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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 1
모옌 지음, 박명애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눈을 지긋을 감아 본다. 그리고 내가 보고 들은 농촌을 한번 떠올려본다. 어린시절 할머니께서 농사를 직접 지으셔서 도회지에 살던 나도 방학때나 모내기 시즌에는 고향을 찾아 농사일을 조악한 손으로나마 도왔던 것을 생각해 본다. 농촌은 어느 나라이건 어느곳이건 농사라는 자체가 힘들다는 것은 그 누구도 인정할 것이다. 중국의 농촌현실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과장하에 이 책을 일기 시작한다.
『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이 책의 저자 모예은 중국 소설계의 유명인이지만 이제서야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원고지로 무려 2100여 매에 이르는 이 방대한 장편은 모옌이 한 지방 신문에 보도된 몇 줄 되지 않는 짧은 기사에 이끌려, 몇 년째 쓰고 있던 가족소설의 집필을 중단하고 35일 만에 미친 듯이 써내려간 작품이다.
이 책에서 모옌은『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이 작품에서 자신에게 익숙한 인물과 환경을 그려내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데 실제로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인 넷째숙부가 바로 그 자신의 넷째숙부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을 촌사람으로 자처하는 모옌, 그를 21세기 중국 대륙의 자존심으로 만든 원천은 이렇듯 바로 고향이다. 작가는 서언,을 “새로운 세기에는 이처럼 자극적인 사건으로 내가 다시 이런 식의 소설을 창작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맺고 있다. 모옌 작품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인 현실 비판적 요소가 다른 어느 작품보다 강렬하게 드러난 작품으로 평가 받는 『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는 본향인 농촌에 대한 강한 애정이 드러난 작품이기도 하다.
『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중국 개혁ㆍ개방의 격변기, 작은 농촌 마을 티엔탕에서 벌어진 마늘종 봉기 사건. 중국 문단의 대표적인 작가로 급부상한 모옌의 장편소설로, 1980년대 중국의 개혁ㆍ개방의 전성기를 배경으로 농촌 마을과 관료 사회의 부패 양상을 탁월한 주제의식과 기교로 그려낸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1980년대 개방화의 길로 접어들면서 한꺼번에 밀어닥친 근대화의 물결에 민중은 적나라하게 정면으로 마주서게 되는데 세금을 강탈당하고 마늘까지 강탈당하고 육십대 노인이 수레에 마늘을 싣고 가다가 정부의 차량에 의해 압사당하고, 30대후반의 그의 아들은 노인이 남긴 너덜너덜한 저고리까지 팔아치워서 자신의 물질적 욕구를 채우려 했다. 여기서 현격한 가치관의 차이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뇌물공화국이라는 불명예의 소용돌이를 겪고 난뒤 그 모순에서 벗어나기 위해 개방화를 선언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중국은 수정자본주의 노선을 걷고 있다.
농민의 애환, 나아가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에 대한 비판과 저항이 풍자적으로 드러난 이 작품에는 가족을 위해 마음에 없는 결혼을 해야하는 농촌 처녀와 함께 야반도주하는 청년의 순애보, 그리고 가난하지만 순박한 농민들의 모습이 정감 있게 펼쳐진다.
농촌에서 빚어진 소소한 사건을 통해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을 예리하고 유쾌한 필치로 그려낸 『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는 모옌의 소설로는 보기 드물게 쉽고 편하게 읽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물들은 작가의 붓끝에서 살아 움직이며 작은 사건을 사회문제로 끌고 가는 작가의 박력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중국소설과 중국작가를 처음으로 책으로 접하게 되었는데 모옌이라는 작가의 세월을 관통하는 이 작가의 문제의식에 찬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