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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 들려주기 ㅣ 살아있는 교육 10
서정오 지음 / 보리 / 199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잘난 아이건 못난 아이건,공부 잘 하는 아이건 못 하는 아이건,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을 키워 갈 권리는 누구든지 갖고 있다.
서정오님은 대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계시는 분이다. 올해 처음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로서 서정오님의 가르침을 받는 아이들이 한없이 부럽다.책속에 녹아있는 서정오님의 옛이야기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사람과 삶에 대한 애정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서정오님은 책머리말에서 옛이야기의 필요성을 꺼집어 내기위해 교육자로서 바라보는 학교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지금 우리 사회와 학교 가정이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이 온통 `남을 딛고 올라서기`라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시험 본 성적 차례로 줄을 세우고,뒤처진 아이들을 닦달하거나 내모는 우리의 교육 환경을 볼 때마다 서글픔과 함께 심한 무력감을 느낀다.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차가운 머리로 가르치는 `지식`이 아니라 따뜻한 가슴으로 가르치는 `진실`이다.>
이어 <옛이야기는 들려주고 들으면서 마음이 가까워지고,이야기 속에 담긴 생각을 꼽씹어 보면서 삶속의 진실과 슬기를 더듬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 <좋은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아이들은 나쁜 짓을 할 수 없는 법이다>라고 들려주는 옛이야기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
우리는 그리 멀지않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나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들었던 옛이야기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들은 세월의 망각속에 이 아련함마저 묻어버리고 무에 그리 바쁜지 쫓기듯 20년 가까이를 살아온 것 같다.
그래서 서정오님의 이 책은 자칫 사이버 세상에 묻혀버렸을지도 모르는 우리의 사람 냄새를 다시 들추어 내는 것 같아 값진 책이라고 권하고싶다.비디오와 컴퓨터로 하루를 소일하고,이 학원 저 학원으로 쫓겨다니며 이미 자연과는 멀어져버린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들려주는 이야기의 참맛을 깊이있게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서정오님같은 분들이 계시기에 아직 희망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서정오님은 책속에서 그릇되게 변형되고 조작된 옛이야기를 바로 잡아주고 있으며,직접 찾아다니면서 수집한 소중한 자료들( 발로 뛰는 노력이 없었다면 어쩜 사라져버렸을 지도 모르는 옛이야기)을 재미있고 정성스럽게 소개해놓았다. 이 땅을 지켜온 백성들의 뜻에 따라 전해졌고, 오랜 세월 백성들의 입과 입을 통해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 꿈틀거리며, 힘없는 백성들의 억눌림과 힘든 노동의 고단함을 푸근하고 넉넉한 웃음으로 풀어줬다는 옛이야기는 우리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우리 할머니 할머니의 숨결이 온전히 담겨있는 소중한 우리의 재산이다라는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생각이 든다.
이유있는 생명력으로 지금도, 이 땅의 어디선가,그 뜨거운 숨결을 토해내고 있을 옛이야기를 그 빛이 다하지않게 지켜나가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