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대로입니다. 올해 3/4분기에 읽은 60권의 책 가운데 재미있는 것들을  각각 짧은 촌평을 붙혔습니다.

 제가 읽은 순서로 했습니다. 앞에 나왔다고 뒤에 쓴 것보다 더 좋다는 의미 아닙니다.

 

 

 

 

 

 

1. 심윤경, <나의 아름다운 정원>

 

 잘 쓴 성장소설이 그렇듯 곳곳에 눈물샘을 터뜨리는 지뢰가 묻혀 있다. 저 먼 먼 추억 속의 낡고 해져 이젠 누추한 그림을 꺼내 보는 일이 가끔은 아름답다.



 

 

 

 

 

 

 

 

2. 헨리 제임스, <워싱턴 스퀘어>

 세상살이에 통달한데다가 돈도 무척 많이 번 의사. 게다가 인생살이 모르는 게 없는 재수 적은 인간인데, 또 1830년대에 연 수입 1만 달러의 지참금을 가져온 아내가 일찍 세상을 떴다. 이런 사람을 아빠로 둔 캐서린. 부녀 사이에 멋진 외모, 딱 하나만 가지고 나타난 모리스. 세 명이 결혼을 두고 벌이는 쇼 케이스. 재미 하나 확실하게 보장함.

 

 

 

 

 

 

 

 

 

 

 

 

 

3. 아나톨 프랑스, <신들은 목마르다>

 

 대혁명의 높은 파고에 휩싸인 열혈청년. 비록 순수했으나 왼쪽 팔뚝에 완장 하나 채워주니 순결한 공화국의 이상을 위하여 완장의 힘을 구사하기 시작하는데, 민중의 선두에 선 책 표지의 저 사내. 팔은 이미 잘려나갔고 땅을 짚은 발목이 방금 잘려 우상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4. 프랜시스 스콧 핏제럴드, <아가씨와 철학자>

 핏제럴드의 단편소설. 행위와 사고의 필터를 제거해버리고 마음 내키는대로 살아가며 상대를 봐 가면서 적당히 엿을 먹이기도 하는 두 전쟁 사이 시대의 젊은 군상들. 본격적인 자유의 도래에 관한 웅변.


 

 

 

 

 

 

 

 


 

 

 

 

5.로베르토 아를트, <7인의 미치광이>

 

 세계혁명을 꿈꾸는 도라이들 속에 하구한날 아버지한테 엉덩이에 채찍을 맞고 자란 우리의 에르도사인이 재수없게 회사돈 600 페소 7 센타보를 횡령한 사실이 뽀록이 나 참여하게 된다. 혁명은 오늘도 안녕하실까?


 

 

 

 

 

 

 

 

 

 

6. 프랑수아 모리아크, <독을 품은 뱀>

 가족이라는 이름의 원수들. 이 우라질 것들은 내가 뼈빠지게 한 평생을 바쳐 모아놓은 돈에 대한 증오와 탐욕으로 나를 갉아먹고 있는데, 가족 구성원 전체한테 따돌림을 받는 노인, 어디 곱게 죽을 줄 알아?

 

 

 

 

 

 

 

 

 


 

 

7. 클라우스 만, <메피스토>

 

 <파우스트 박사>를 쓴 토마스 만의 아들 클라우스 만이 <메피스토>를 쓴 거 이거 우연이야, 아니면 고의야? 자기 매부를 실제 모델로 해 쓴 소설. 아무 생각 없이 입신양명을 위해 평생 별 짓을 다 해온 독일판 꺼삐딴 리.

 

 

 

 

 

 

 

 


 

 

 

 

8. 커트 보니것, <제5 도살장>

 

 시간여행과 순간이동이 가능한 빌리 필그림의 2차대전 참전기. 작센의 수도이자 우아한 고도 드레스덴에 하필 그때 떨어져서 인간을 이렇게 망가뜨리나그래. 뭐 다 그런 거긴 하지만 말씀이야.

 

 

 

 

 

 

 

 

 

 

 

9. 정이현, <오늘의 거짓말>

 

 졸업 후 잠깐 취업, 그리고 결혼이란 사이클에 아무 생각없이 또는 별 생각 없이 탑승했던 거의 마지막 세대. 이들의 20대는 그러나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삼풍백화점이 내려앉는 우화의 시대였는데

 

 

 

 

 

 

 

 

 

 

 10. 존 치버, <팔코너>

 

 

 자기 친형을 떠밀기만 했는데 자꾸 검사님은 제가 칼로 푹 찔렀다고 하네요. 여기나 거기나 무전유죄는 별로 다르지 않아서 이 팔코너 교도소에 들어오긴 했지만 말입니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 것도 알고보면 미합중국 정부란 거 아세요? 그러니 내가 억울하겠어요 안 억울하겠어요.

 

 

 

 

 

 

 


 11. 아이작 싱어, <쇼샤>

 

 이 사람의 소설은 다 찡하게 슬픈 아름다움이 있다. 이 책, 품절. 중고책 말고는 구할 수 없다. 근데 발품 팔 이유는 충분하다. 차마 폴란드를 떠나지 못하는 아쉬케나지 유대인 이야기. 그 속에서도 이들은 사랑하고 예술을 애호하고 서로를 가여워하다가, 죽어갔다.

 

 

 

 

 

 

 

 

 

 

12. 아르투로 페레스 로베르테, <검의 대가>

 

 재미난 스릴러 소설. 순문학만 좋은 거, 절대 아님. 가끔가다가 이런 작품도 읽어줘야 소위 말하는 다양성을 찾을 수 있다, 고 하고 싶은데 솔직히 말하면 순문학이고 장르문학이고, 하여간 재미난 게 장땡이다.

