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 에디션 D(desire) 9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미정 옮김 / 그책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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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역시 친애하는 서재친구 잠*냥 님의 짧은 평을 읽고 아무 생각 없이 선택한 책.

 작가 하이스미스가 전형적인 장르문학, 즉 추리소설로 일가를 이루고 있다고 작가소개에 나와 있는데 이건 무엇을 말하느냐 하면 소설 구조가 아주 꽉 짜여져 있을 확률이 높다는 얘기와 같(을 수 있)다. 그리고 읽어보시라. 정말 그렇다. 탄탄한 벽돌집의 느낌.

 격렬한 사랑 이야기. 하이스미스가 일곱 살 먹었을 때 발간한 책, 영국인 레드클리프 홀이 쓴 <고독의 우물>을, 이 책 읽기 전에 먼저 읽어보는 것이 어떨까. 1928년 홀의 작품 주인공 스티븐 고든이 자신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광활한 사막 혹은 막막한 도시의 섬 속에서 홀로 고독, 편견에 용감히 맞섰기 때문에 24년 후 하이스미스의 <캐롤>이 탄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홀의 스티븐 고든은 자신이 선택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랑하는 어머니로부터 '내 앞에서 네가 죽는 걸 보는 것이 소원이다'라는 말을 들었고, 하이스미스의 캐롤은 자신의 사랑행각으로 인해 딸의 양육권을 이혼한 남편에게 빼앗긴다.

 1928년이나 1952년이나 마찬가지로 동성 간의 사랑은 부도덕하고 불결한 것이었고 동성 간의 사랑을 택한 사람들은 사실을 숨기거나 소외당해야 했다. 물론 몇몇 유명인사들은 여기서 예외였다. 자신의 뒤편에서 줄창 떠나지 않는 비난과 비아냥과 멸시와 손가락질은 피할 수 없었을망정.

 소설 공부하는 사람들은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변화 과정, 행위 뒤에 숨어있는 속셈의 표현방법 등을 공부하는데 좋겠으나, 나처럼 평생 독자로 만족할 인간들한텐 한 편의 깔끔한 사랑 이야기, 거기에 미국 아니면 별로 기대할 수 없는 광활한 지역 위에서 펼져지는 한 편의 로드 무비를 구경한 느낌을 받기도 할 것이다.


 레드클리프 홀의 <고독한 우물>, 다시 한 번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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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7-04-17 14: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독의 우물>과 비교하신 점이 흥미롭네요. ㅎ <고독의 우물>은 정말 읽고 있으면 너무 고독해서 진이 빠져버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작품 주인공에 비하면 <캐롤>의 그녀들은 그나마 좀 행복한 것 같기도 하고... ㅠㅠ

Falstaff 2017-04-17 14:56   좋아요 0 | URL
암만해도 <고독의 우물>이 동성애 소설의 선구라서.... ^^;
옙. 캐롤은 스티븐하고 비교하면 매우 활달하고 밝은 성격입니다. ㅎㅎㅎ 세월이 흘러 말입죠, 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