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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가공선 ㅣ 창비세계문학 8
고바야시 다키지 지음, 서은혜 옮김 / 창비 / 2012년 10월
평점 :
무엇보다 먼저 얘기할 거 두 개.
하나. 일본에도 이런 작가가 있었을 것이라고 확신했었는데 드디어 찾았다.
둘. 창비, 증말증말 재수 없다. 단편 하나 달랑 싣고 책 비슷하게 만드느라 중요하지도 않은 부록(평론)을 두 개 보태 페이지 수 늘린 다음에 또다시 작품해설과 작가 연보. 에라 이 돈 밖에 모르는 돈 버러지들아. 너네 아직도 베스트 셀러가 <엄마를 부탁해>지?
세계사는 1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더불어 비록 느린 속도로나마 유럽과 아메리카를 필두로 탈제국주의, 탈식민주의로 이행하고 있었으나 뒤늦게 그리고 전폭적으로 패권주의를 받아들여 단맛을 쪽쪽 빨며 즐기던 일본은 조선을 식민지로 한 것도 모자라 만주 침공을 감행해 동북아시아에서 유일한 막강권력을 완성하며 제국주의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슬슬 중국대륙을 한 번 먹어봐? 유혹을 느껴가며.
동북아의 최강 전력을 이루는데 반드시 필요한 건 최강의 경제력이었고, 1960년대 대한민국이 그랬듯 일본의 부르주아들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실상 일본의 권력을 움켜쥐고 있던 군부 및 정치권과 필연적 야합관계를 만들어 갔다. 유럽에서 18세기와 19세기에 그랬듯 일본 부르주아는 자국 노동자는 물론이고 이 책의 주된 등장인물인 북해도 출신 노동자들을 악랄하게 극한의 작업환경으로 몰아가며 오직 이윤의 극대화만을 추구했다. 인권의 개념이 없었으니 노동자의 부상과 인명 손실 같은 건 당연히 발생할 수 있는,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규정하는 일정의 임금을 받는 노예상태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식민지 조선이나 대만에서 온 노동자들은 관리자 외에도 같은 노동자라도 일본 내지 출신들에게 한 번 더 따돌림이나 괴롭힘을 당해야만 했으면서도 임금은 더욱 형편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지옥과 비슷한 곳이 북해도 광산. 겨우겨우 지옥을 탈출해, 혹은 벗어나 조금이라도 더 나은 환경에서 돈을 벌어보려 하다가 찾아낸 곳이 바로 이 소설의 무대인 게 가공선이다. 쿠릴 열도 위 캄차카 반도 근처까지 진출해 잡은 게를 즉석에서 통조림으로 가공하는 배를 말하는 것. 이 배에서 벌어지는 극악한 노동 현장. 근본적으로 노동자들을 같은 인간 종의 일원으로 여기지 않는 관리자들에 의하여 벌어지는 폭력, 린치, 감금, 방치. 그러나 인간은 누군가 구부리면 구부릴수록 튕겨나가고자 하는 반발력을 가진 존재. 그들은 별 의식화 과정 없이 자연스럽게 자신들이 처한 상황이 얼마나 이치에 맞지 않는지를 자각하게 되고 급기야 쟁의를 벌이기로 하는데…….
이들의 전망은 어떻게 될까.
역사는 지나간 것에 불과하지 않다. 난 2017년 대통령 선거에 이런 인물을 찍겠다.
대통령이 되면 최초의 해외순방지로 베트남을 찾아 베트남 전몰용사 및 민간인 사망자 위령탑 앞에 사죄하고 그 민족에 사과할 수 있는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