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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국선랑 을지소 1 - 하늘을 닮은 아이
정지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과거를 잃어버린 인간이 기억을 더듬어 존재의 원근거를 찾는 것은 본능적인 것이 아닐까? 또 한 민족이 상처받은 자존심을 치유하고 잃어버린 민족자아를 확인하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더구나 강제로 잃어버리고 잊어버렸던 사실을 찾고 객관성을 복원하는 일은 아름다운 일이 아닐까? 최소한 남의 눈을 빌어서 자신을 해석하는 일보다야 더 과학적이고 진실에 접근하지 않을까? 라는 궁금증을 이 책은 풀어줄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들었다.
이 책은 고구려 말기, 권력자들의 세력 다툼 속에서 선대의 도발과 대립을 막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자생공생'이라는 고구려의 정신을 보여준 일곱 명의 국선랑. 다시말해 고구려의 을지소를 중심으로 한 국선랑을 매개로 판타지적 소재를 가지고 글을 시작한다.
그럼 먼저 판타지 소설은 무엇인가 알아보자.
판타지 소설(fantasy novel)은 그 소설의 배경이 현실과는 확연히 분리되는 새로운 가상적인 공간에서 벌어질만한 이야기를 상상하여 만들어낸 소설이다. 환상소설이라고도 하기도 하며, 환타지 또는 팬터지로 종종 오기해 쓰기도 한다. 흔히들 많은 사람들이 판타지 소설하면 중세풍의 기사와 마법이 난무하는 등의 내용을 떠올리지만 사실, 판타지 소설은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지고 재창조 되는 가상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고구려의 엘리트 무사 교육기관인 국선학당에 모인 여덟 명의 소년소녀들은 제각각 선대(先代)로부터 내려진 사명을 띠고 있다.
영류왕의 후손인 태자 환권은 왕권강화에 힘이 될 비급을 훔치는 것이 목적이고, 고구려 정계의 실력자인 연기춘의 두 아들인 연일우와 연일복은 태자를 보필하는 동시에 감시하는 목적을 띠고 있다.
돌궐 추장의 후손인 흑무는 패망한 조국을 부활시키기 위한 힘을 얻기 위해 국선학당으로 왔고, 관나부의 귀족가문 출신인 우레미강은 입신을, 노예 출신인 나부는 생존을 위해 국선학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소녀인 연이련은 훗날 아버지인 연개소문의 세력에 보탬이 되기 위해 국선랑이 되었다. 여기에 아무런 욕심도 목적도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국선랑에 합류한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주인공이며 을지문덕의 손자인 을지소다.
이들 여덟 명의 국선랑이 보이는 대립과 갈등은 당대 고구려 사회가 안고 있던 정치적 분열의 축소판인 반면, 이들이 화합해가는 과정은 고구려 사회가 나아가야 할 지향점이자 해법이다.
이 이야기는 완성된 인간을 찾아 떠난 소년들의 성장기이자, 지금 이 땅에 살고 있는 수많은 고구려 후예들에게 계승된 정신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21세기를 맞이하면서 우리는 각각 다른 방향으로 뛰는 3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아야만 한다. 글로벌시대에 맞춰 세계화를 지향하고, 동시에 민족의 보존과 발전을 위해서 정체성(identity)을 확립해야 한다. 또한 생존과 자유로운 삶을 위해서는 세계 및 동아시아의 신질서재편과정에서 능동적인 역할을 해야한다. 이 책에서 이 어려운 전환기에 고구려의 역사활동과 자유의지는 우리에게 기(氣)를 채워주고 적합한 대응방법론을 제시해주는 모델이 될 수 있다.
역사학이 미래학이라면 고구려는 바로 우리의 현재이고 미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