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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의 의자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45
에즈라 잭 키츠 글, 그림 | 이진영 옮김 / 시공주니어 / 199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들은 엄마가 이 책을 읽자고 하면 벌써 눈치챈다. 엄마의 의도를.
동생 이름을 대며 '누구때문에 그러지? 내가 잘 돌봐 주라고?'
'그래.이 녀석아.그렇게 잘 알면 같이 한 번 보자. 피터는 동생에게 어떻게 하는지.'
'싫어. 전에도 읽었잖아. 다 아는 내용이란 말이야.'
'아는 내용이라도 너는 어려서 한 달에 한 번씩 안 보면 잊어버려. 그러니까 엄마가 읽어줄께.'
이렇게 실랑이를 하며 마지못해 이야기를 듣고는 하는 말은 더 가관이다.
'그래도 피터보다 내가 더 착하다. 적어도 난 집은 안 나가잖아.'
다른 책은 읽어보자 해도 별 말이 없는 녀석이 꼭 동생과 형의 이야기를 다룬 책은 토를 단다. 집에 있는 순이와 어린 동생, 아가야 어디가니?는 한 번도 제대로 듣는 적이 없다.그래도 피터의 의자는 마지못해 듣는다. 그리고 내가 일부러 책을 방바닥에 던져두면 안그런 척 하면서 슬쩍 책을 펼쳐 보기도 한다. 나도 안보는 척 하면서 아이의 얼굴을 훔쳐보면 아이의 얼굴에 좋아하는 웃음이 살짝 베어나온다.
큰아이는 피터가 자기와 같은 남자 아이라서 동질감을 갖는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피터의 마음에 동조하는 느낌이다. 기껏 집을 나가 짐을 펼쳐놓는 곳이 바로 자기집 창문 밑인 피터의 반항이 귀엽다. 엄마가 들어 오라는 말에 못 들은 척 하면서도 엄마 몰래 집으로 들어가 커튼 뒤에 신발을 숨기는 피터는 참 예쁘다.
'요 장난꾸러기 커튼 뒤에 숨어있구나.'
엄마가 커튼을 홱 젖히자
'나 여기 있어요.'라고 소리치며 튀어나와 엄마를 향해 두 팔을 활짝 쳐드는 피터는 더 예쁘다. 엄마에게 자신의 속상함을 항변이라도 하듯 자신의 아기때 의자까지 챙겨들고 집을 나가지만 이내 엄마의 따뜻한 말 한 마디에 마음이 풀려 엄마의 장난을 받아주는 피터의 모습에 아이는 자신과 꼭 닮은 친구를 만난 듯 좋아한다. 그리고 엄마 아빠로부터 받는 어른 대접이 자못 흐뭇한가 보다. 어깨가 으쓱해질 정도로.
피터의 의자는 이렇게 동생을 본 형의 심리를 잘 토닥거려주는 재미있는 책이라, 집 안의 변화에 조금은 위축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큰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조금의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