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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제멋대로 나를 침범하고 휘젓는 것을 묵묵히 견디게 하는 건 사랑이지만, 또 그 이유로 떠나기도 하지.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

정이현 - ‘미스조와 거북이와 나 , <상냥한 폭력의 시대> 31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떠난다는 것은 명백한 변명인 줄 알았건만 변명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축축한 변명처럼 떠나온 때가 분명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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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지겨운 습관들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우리가 될 수 없었을지 몰랐다결국 우리를 증명하는 건 자주 가던 중국집이나 서로에게 손을 흔들던 사소한 버릇 같은 것일 테니까말하자면 지루할 때까지 되풀이하고 또 되풀이했던 힘으로 그녀와 나는 잠시 우리가 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김혜진 - ‘줄넘기’ , <어비> 185

 '우리'라는 관계는 결국, 반복과 사소함의 기억으로 증명되고야 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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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이것을 바란다. 꿇으라면 꿇는 존재가 있는 세계. 압도적인 우위로 인간을 내려다볼 수 있는 인간으로서의 경험. 모두가 이것을 바라니까 이것은 필요해. 모두에게.


황정은 - ‘복경, <아무도 아닌> 201

  

과연 그럴까?” 의심하다가도 결국엔 과연……해버리는 말들이 있다. 무섭고 인정하기 싫은, 인정하는 순간 인간으로서 비참해지는. 만약, 정말, 그렇다면 차악을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능동태가 아닌 수동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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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져 있는 시간과 거리가 길수록 주고받는 말은 점점 짧아졌다. 할 말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생략과 선별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정말 중요한 사건이 아니고는 걸러내는 습관이 자라났던 것이다.


윤고은 - 「 P중, <알로하> 187쪽


생략과 선별이 필요치 않은 사람이 있다. 그들에게는 어둡고 은밀하고 때론 거추장스러운 치부를 가감 없이 드러낼 수 있다. 딱히 이해를 구하지도 않는다. 나를 드러낼 뿐이다.


굳이 마음을 먹지 않더라도 생략과 선별이 기계적으로 작동되는 사람이 있다. 관계 속에서 이야기는 뭉텅이로 생략되고 급기야 선별이 필요치 않은 상태가 되어 버린다. 그리곤 그 상태는 습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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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칼끝에는 평생 누군가를 거둬 먹인 사람의 무심함이 서려 있다. 어머니는 내게 우는 여자도, 화장하는 여자도, 순종하는 여자도 아닌 칼을 쥔 여자였다.


김애란 - 「칼자국중, <침이 고인다> 151쪽


누군가를 거둬 먹이는 무게감을 감당하기 위해선 반복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 반복의 무심함 속에서 나는 자랐다. 어머니의 칼과 아버지의 작업복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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