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가 계속 말썽이었다. 가장 좋았던 기계가 20여년 전에 당시 100만원 주고 산 인켈 제품이었는데, 10년 넘어가면서 특히 CDP에 문제가 가끔 발생하기 시작했다. 방음장치 할 수 없는 작은 아파트 살면서 그 정도 음질, 음량이면 나무랄 곳이 없었다. 결정적 실수는 좀 큰 아파트로 옮기면서 시작했다. 거실도 전과 비교해 넓직해 홈 씨어터도 개비를 하는 김에 인켈 시집보내고 소위 말해 돈 부족한 매니어 층을 위한다나 어쩐다나 특별히 저렴하게 공급한다는 전문 장비를 덜컥 들여놓고 시험삼아 바흐의 곡 비올라 다 감바와 쳄발로를 위한 소나타를 탁 올렸는데, 아, 마음에 안 드는 거다. 전문 장비가 인켈보다 훨씬 못했다. 거기까진 뭐, 그래도 들리니까. 더 큰 문제는 구입한지 5개월 만에 작동이 안 되는 거다. CDP와 앰프가 동시에 지랄이고 스피커는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고. AS를 받으려면 장비를 포장해서 택배로 보내라는데, 그것도 확실하게 고쳐준다는 보장이 없단다. 그냥 한 번 보내보라고. 그때부터 고난의 행군. 상상에 맡긴다. 벽 한 면을 꽉 채운 CD들은 나 좀 틀어달라고 아우성이고, 그 사이 CD장 하나를 더 짜서 이제 일렬로 도열해 있는 3천 장의 CD들 볼 면목도 없는데, 지난 토요일, 아 씨, 마누라가 50만원짜리 소리통을 이마트가서 사왔다. 나더러 선물이란다. 이렇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