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디어 라이프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3
앨리스 먼로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평점 :
이이의 이름을 처음 들은 순간, 혹시 매릴린 먼로의 집안 식구 아닌가, 잠깐 궁금했는데, 한글 표기만 같지 완전히 다른 집안이란다. 처음 읽은 먼로. 왠만하면 단편소설집, 특히 외국 단편은 피해다니는데 먼로의 이름이 하도 알려져 있어 도대체 어느 정도길래 이러나싶어 샀다. 이 책 읽기도 전에 또 한 권의 먼로를 샀으니 7월 말 혹은 8월 초에 읽을 또다른 단편집 <행복한 그림자의 춤>. 암만해도 괜히 산 거 같다.
이 책? 작가의 마지막 작품집이라고 한다. 괜찮다.
작가가 다 늙어 아득한 과거를 회상하는 작품들. 특히 단편소설인 경우, 자신의 유소년 시기를 보낸 한 지역에 천착하면, 개인적 경험과 가족관계 등 자신만의 독특한 경지에 이를 수 있(는 거 같)다. 또 옛날 작가 이야기하지만 김원일의 진영, 오정희의 인천과 이주 전의 모처, 윤흥길의 정읍(정읍을 이야기하면서 난 죽어도 어느 글 도둑년의 이름은 대지 않겠다), 김주영의 청송, 이문열의 영양, 무엇보다 이문구의 대천 등등.
먼로도 아픈 개인사가 있는 모양이다. 언니가 물에 빠져 죽은 것.
세상의 (거의) 모든 인간은 다 자신만의 상처를 지닌 채 생을 살아간다. 언니가 물에 빠져 죽은 걸 평생 가슴에 담고 사는 사람이 있고, 이념을 달리해 처자식, 부모 팽개치고 적대 진영에 합류해 집안을 완벽하게 거덜낸 아버지를 화상 흔적처럼 차마 버릴 수 없어 품을 수밖에 없는 사람도 있다. 완전한 죽음으로 한 순간 상처를 남길지언정 영원히 기념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소원하는, 참담한 미래만 약속할 뿐인 장기 중환자의 가족도 있고. 그러니 먼로의 경우가 그리 특별한 것은 아닐 것.
별로 특징적이지 않은 단편들. 문외한이 겁없이 말하는 바, 노벨상, 맨부커상, 우거지잡탕상 등의 화려한 수상경력에 (나처럼) 미혹되어 읽어볼 수는 있을 것. 읽은 다음에 괜찮은 단편들이라고 소감을 쓸 수 있음. 그러나 그걸로 끝. 7일 전에 읽은 <디어 라이프>. 벌써 기억에서 거의 다 지워졌다. 큰일이다. <행복한 그림자의 춤>을 또 읽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