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의 고백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
미시마 유키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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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식 탐미주의 작품.

 이렇게 딱 한 줄로 독후감 끝내려고 마음 먹었었다가 에이 씨, 좀 더 써야겠다. 내가 졸업한 중학교에선 1학년 딱지 코딱지들은 박박 깍은 대가리를 받친 검은 교복 목 둘레 빳빳한 깃의 오른쪽에다 영어 알파벳 "F"자를 붙이고 다녔는데 그건 아메리카의 대표적 욕설 Fuck의 F가 아니라 1학년 딱지 코딱지를 일컫는 Freshman이란 뜻이었다. 2학년은 "S"orphomore, 3학년은 "T"hird. 이렇게 아주 지랄을 했다 지랄을 해. 어디? 지금은 잊힌 당대 최고 문화유적지 미아리 텍사스 바로 옆에 위치한 당대 최고 명문 가운데 하나 서라벌 중학교. 거기 1학년 다닐 때 집구석은 바야흐로 거덜이 나기 시작했고 그래서 방바닥엔 책꽂이에서 뽑은 책들이 함부로 나뒹굴었다. 원래 주인 없는 집구석이 다 그런 법이다. 어느날 그중에 제목이 하도 그럴싸해 책꽂이가 아닌 방바닥에 시체처럼 널부러진 거 한권을 골라 읽어봤으니 이름하여 <금각사金閣寺>. 어땠느냐고? 벌써 4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는데 그걸 어떻게 기억하는가. 내용까지 완벽하게 깜깜한걸. 하여간 그래서 미시마 유키오란 이름이 내 기억 속에 자리 잡았던 것.

 세월이 흘러 한 우라질 도둑년이 대한민국 소설판에 등장해 소위 "즐거움을 아는 몸" 운운해 다시 미시마 유키오란 이름이 세간에 회자되고 난 그제서야 그의 진짜 모습을 구글에서 검색해봤다.

 

 

 윽, 미시마 유키오가 이딴 새끼였어?

 난 책을 한 방에 좀 많이 사서 몇 달을 두고 읽는 습관이 있다. 이번 2월까지 읽으려 작년에 책을 살 때 몇십권을 사는 와중에 설마 이 미시마 유키오인줄 잠깐 잊고 수중에 들어온 책이 <가면의 고백>. 정확한 정보라고 보기엔 좀 무리가 있지만 하여간 문학동네의 책소개를 보면 작가 스스로의 고백문학이어서 미시마를 연구하기 위한(아, 씨바, 한국사람이 굳이 이새끼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면 말씀이야) 중요한 책이라고 했다. 그 말을 믿는다면 미시마 유키오 이 작자는 어려서부터 선병질적으로 허약한 신체와 그 컴플렉스를 덮기 위한 자의식의 과잉으로 유소년 시절과 청춘을 소비해버린 작자라고 할 수밖에 없다. 비정상적일 정도의 미美에 대한 과잉반응. 일단 아래 사진을 먼저 보시고.

 

 

 귀도 레니가 그린 <성 세바스티아누스>인데, 화살을 맞고도 고통스러워하지 않으며 오직 하늘, 즉 기독교의 하느님을 올려다보는 미남자의 육체를, 아버지의 화첩에서 처음 본 순간, 미시마 유키오는 태어나서 첫 사정射精을 하고만다. 청소년기 미시마의 남자를 향한 성적 취향을 빗대 얘기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동성애는 젊은 시절 그의 취향이고 난 절대적으로 인정하는 입장이니까 그건 별문제가 아니고, 정작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세상의 어떤 남자도 위와 같은 시각 정보 하나 가지고는, 그림 속 남자의 몸이 정말 아름답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사정에 이르지 않는다는 점. 근데 미시마는 그랬다고 고백을 한다. 난 비록 그 말을 소설적 허구라고 보지만 또 혹시 아는가 정말 그랬을 줄. 그러니 미시마는 허약한 선병질적 체질을 보완하느라 미적 감각이 과잉분배된 그런 인류인 것 같았다.

 그런 인류가 쓴 소설이니 미적 감각 하나는 확실하다. 그건 내 말을 믿으셔도 좋을 듯.

 그가 군국주의자로 변하여 1970년인가 언젠가 위 사진처럼 기다란 사람 백정의 칼을 들고 설치다가 함부로 휘두른 끝에 자기 배를 푹 쑤셔 죽은 건 자기 마음이니까 그렇다고 쳐도, 이제 내 생각 속의 미시마는 그것마저 자신의 청춘시절을 지배했던 미감각의 과잉집착이 만들어낸 변태짓이 아니었을까 궁금하다.

 책을 읽어가며 미시마 이 작자가 쓴 아래의 결정적 문장들이 눈에 들어온 순간, 난 치명적으로 미시마 이 썅노무개새끼한테 질려버렸다.

 "나는 그(일본의 항복을 전하는 영문 호외) 복사본을 받아들고 다 읽기도 전에 사실을 완전히 이해했다. 그것은 패전이라는 사실이 아니었다. 그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나를 부르르 떨게 만드는, 게다가 절대로 찾아오지 않을 거라고 자신을 속여왔던 인간의 '일상생활'이라는 것이 이제 어쩔 도리 없이 내일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이었다." 193쪽

 왜 일본 열도의 지식인들은 태평양 전쟁과 일본의 동아시아 침공에 관한 (반성이나 참회 같은 건 바라지도 않는다) 진정한 역사적 의미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지 난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하다못해 자국 국민 수만명의 목숨이 죽어간 전쟁이 패전으로 마감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시마 유키오의 뇌 속에는 지긋지긋한 일상생활이 다시 펼쳐진다는 것 말고는 없다. 웃기지? 그러나 내 생각을 굳이 밝히자면, 미시마 이새끼의 전쟁과 패전에 대한 인식수준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의 처참한 인식수준을 보상하기 위해 급진적인 군국주의자로 변신했을 수도 있다는 거. 그리고 만일 그렇다면 미시마 이새끼야말로 천하의 개잡놈이다. 할복자살로 끝내 자신의 우화를 마감한 전후 퇴폐미의 전령. 참으로 개잡놈이다. 그리고 이 개잡놈의 글을 그대로 배껴 쓴 대한민국의 잡년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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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7-01-23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시마 유키오 사진에서 뿜었습니다. ㅋㅋ 극혐사진이네요. 우욱.... 정말 이 작가의 문장을 표절한 그 작가는 참....

Falstaff 2017-01-23 12:47   좋아요 0 | URL
저하고 친한 인터넷 친구 가운데 한 분 들려준 얘긴데 어디서 저 윗사진을 보고 ˝완전히 게이 포르노 DVD 표지˝라고 촌평해놓은 걸 봤답니다. ㅋㅋㅋㅋ
전 소위 문학소비자, 즉 독자로서 ‘표절‘이야말로 아무리 큰 속죄를 해도 용서할 수 없는 문학적 죄악이라고 생각하는 인간이거든요. 에구 밥 잘 먹고 또 이런 쪽으로 얘기나오면 ㅎㅎㅎ 입 험악해집니다. 이쯤해서....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