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는다. 와이프 대신 염소를 사랑한 남자의 이야기를 읽다가는 서서히 마음이 웅크러든다. 오늘도 온종일 트로트를 개사한 선거홍보가는 빵빵 울려퍼졌고, 산에 다녀오던 나는 하루 종일 코 앞에서 그 소음을 듣고 있어야 하는 붕어빵 장사 아저씨가 문득 안되어 보였다. 그래서 화끈하게 붕어빵을 오천원 어치 사려고 했는데 스무 개를 들고 갔다간 엄마한테 맞을 게 두려워 그만두었다. 그 아쉬움 때문인지 지금 이 시간, 따끈한 붕어빵 생각이 간절하군. 어느 날인가.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며 슈크림 하나를 더 얹어주셨던 아저씨. 반죽을 깔고 단팥을 넣고 다시 반죽을 덮고 구워내는 그 동작들을 가만히 지켜보며 나는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붕어빵만도 못한 선거가 얼른 끝나서 동네가 다시 조용해졌음 좋겠다.  

 발이 살짝 시렵고 잠은 안 온다. 내일은, 아니지 벌써 오늘이구나. 오빠 내외가 온다는데 또 허리가 휘어지도록 상을 차리고 수발을 들어야겠지. 오빠가 결혼하면 방을 두 개나 차지하고, 재떨이를 안 비워도 되고, 스타크래프트에서 나오는 괴괴한 소음이 사라지고, 자신이 얼마나 회사에서 내노라하는 인재인가에 대해 자랑질 하는 걸 안 들어주셔도 되는 줄 알았는데, 그렇다고 해서 무수리 생활이 완벽히 종친 것은 아닌 바.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해 일찍 잠들어야 할 것 같은 강박에 초저녁부터 시달렸다. 그런데 식구란 참 이상한 것 같다. 나를 아무리 부려먹어도, 따끔한 구박을 들어도, 가슴 밑바닥부터 짠하게 올라오는 느낌은 대체 뭘까. 각자 살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화악 단합되는 게릴라 근성은 대체 뭐고. 아무튼 미묘하고도 징글맞은, 영원한 탐구 대상이다. 가족이라는 관계는. 오늘은 그냥 먹던 굴비에 이쁘장한 고명이 올라갈 것이고 나는 껍질이 요만큼도 안 남도록 깔끔하게 사과를 깎겠지. 아, 난 정말 착한 시누이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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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2 0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02 0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02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07-12-02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빠가 있다고 무조간 좋은 것도 아니군요. 흠흠흠..

깐따삐야 2007-12-02 16:23   좋아요 0 | URL
오빠는 생각도 깊고 속정도 많은데 늘 한결같이 무뚝뚝한 편이에요. 저번에 엄마는 오빠랑 통화하다가 얼떨결에 안녕히 계시라고 할뻔 했다죠.-_- 아빠도 그렇고 저희집 남자들은 차암 말이 없답니다.
월급날과 훈남을 빼놓곤, 무조건 좋은 건 없는 것 같아욤. BRINY님.^^

Mephistopheles 2007-12-02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깐따삐야님이 아직 착한 시누이신 이유는..시댁식구의 존재가 없으시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깐따삐야 2007-12-03 13:14   좋아요 0 | URL
음... 그런가요? 오히려 결혼해서 제가 어느 집안의 며느리가 되면, 올케를 더 잘 이해하게 되지는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