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랑베르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38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송기정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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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새해들어 처음 읽은 책. 오노레 드 발자크가 쓴 <루이 랑베르>. 그의 필생에 걸친 인간극』그러니까 내가 읽은 발자크 가운데 제일 재미없는 책. <나귀가죽>에 이은 철학연구 작품이라고 문학동네가 책소개를 해놓았다. 이제 알았네, <나귀가죽>이 철학연구 작품이란 걸. 여태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린줄 알았지 뭐야. 근데 <루이 랑베르>는 확실하게 철학연구란 자구가 어울린다. 19세기 초반(1833년)에 출간했으니 여기서 말하는 철학이라 함은 당연히 신학을 중심으로 해서 예술, 과학, 그리고 천재 루이 랑베르가 소년시절에 집필할 뻔했던 '의지'등 인간의 신념에 관한 것. 그리하여 책에선 쉼없이 형이상학적 논의를 시도하려 하지만 어디까지나 속물인 나는 언제쯤이나 허리하학이 등장하려는지 지루하기 짝이 없다. 도무지 발자크 같지 않음. 독일 작가들이 썼으면 딱 어울릴 텐데 말씀이야.

 19세기 초반에 벌써 이상한 전통이 세워져, 젊어서 미치지 않으면 천재가 아니어서, 루이 랑베르 역시 결혼식을 하루 앞둔 날 날이 새파란 면도칼을 꺼낸 다음, 난데없이 아랫도리를 훌렁 까더니 오른 손에 든 날이 새파란 면도칼을 번쩍 들어, 27년 동안 아랫도리에 거꾸로 매달려 흔들흔들, 이 다리에 얻어맞고 저 다리에 얻어맞기만 했던 불쌍한 놈을 싹둑 잘라버리려는 순간, 기겁을 한 삼촌이 잽싸게 달려들어 이 창백한 지식인의 허무맹랑한 거세미수를 종결짓는다. 한 마디로 제대로 미친 것.

 미치긴 미쳤는데 그냥 미치기만 하면 그게 천재가 미친 것이 아니라서, 당연히 루이는 미친 상태가 신계와 천계와 우주계 등의 인간 관념의 모든 것에 통달한 상태로 묘사를 한다. 누가? 발자크가.

 내가 읽어본 중에서 말하자면 니체가 어려운 것이, 다른 책들은 서론 본론 결론 이딴 식으로 차근차근 설명을 해가며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하는데, 그는 짧은 단편의 잡글 비슷한 것들을 나열해갈 뿐 자신이 지금 어떤 사상을 설파하는지 별로 친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근데 발자크가 미친 랑베르를 통해 니체처럼 하고 있다. 요즘 사람들 니체, 니체 하는데, 정말 그 사람 좋아들 하셔? 그럼 이 책도 재밌을지 모르겠네. 난 그 양반 잘 모르겠더라고.

 당신이 나 정도의 수준이라면 읽어봤자 별 재미 없을.... 아니, 재밌을 수도 있으나 하여간 난 추천하지 않을 것!

 아.... 2017년 첫날부터 이런 책이나 읽었으니 나도 참. 독서생활의 가장 막강한 적, 술. 올핸 술 좀 줄여야겠다. 맥주, 위스키, 중국 백주, 사케 기타등등 간혹가다가 마시는 것들은 전부 간식이라 생각해서 생략하고 2016년 한 해 동안 소주만 한 400병 이상 마셔 조진 거 같은데, 올해는 과감하게 200병 아래로 줄여봐야겠다. 더 이상은 쪽팔려 못살겠다. 월요일 아침에 쓰레기 분리수거 할 때마다 수십병 씩 소주병이 쏟아지니 동네 창피해서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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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7-01-04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400병에서 200병 ㅋㅋ 술도 대단하시군요. ㅋㅋ 발자크 작품 가운데 가장 재미없다는 말도, 독일 작가들이 썼다면 어울렸을 거란 말도 깊이 공감합니다!

Falstaff 2017-01-04 11:22   좋아요 0 | URL
어제 두병 반 깠습니다(둘이서 소주 다섯병). 이번 주에 한병 반 남았습죠. 1년 52주, 50주로 잡고 1주일에 소주 4병 이상 마시면 절딴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