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뉴스에서 모래주머니를 어깨에 들쳐매고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어느 구청에서인가, 환경미화원을 뽑는 실기시험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장면이 계속 꿈에 나온다. 얼굴이 노란 사람들은 제대로 헉헉 소리도 못 내고 체육관의 끝에서 끝을 달리고 또 달린다. 출발을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는 그칠 줄을 모르고 헐렁한 바지 속에 후들거리는 다리를 감춘 채 사람들은 계속 달린다. 대신해 줄 것도 아니면서 다리 뻗고 누워서 꿈으로나 꾸고 있다니, 뉴스보다 더 처절한 꿈에 마음이 좀 거시기 했다.

  내 일상은 34%의 잡소리, 10%의 엄살, 56%의 몽상으로 굴러가고 있다. 달지도 쓰지도 않기에 다소 사치스럽다. 낼모레가 그새 입춘이고 개학이 머지 않았다. 다시 봄이 올 것이라는 별로 새롭지도 않은 사실이 언짢기만 하다. 어깨에 모래주머니를 들쳐매고 눈썹이 휘날리도록 달려야만 할 것 같은 기분. 심정적인 것이든, 물리적인 것이든 모래주머니처럼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걸 들쳐매고 힘겨루기, 속도전만 치르고 있는 것 같다. 입춘이 가까워오면 나는 모든 감각이 예민해지는 것과 동시에 본능적으로 알아챈다. 무장해제했던 심신을 일으켜 다시 철갑상어로 둔갑해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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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7-02-02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49프로의 방치, 35프로의 빈말, 16프로의 엄살로 살아가요.

깐따삐야 2007-02-02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릎을 꿇어야 하는 건가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