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나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안다. 남편은 자기한테는 발현되지 않는 모성애가 남한테는 차고 넘친다고 비아냥거렸지만 내가 애초에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면 당신이랑 엮이지도 않았다고요.

 

아무튼 내 입으로 말하기 참 뭣하지만 나란 사람은 동글동글하고 팡파짐한 게 인상부터 접근이 용이한데다 내 딴에는 낯설기에 조심하고, 지인이기에 친절한 건데 어느 순간 상대방이 훅, 하고 선을 넘는 순간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

 

사람은 가려가며 사귀어야 한다고 초장에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면밀히 살피고 거리를 두어야 마땅한데 어영부영 지내다 보면 호의를 호구로 안다고, 내가 굉장히 만만한 위치에 서 있는 거다. 나 스스로는 단연코 만만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그야말로 내 생각일 뿐. 상대방이 나를 그렇게 보고 있는 거다. 열 번 잘해주다 한 번 의견을 내면 쌍심지를 켜고 덤벼든다든가, 본인은 하고 싶은 말 못 참고 다 뱉어내는 주제에 나의 한 마디에 상처 입은 듯 오버를 한다든가, 뭐 그런 일들 말이다.

 

처음부터 약간 싸가지 없이 상대를 해줬으면 그럴 일도 없을 텐데 해맑게 웃고 있다가 한 마디를 하니 그게 서운해서 그러는 건지, 심상한 얼굴로 정곡 찌르기인 나의 악취미에 상처를 받은 건지... 보자보자 하지 말고 참을 만큼 참지도 말고, 그냥 쭈욱 보든가, 쭈욱 참든가, 그러지 못하겠으면 입을 다물고 있던가, 한 마디 할 것 같으면 처음부터 단호하게 선을 긋던가. 나를 위해서도, 상대를 위해서도 확실히 그러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냥 나는 좀 단순하게 생각했다. 엄청난 기대를 했다기보다 내가 친절하면 상대도 친절하겠지. 내가 먼저 솔선수범하면 주변 사람들도 함께 움직이겠지. 되도록 공평한 게 좋은 거 아닐까... 하지만 그럴 때보다 안 그럴 때가 비교 불가할 정도로 많다는 것을 직장에서 연차가 쌓이면 쌓일수록 더욱 심각하게 느낀다.

 

똥싸배기 같은 꼰대들 때문에 열 받아서 분노도 식히고 감정도 정리할 겸 이렇게 글을 쓰는 거다. 본인이 싸고 싶으면 본인이 후처리까지 할 것이지 만만한 데다 말뚝 친다고, 관리자나 꼬장꼬장한 사람한테는 한 마디도 똑바로 못하는 주제에 젊은 후배 교사, 계약직 직원들은 아주 수족 부리듯 한다. 더구나 이런 인간들이 본인 약점 들통날까 그러는지 목소리는 무지하게 크고 약점이라도 잡히면 아주 노발대발 난리를 쳐댄다. 엊그제 몇 마디 뿜어줬더니 좀 조용해진 것 같은데 며칠 못 가서 새로운 먹잇감을 찾든가, 기존의 먹잇감과 유대를 더 공고히 하려 하든가, 지속적인 사기꾼 쇼를 하겠지. 하여간에 직간접적으로 한 번만 더 나하고 엮이면 꼰대질은 느네 집에나 가서 하라고 혼구녕을 내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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