 와서 새글 있나 확인하고 했는데,, 내가 나를 경계할 것 웬지 와닿네요
어쩌면 이제 옆으로 좀 더 넓어질 수 있는 나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비슷한 나이에 직접 연락도 안하는 머나먼 알라딘 친구이지만,, 그래도 이곳에 오는 게 좋습니다!

깐따삐야 2009-06-08 22:05   좋아요 0 | URL
아, 선생님? 잘 지내셨죠? ^^
몸매만 넓어지지 말고 마음도 넓어져야 할텐데 말이죠. 그게 참 어렵네요. 이곳에서라도 가끔씩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