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펭귄클래식 59
윌리엄 S. 버로스 지음, 조동섭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버로스는 미국에서 케루악과 더불어 비트 세대의 대표선수로 인식되고 있는 작가라고 한다. 하는데, 하지만, 난 <길 위에서>는 정말 가슴에 팍 와 닿게 읽은 반면 버로스의 <정키>하고 <퀴어>엔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는다. 지금 생각나서 <길 위에서>를 검색해보니까 종전 후에 잭 케루악이 앨런 긴즈버그, 윌리엄 버로스, 닐 케시디와 함께 미대륙을 횡단하고도 모자라 멕시코시티까지 휘저으며 온갖 골통짓을 한 걸 토대로 쓴 작품이라고 한다. 그 작품에선 젊은이들이 한바탕 난장판을 벌이는 것이 전후 세대의 절망과 무대책과 더 이상의 도덕률을 폐기해버리고자 하는 몸부림인 것처럼 받아들였는데 윌리엄 버로스는 그가 구사하는 언어와 주제가 케루악과 비교해 훨씬 과격해서 그런가 작품에 공감하기는커녕 좀 거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케루악은 알콜의존증과 무책임에 매우 근접한 프리섹스, 버로스는 마약과 동성애의 범벅. 둘 다 대책없는 청춘들이긴 하지만 버로스는 케루악보다 약간 더 나이든 미국인이 (버로스 스스로가 저지른 범죄, 실수로 권총을 발사해 아내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으로 여길 수 있는) 모종의 사건과 관계하여 귀국할 수 없는 처지에서, 어디에서 돈이 꾸준하게 생기는지는 몰라도 멕시코시티 내에서 특별한 돈벌이에 관한 언급 없이 끊임없이 마약성 약물과 동성애를 갈망한다. 분명 남의 이야기인데 왜 내가 불편할까?  더러운 마약을 이야기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남자가 남자에게 사랑이 아닌 욕정을 느껴 끊임없이 쫓아다니기 때문일까. 남자가 여자에게 욕정을 느껴 끊임없이 쫓아다니는 걸 읽으면서 난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가? 아니다 그것도 불편하다. 두 경우 다 매우 불편하다. 그럼 내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불편하다고 얘기하는 것에 관해 이의 없으리라. 글로 쓴 건 지워지지 않는다. 이 책을 읽는 일은 매우 불편했다. 당신이 이 책을 어떻게 평하는지에 관계없이 이 책을 마지막으로 다시는 버로스를 읽지 않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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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7-08-22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마지막으로 버로스를 읽지 않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잭 캐루악이 버로스보다는 왜 좀더 비트제너레이션의 대표처럼 여겨지는 까닭도 알겠더군요;; ㅋㅋㅋㅋ

Falstaff 2017-08-22 10:29   좋아요 0 | URL
케루악도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
하여간 버로우스, 정말 맘에 들지 않아요. 책 서문에 스스로 밝힌 바에 따르면 멕시코시티에서 약과 남자들한테 빠져 있을 동안 돈은 미국에서 늙은 아버지가 정기적으로 부쳐주었다는군요. 에휴, 난 그런 아빠도 읎고 참 거시기.... ㅎㅎ

잠자냥 2017-08-22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는 케루악도 그닥; ㅋㅋ 근데 그래도 버로스 보다는 나은 듯;; ㅋㅋ 이 비트제너레이션을 다룬 영화 중에 <킬 유어 달링>이란 작품이 있는데요, 거기 보면 정말 버로스 뺀질이 부잣집 도련님... 으윽. 인간적으로도 아무런 정이 안가는 캐릭터입니다.

Falstaff 2017-08-22 11:11   좋아요 0 | URL
ㅎㅎㅎ 바로 오늘 아침에 어느분이 그 영화 소개해줬어요.
그거 보면 해리 포터로 유명한 다니엘 레드클리프한테 완전히 정 떨어질 수 있다고 하시던걸요. ㅋㅋㅋ 그래서 모르면 걍 지나겠지만 알게된 김에 한 번 볼까 궁리중입니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