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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이기담 지음 / 예담 / 2009년 4월
평점 :
경주라는 도시를 무척 좋아한다. 지금은 30만이 넘는 인구가 살고 있는 지방의 도시에 불과하지만 통일신라시대에는 100만이 가까운 인구가 살았고 당나라 장안 다음으로 번성한 도시였다고 한다.
지금도 남아 있는 첨성대와 몽고군의 침입으로 불타 없어진 황룡사지를 모두 이 책의 주인공 선덕여왕이 만들었다고 하니 과히 그녀는 하늘을 읽고 신라를 천하의 중심으로 세우고자 했던 뛰어난 군주였을 것이다.
왕릉 답사를 좋아하는 나는 지금은 한창 발굴조사중인 경주의 사천왕사지가 있는 경북 경주시 보문동(普門洞)에 신라 제27대 선덕여왕의 능에 가 본 적이 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선덕여왕은 죽는 날을 미리 예언하고 도리천(&# 21;利天)에 장사지내 달라고 하였는데, 모두가 알아듣지 못하고 어리둥절해 하니 낭산이 바로 그곳이라고 하여 그 뒤에 거기에 장사지냈다. 과연, 여왕을 장사지낸 지 10여 년 후인 문무왕 때 능 밑에 사천왕사를 지으니 불경에서 말한 바 사천왕 위가 도리천이라는 가르침을 실증한 것이 되어 비로소 모두가 깨달았다고 한다.
이 책은 선덕여왕이 어떻게 우리나라 최초의 여왕이 되었는가? 라는 질문에 따른 한권의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교과서를 통해서 선덕여왕이 최초의 여성군주이고 그리고 진평왕에 의해서 왕이 된 줄로만 알고 있다. 그러나 선덕여왕의 고통과 도전,희생,열정을 간과해 온 것이 사실이다.
여왕이 되기 전 덕만은 세상은 꿈꿀 수 있는 자의 것임을 알았을 것이고 왕이 된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비애도 알았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승리자가 되기 위해 하늘의 힘을 빌리고 부처의 힘을 빌린 신화같은 이야기와 여왕이 되었기에 이룰수 있었던 권력과 언니 천명과의 미묘한 사랑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이 책은 선덕여왕의 어린 시절에서부터 성장 과정, 왕위에 오르기까지의 험난한 여정을 그린 이 책은 사랑 앞에서 언니와 겪는 갈등, 권력을 만들고 지키기 위한 숨 막히는 투쟁, 한 여인으로서의 인간적인 면모 등을 여러 사건과 인물이 얽혀 있는 관계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역사에는 걸출한 여걸들이 있었다. 주몽을 도와 고구려를 건국하고 백제의 시조 온조의 어머니인 소서노, 고려 목종의 어머니인 천추태후등이 있으나 그들은 조력자였지 왕이 되지 못했다.
사랑과 권력을 모두 쟁취한 우리나라 최최의 여왕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한 시대를 열고 다음 세대에게 희망을 만들어준 선덕여왕의 일대기는, ‘일과 사랑’이 최대 관심사이자 그 두 가지 모두에서 성공하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는 현대인들에게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여성의 모습을 제시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