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회영과 젊은 그들 - 아나키스트가 된 조선 명문가
이덕일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9년 12월
평점 :
이 책을 읽으면서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말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noblesse oblige] 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보통 부와 권력, 명성은 사회에 대한 책임과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이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사회지도층에게 사회에 대한 책임이나 국민의 의무를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단어이다.
하지만 현시대에서는 이 말은 사회지도층들이 국민의 의무를 실천하지 않는 문제를 비판하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 가슴 한 구석이 울적해진다.
이 책은 1910년 강제로 한일합방조약이 체결되어 나라를 일제에 빼앗기자 여섯 형제 일가를 모두 이끌고 만주로 가 전 재산은 물론 목숨까지 민족해방을 위해 바친 이회영과 여러 동지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책 속에서는 명문대가 출신인 이회영이 독립운동을 펼치기 위해 중국으로 망명하기까지의 과정과 망명 후 그의 활동은 물론 수많은 독립운동가들과 교류한 모습, 어떻게 아나키즘을 받아들여 아나키스트가 되었는지, 극심한 가난으로 인한 고통을 참고 견뎌내며 독립운동을 벌이다가 최후를 맞이해야 했던 그의 파란만장한 삶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회영의 아나키스트적 색채보다는 그가 아나키즘을 사상적 바탕으로 어떻게 독립운동을 위한 기초를 다졌으며, 여러 동지들과 독립운동을 전개해나갔는지에 중점을 두고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사실 나에게 있어 이 책은 약간은 어려운 책이었다. 그나마 예전의 역사스페셜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 우당에 관한 이야기를 본 것이 있어 이해하기의 속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빨라지는 것이 큰 위안이 되었다.
이회영은 헤이그 밀사파견을 주도하고, 고종의 국외 망명을 추진하고, 또한 백성을 깨우치기 위해 신흥무관학교라는 교육기관을 설치하였다.
독립운동가들의 벗이 되어 사상적 기틀을 제공하였으며 그는 중국으로 망명한 뒤 이회영은 상해와 천진을 오가며 의열단, 다물단, 흑색공포단, 남화한인청년연맹 등을 조직하고 일제의 고관, 군부 수뇌, 친일파 거두, 기관을 공격하는 등 독립운동에 매진했다. 또한 몸소 독립운동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만주로 떠나기까지 했다.
역사적인 인물들을 들여다 보면 당파 차원에서, 계급차원에서 집단적 매국에 가담한 지배층이 있었던 반면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온 가족이 온몸을 던진 집단 망명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이런 집단 망명을 주도한 대표적 인물 중 한 명인 우당 이회영과 여러 동지들에 관한 글이다. 자신의 지위와 재산은 물론 생명까지 모두 신념을 위해 바친 이회영의 생애를 통해 지금 우리의 삶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