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그림자의 춤
앨리스 먼로 지음, 곽명단 옮김 / 뿔(웅진)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억, 2013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와, 문학작품을 영어로 쓰는 작가들의 프리미엄이란! 혹시 노밸 문학상 아냐? 노 밸. 밸 없는 작가들이 덥썩 받는다는 바로 그 상. 아닌가? 밸 없는 선정자들이 쐬주 세병씩 마시고 누구 하나 콕 찍어 상준다는 그건가?

 한 작품도 안 빼고, 한 문장도 안 빼고 싹싹 다 훑어 읽은지 지금 마흔 여덟 시간도 안 되는데, 떠오르는 작품이 거의 없는 환상적인 책, <행복한 그림자의 춤>. 노벨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엘리스 먼로의 첫번째 작품집. 데뷔작이니 그럴 수 있다. 나 이래뵈도 그리 쫀쫀하지 않다. 누군 처음부터 열라 잘 쓴대? 조오앗! 근데 며칠 전에 읽은 먼로의 다른 작품집 <디어 라이프>는 워쩔겨? <행복한...>은 1968년, <디어...>는 2012년, 노벨상 받기 바로 전 해에 쓴 책. 둘 다 인상깊은 작품이 없었던 단편소설집이다.

 이러니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소설가, 시인들의 프리미엄 어쩌구저쩌구 하지 않을 수 있겠느냔 말이지. 단편 전문 소설가라면 우리나라에도 오정희 있잖아. 이이가 강원도 도청 소재지 춘천시 봉의산 중턱에 터를 잡은 다음엔 도무지 글을 쓰지 않아서 그렇지 계속 썼더라면, 물론 대한민국의 공식언어가 훈민정음이 아니라 잉글리쉬였다면, 그깐 노벨상은 서너개 받지 않았겠어?

 독후감을 쓰기 위해 책의 목차를 한 번 보니까 아, 이건 이런 내용, 저건 저런 내용이 떠오르기는 한다. 물론 내 기준에 입각해 말씀드리자면 단편소설의 경우 선정이나 폭력 등으로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인간의 마음을 섬세하게 간질러주는 작품을 무지하게 선호하며, 먼로의 작품들이 내 기준에 딱 들어맞지만, 아시아 동쪽 끄트머리와 태평양 건너 아메리카 대륙의 넓고 넓은 땅 캐나다와의 차이 때문인지 먼로의 단편 등장인물과의 교감과 공감에 도달하는 것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더구나 시대적 차이 분명하게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위에 써놓은 악평, 얼핏 보면 먼로의 단편들이 지독하게 과포장됐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읽힐 법한 부분은 당연히 취소되어야 한다.

 문제는, 글 자체로는 취소하여야 하겠지만 지금 쓰는 이 잡문은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소위 말하는 「서평」이 아니라 '독후감', 그것도 내 독후감이기 때문에 그냥 내비두는 것이다. '내가' 느끼는 감상, 감정을 적는 것이 독후감 아냐?

 물론 <디어 라이프>를 읽고 실망해서, 며칠 후에 또다른 먼로를 읽을 생각하니 참 갑갑하다,는 심정이 있었고, 그게 과장되어 이 책을 지금처럼 터무니없이 저평가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는 점을 고백한다. 하여간 어쨌든 내 맘엔 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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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7-08-10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 밸 문학상 ㅋㅋㅋㅋㅋ 확실히 영어권 작가의 프리미엄이 있는 것 같습니다.

Falstaff 2017-08-10 11:30   좋아요 0 | URL
그죠, 그죠.
영어권의 프리미엄인지, 변방언어의 핸디캡인지 뭐 그게 그겁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