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를 내려놓으라! 뿌리와이파리 알알이 1
베르타 폰 주트너 지음, 정지인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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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어떤 조건도 없이 전쟁에 반대하는 입장이며, 역사상 추악하지 않았던 전쟁이란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인간이다. 이 주장은 내 생이 끝날 때까지 절대 굽히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 또는 인류 대부분의 집단이 만일 내게 비겁자라고 비난한다면 기꺼이 비겁자가 되겠다. 이러한 전쟁 반대의 신념은 결코 특정 종교집단의 의식에 의하여 굳어진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살면서 겪었던 경험을 통해 차곡차곡 만들어진 (만일 내게 그런 것이 있다면) 영혼의 명령이다. 결코 전쟁의 편에 서지 말라는.
 트럼프와 김정은은 연일 살육과 전쟁 가능성에 대하여 거의 끝까지 간 수준의 언어폭력을 구사하고, 몇 십 년에 걸친 북한의 전쟁 위협에 만성이 된 남쪽 시민들은 소수를 제외하고는 마치 일상인 듯 차분한 생활을 이어간다. 전쟁은 누가 일으키는가. 왕과 귀족의 이익을 위하여 다수의 인민의 생명을 걸고, 간혹 국가나 민족 하여간 한 집단의 명예와 자존심을 위해. 전쟁을 위해 왕과 귀족 및 부르주아 최상 계급은 전쟁을 찬미하고 상대국에 대한 증오를 극대화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집단 최면을 건다. 그리하여 국민의 거의 대다수가 전쟁에 동의하게 만들며 자신이 악의 무리를 징계하기 위해, 적어도 내 민족과 나라의 자존심을 위해 목숨을 칼끝에 걸고 진격해 나간다. 기억하시라. 전쟁을 발발한 왕과 귀족, 부르주아 누구도 자신의 생명을 내놓지 않는다. 그들은 저 멀리 언덕 위에서 눈부신 백마의 등 위에 앉아 벌판에서 벌어지는 잔인한 살육의 현장을 감상할 뿐이다. 왕을 비롯한 집단의 최고 우두머리 역시 전쟁을 원하지 않았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가 원하지 않았다고 반드시 전쟁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왕을 둘러싼 귀족집단과 군부가, 역사상 거의 언제나 그랬듯이, 왕으로 하여금 개전 명령서에 도장을 찍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그리하여, 권력이 국민에서부터 나온다고 헌법에 명시한 대한민국은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확률이 대단히 낮다. 마찬가지로 거의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 역시 스스로 개전을 선언하기가 매우 힘들 것이다. 헌법을 통해 권력은 의회에서 나온다고 선언한 미합중국은 대한민국보다 전쟁을 벌이기가 상대적으로 편리하고, 헌법과 전혀 상관없이 권력이 주어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선 최고 권력자와 군부가 뜻을 합치기만 하면 그까짓 전쟁을 벌이는 것은 일도 아니다. 지금 전쟁을 시도하기가 상대적으로 편리한 두 나라가 대한민국의 영토 안에서 적어도 수백만 명의 대한민국 국민에게 사형선고를 내리려고 하고 있다는 걸 모두가 인식하고 있으면 좋겠다. 최하 수백만 명의 머리 위에 다모클레스의 칼이 대롱거리고 있다는 것을.
 박정희의 유지를 이어받은 1야당은 이에 맞서 핵개발 등 대등한 군비확대를 주장하고 있고, 대통령과 여당은 트럼프의 발언에 거의 무조건 적인 찬성의 의도를 보여주기만 한다. 직설적으로 얘기하자면 아무 대책 없이 바라만 보고 있(기만 한 거 같)다. 정부와 국회에서의 전쟁을 억제하기 위한 적극적 논의는 물 건너간 것처럼 보인다. 민간기구 역시 전쟁 반대의 목소리를 뚜렷하게 내기 힘겨워한다. 아니면 적어도 열린 매스컴을 통해서는 알 수가 없다. 우리 땅에서, 세계 전쟁사 상 가장 강력한 무기로, 천만 이상의 우리 국민에게 사형을 집행하려는, 집행 할 수도 있는 순간임을 모든 국민은 진정으로 알아야 한다. 왜 전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그들이 진심으로 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당연히 정권 유지. 우리도 경험해보지 않았는가. 저 1970년대, 대한민국은 언제나 북의 남침 위협을 지극히 과장되게 강조하면서 권력을 공고히 해나갔다. 마찬가지로 2010년대 북한 역시 미국의 침략을 과장함으로써 권력을 유지하고 싶은 것인데, 아니면 과문한 내 눈엔 그렇게 보이는데, 권력 유지가 가능하다는 확증을 갖게 해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울까? 북한 인민들의 입장에서도 모든 인민의 불행을 확약하는 전쟁 대신 김씨 일가의 권력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 생각할 필요도 없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독재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독재가 전쟁 그리고 집단 개죽음, 이어지는 회복 불가능의 퇴보보다 낫다는 말이다.
 다시 강조. 지금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 머리 위에, 어제 갓 태어나 아직 눈도 뜨지 못한 내일의 희망들 위에도, 다모클레스의 커다란 칼은 대롱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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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enown 2017-10-16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모두 전쟁반대는 영혼의 명령이자, 양심의 명령 일 겁니다. 전작권도 없는 우리나라.. 한반도에서 또다시 대리전쟁이 일어나서는 결코 안됩니다.

Falstaff 2017-10-16 11:12   좋아요 0 | URL
많고 많던 NGO들도 전쟁 반대를 이야기하는 건 내키지 않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더 우려스러운 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