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도 다 갔고, 어제 마신 술도 아직 덜 깼고, 연초에 세운 계획, 올핸 절반으로 줄여서 쐬주는 딱 200 병만 마시자 했는데 어제 마신 두병 포함해서 3월까지 딱 50병 마셔 없앴으니 정말 기막히게 절주계획을 진행하고 있는 거디고, 책은 얼마나 읽었나 보니까 어제까지 76권을 읽었다.

 완전히 산수로 계산하면 76권 곱하기 4는 304권. 올 한해 동안 이대로라면 300권을 넘게 읽는 만행을 저지르게 된다. 그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반성한다. 앞으로는 독서량을 팍 줄여서 진짜 인간답게 살겠다.

 하여간 3월까지 읽은 책 가운데 좋은 느낌을 받은 것들에 짧게 100자 평을 써보자 한다. 순서는 읽은 날짜. 다른 의미 하나도 없다.

 

 


1. 허버트 조지 웰스, <투명인간>

 

 다양성을 인정/허용하지 않는 사회를 풍자.... 했는지 아닌지 잘 모르지만 독자는 그렇게 읽을 수 있는 책. 19세기 생각하면 참 대단한 아이디어

 

 

 

 

 

 

 

 

 


2. 다이허우잉, <사람아 아, 사람아!>

 

 오랜 세월 읽었는 줄 알고 있다가 정신차려보니 정작 읽어보지도 않고 그랬거니 했던 책. 그러나 정말로 책을 펼치니 생각도 못하게 넘쳐흐르던 인간애, 그리고 사랑.

 

 

 

 

 

 

 

 

 

 

3.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여명>

 

 여자가 남자를 만나서 사랑을 하는데 두 사람 말고 또 뭐가 필요해. 거기다가 독특한 글쓰기의 매력이라니.

 

 

 

 

 

 

 

 

 

 

 

 

4. 벤 오크리, <굶주린 길>

 

 반식민半植民 상태 나이지리아. 굴곡에서 벗어나려는 가난한 자들은 어제처럼 오늘도 부자에게 수탈당하며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들어주고, 인민은 토속신앙의 몽환 속에서 헤매는데, 이를 어쩌랴.

 

 

 

 

 

 

 

 

 

5. 아베 코보, <불 타버린 지도>

 

 너도 나도 갑자기 사라져버릴 수 있고 그걸로 끝일 수도 있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꿈꾼다. 어느날 문득 가족, 친척, 친구들로부터 사라져버릴까?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까?

 

 

 

 

 

 

 

 

 

6. 마틴 에이미스, <런던 필즈>

 

 살인이 예정되어 있는 인물들의 좌충우돌 난장판, 야단법석, 또 뭐 이 비슷한 말 없나? 하여간 기발한 유머가 쏟아지는 인간군상들의 '죽여주는' 요지경.

 

 

 

 

 

 

 

 


 

 

7. 장마리 블라 드 로블레스, <호랑이들이 제 세상인 나라>

 

 브라질을 무대로 한 인텔리 가족 구성원이 같은 시점에 벌이는 세 가지 골 때리는 사건. 그렇게 가족은 호랑이로 불리는 야만이 제 세상을 이룬 브라질에서 산산이 해체되고.

 

 

 

 

 

 

 

 

 

8. 벤프리트 게오르크 제발트, <아우스터리츠>

 

 한 인간의 정체성은? 그걸 만드는 사회적 환경은? 내가 누굴까? 어떻게 태어나서 어떤 유년시절을 보내 이 자리까지 왔을까? 내가 과연 누구냐고!

 

 

 

 

 

 

 

 

 


9. 다니 라피에르, <남쪽으로>

 

 카리브 해에 둘러 싸인 섬. 더위와 땀과 분비물과 흑인 소년들과 오르가즘에 중독된 사람들. 그들을 중독시키는 섬의 늘씬하게 잘 생긴 소년들. 몽환과 몰입의 장면.