 

 

 

 

 

 

 

 

 

 

 

 

 

13. 위화, <가랑비 속의 외침>

 

 아, 이 사람 어째 이리 하나같이 궁상맞아? 소설 써서 돈벼락 맞은 위화의 데뷔작. 이거 읽어보면 처음부터 부자 소설가 될 싹수가 보인다. 궁상맞고 우울한 얘길 어찌 이리 재미나게 만든데?

 

 

 

 

 

 

 

 

 

 

 

14. 뮈리엘 바르베리, <맛>

 

 햐, 참. 정말 맛있게 쓴다. 음식을 구강 안에 넣은 다음 벌어지는 모든 것에 관한 글. 미각? 이거 뿐 아니라 후각, 촉각, 신경각(이로 씹을 때 신경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감각이라고 내가 만든 말) 등과 인체 분비물과의 화학작용 기타등등을 통해 인류가 느낄 수 있는 향연을 맛나게 써버렸다.

 

 

 

 

 

 

 

 

 

15. 존 맥그리거, <기적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

 

 이 책은 품절도 아닌 절판. 약오르지? 북잉글랜드 한 동네에서 벌어진 사고. 이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때 동네 사람들은 뭘 하고 있을까에 관한 드라이한 관찰. 몇 년 후 임신한 내 앞에 나타난 한 청년이 바로 누구냐하면, 안 알려줌.

 

 

 

 

 

 

 

 

 

16. 구효서, <랩소디 인 베를린>

 

 뭐, 전적인 구라이긴 한데, 아마도 윤이상 선생을 감안해서 썼을 거 같은 책. 유럽에 정착한 조선인의 후예가 독일에서 훌륭한 작곡가 였는데 <토카타와 푸가>라는 제목의 저작을 내고 느낀 바가 있어 독일 땅에서 다시 조선으로 돌아갔다는 전제 하에, 사건은 벌어지는 거디었다.

 

 

 

 

 

 

 

 

 

17. 움베르토 에코,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

 

 돈 많은 고서적상 얌보,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책만 들여다보고 있노라 체중관리에 실패, 어느날 드디어 혈압상승에 이은 뇌졸중으로 꼴까닥 넘어갔다가, 회복됐지만(참 불행중 다행이다) 대신 기억이 싹 날라가 마누라도 몰라본다. 이 늙은이가 옛집을 찾아 기억을 되살리려 별 걸 다 찾아보다가 드디어 로아나 여왕까지 찾아내는 거잖아 글쎄.

 

 

 

 

 

 

 

 

18. 김혜나, <제리>

 

 

 이미 읽어보신 분이, 어머 미쳤어 이걸 고르게, 하는 지청구가 들린다, 들려. 왜 이러셔, 다 읽는 사람 마음이여. 외롭지 않기 위해 온몸을 던지는 청춘들. 얘네들 하는 거 보면 처음엔 참 불편하고 징글맞고 심지어 더럽고 짜증나다가도 마지막 가면 그냥 한 번 얼싸안고 함께 울어주고 싶다

 

 

 

 

 

 

 

 

 

19. 잉고 슐체, <아담과 에블린>

 원초적 남자, 아담. 동쪽 사회주의 독일에서 안분하게 먹고 살고, 적당히 바람 피우고 잘 살고 있는데 그놈의 자유가 뭔지도 모르면서 꼭 서쪽 독일로 넘어가야겠어? 거기 가면 내 직업, 재단사가 필요 없다고들 하는데 말야.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동독 사람들의 진퇴양난.

 

 

 

 

 

 

 

 

 

 

 

 

20. 나딤 아슬람, <헛된 기다림>

 

 아프가니스탄에 거주하는 영국인의 집에 모인 러시아 여인과 미국 남자. 그리고 이슬람 원리주의자 원주민 청년. 아프가니스탄 땅에서 벌어진 폭력은 과연 어떻게 시작했으며 어떤 악순환을 만들어냈을까. 아직도 끝나지 않은 폭력과 피해자들과 이미 희생된 사람들을 위한 조종.

 

 

 

 

 

 

 

 

 

21. 베른하르트 슐링크, <계단 위의 여자>

 

 그림 한 점을 사이에 두고 한 여자와 두 남자가 벌이는 난장판. 예전엔 몰랐는데 이젠 어마어마한 가격이 나가는 그림을 들고 40년 전에 오스트레일리아로 튀어버린 여자가 이제 인생의 막바지에 관련한 인간들을 차례차례 자기가 사는 섬으로 부르는데, 인간은 늙으나 젊으나 그저 그저. 믿고 읽는 작가의 한 사람 슐링크임을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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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7-10-06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작 싱어 <쇼사> 메모해 둡니다~ 남은 추석 연휴 즐겁게 읽으시고~ 술도 많이 드시고 ㅎㅎ 잘 보내세요!

Falstaff 2017-10-06 19:47   좋아요 0 | URL
근데 문제는 <쇼샤>가 지금 품절이고 출판사 다른우리는, 망한 거 같습니다. 가장 최근에 만든 책이 2013년이예요. 도서관을 이용하시거나 중고책을 사실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읽어보시고 진짜 마음에 드시면 도서관에서 빌린 다음에 잃어버렸다고 돈으로 갚겠다고 땡깡을 부려보시든지요. ㅋㅋㅋ 진자 그런 궁리하시는 분 봤습니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