 

 

 

 

 

 

 

 

 

 

 

10. 그웨나엘 오브리, <페르소나>

 

 완전히 몰락해 가난하고 늙은 아버지. 그는 노트와 호텔 메모지와 광고지 등에 끼적인 글을 딸에게 남겨놓고 죽음이란 축복을 맞이한다. 이제 아버지를 하나하나 알아가는 나이먹은 딸

 

 

 

 

 

 

 

 


 

11. 오노레 드 발자크, <인생의 첫출발>

 

 썩어도 준치. 발자크다 발자크. 평생의 삶을 만들어가는 사소한 일들. 우연과 인연이 인간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라는 흔한 소재를 발자크는 죽여주게 재미난 이야기로 만든다.

 

 

 

 

 

 

 

 

 

12. 알렉상드르 뒤마, <검은 튤립>

 

 뒤마의 이름만 보고 이 자리에 넣은 거 절대 아님. 19세기 프랑스 소설을 만들기 시작한 인물다운 놀라운 입심과 스토리와 현장감 넘치는 묘사. 완전한 드라마.

 

 

 

 

 

 

 

 

 

 


13. 아달베르트 슈티프터, <늦여름>

 

 사람에 따라 길기만 하고 재미는 하나도 없다고 여길 수 있어 추천은 하지 않음. 그러나 내겐 참으로 친근하고 그립던 자연에 대한 애정어린 그림이 절절하게 와 닿았음. 느림의 행복을 선사해준 책.

 

 

 

 

 

 

 

 

 

14. 15. 빅토르 위고, <웃는 남자> <93년>

 

 위고를 연달아 읽는 일은 넘치는 즐거움. 읽고나서 보니 여기저기서 <웃는 남자>에 대한 찬사가 넘치고 이책 저책에서 거리낌 없이 인용하며, 예를 들고 하는데 그게 다 이해가 되더라는 거.

 

 

 

 

 

 


16. 에밀 졸라, <여인들의행복 백화점>

 

 

 백화점 이름이 "여인들의 행복". 현대적 생산과 소비에 대한 과격한 고찰. 시대는 능률능률 흘러가기 시작하고 그 속에서도 사람들은 사랑하고 세대를 이어간다.

 

 

 

 

 

 

 

 

 


17. 볼레스와프 프루스, <인형>

 

 폴란드 귀족들의 허황하고 교만하고 가식적이고 싸가지없고 그래서 재수없는 행태를 여지없이 까발려버리는, 적수공권에서 시작한 부르주아의 자각 과정. 근데 왜 시도 때도 없이 짠한 거야.

 

 

 

 

 

 

 

 

 

 

18. 나쓰메 소세키, <그 후>

 

 룸펜 부르주아 인텔리겐챠 도련님의 하품나는 어리광. 근데 그거 구경하는 재미가 이렇게 좋을 줄이야. 앞으로 노동을 해야하는 노동혐오자의 철없는 고민.

 

 

 

 

 

 

 

 

 

 

 


19. 제임스 조이스, <젊은 예술가의 초상>

 

 제임스 조이스의 전매특허 의식의 흐름을 싼 값에 경험할 수 있는 기회. 이 책을 만족하게 읽은 분은 드디어 <율리시즈>를 재미나게 읽을 수도 있을 걸? 그러 말고도 좋은 성장소설 한 편으로 읽어도 됨.

 

 

 

 

 

 

 

 

 


20. 일리야 일프, 예브게니 페트로프, <열두 개의 의자>

 

 두 명의 소비에트 시민이 쓴 협동작품. 허리 아프다. 하도 웃어서. 한 명의 위대한 사기꾼과 정교 사제와 귀족대표가 벌이는 웃음 만발의 비극적 보물찾기.

 

 

 

 

 

 

 

 

 

 

 

21. 고바야시 다키지, <게 가공선>

 

 지독하게 열악한 환경에서의 노동은 그 안에 혁명의 기운을 품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리얼리즘 작품. 자본은 언제나 권력과 결탁하고 노동이 믿을 수 있는 건 노동과 단결 밖에 없다. 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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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7-04-01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열 두 개의 의자> 오늘 챙겨갑니다. ㅎㅎ 근데 어제까지 76권도 만행이십니다! ㅋ

Falstaff 2017-04-02 12:42   좋아요 0 | URL
옙, 재미난 책이더라고요.
아... 정말 야만스런 짓을 했다고 지금 자책 중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