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퇘지 ㅣ 블루 컬렉션
마리 다리외세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10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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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바욘에서 출생한 1969년생 작가. 바욘이 어디냐 하면, 스페인과 무지하게 붙어있는 대서양 인접 지역. 그곳의 농가 출신이다. 파리의 바칼로레아를 마친 후에 파리3대학, 파리7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했는데, 지금은 전설이 된 유대인 작가 조르주 페렉을 연구했다고 책의 앞날개에 쓰여 있다. 근데 이건 조금 과장. 7대학에서 박사학위 논문 주제가 “비극적 아이러니와 오토픽션”이었고, 이를 위한 작가들의 실례 가운데 한 명이 조르주 페렉이었다고 위키피디아 영문판에 나와 있다. 뭐 아무러면 어떤가, 우리는 <암퇘지>를 읽기만 하면 되지.

  <암퇘지>는 다리외세크가 스물일곱 살 때 발표한 작품으로 이이를 “단숨에 화제의 작가로 만든 이 작품은 55만 부 이상 팔렸고, 34개국 이상에서 번역되었다”고 책 앞날개에 밝혔다. 위키피디아 영문판은 “40개 언어로 1백만 부 이상” 팔렸다는데, 이것 역시 아무러면 어떤가, 우리는 <암퇘지>만 읽으면 되지.


  근데 문제는, 이 <암퇘지>를 마음 편하게 읽기가 쉽지 않다는 거.

  지금 독후감을 쓰려고 이이의 다른 작품을 검색해보니, 아이쿠, <가시내>가 있다. 이이가 바로 <가시내>를 쓴 작가구먼. 미리 알았으면 생각 좀 해볼 것을. 나는 읽어보지 않았는데, <가시내>가 나왔을 때 장안의 독자들이 말하기를, 지하철에서 읽기 곤란한 책, 그래서 읽으려면 책 껍데기를 하다못해 신문지로 싸서 읽어야 할 수준이라고 하는 조언을 받아들였던 거다. 10대 아이들, 특히 소녀들의 섹스에 관해 썼다고 해서, 내가 지금 나이가 몇 갠데 십대 아이들의 탐구생활에 관심을 둘쏘냐, 싶어 관뒀다. 그 책의 작가를 단번에 스타로 만들어준 책을 당시부터 15년의 세월이 더 흐른 후에 읽는다니, 내가 알았으면 정말 이 책을 읽었겠느냐고.

  책은 도발적이다. 변신metamorphosen은 변신이건만, 외판원 그레고리 잠자가 한 마리 딱정벌레 과의 곤충으로 변한다면 문학 역사상 기념비적인 부조리 소설이 되겠건만, 향수 판매 체인 회사의 판매원이 점점 돼지로 변하는 건 이건 부조리도 아니고, 차라리 영화 <엑스맨>에 나오는 무수한 돌연변이 가운데 불쾌/불량한 쪽의 한 명을 빙자한 무차별 은유 비슷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도무지 정신을 잡도리할 방법이 없었다.

  여성 육체의 과잉과 과장, 임신과 임신중단, 여성성을 보여주는 페미니즘 작품으로 보였다가, 천만의 말씀, 뭘 주장하는지 모르겠는데 하여간 페미니즘 작품은 아니고, 끝까지 이름을 밝히지 않는 여성 화자 ‘나’의 육체적 과잉과 그로 말미암은 소멸을 그린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하여튼 뭔가 이야기하려는 거 같기는 한데 끝내 모르겠다. 그렇다고 부조리 소설도 아니고 말이지.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때 ‘나’는 실직상태였으나, ‘나’의 몸은 바야흐로 본격적으로 무르익기 시작했다니까 아마 20대 초반이었을 듯. ‘나’가 스스로 하는 말이, 모든 남자에게 기가 막히게 탄력적인 여인으로 취급받기 시작할 때였다고.

  이때 ‘나’가 인터뷰한 회사가 바로 향수 판매 체인회사. 입사 면접을 할 때부터 지배인의 한쪽 손은 ‘나’의 몸에, 다른 한 손은 이력서와 입사 계약서에 가 있었으며, 최종 합격을 했지만 최저임금 반을 받는 조건으로 한 파트타임 직원이었단다. 그래도 집의 월세와 치마 한두 벌을 사 입을 수 있어서 만족한 수준. 여기에 재고조사가 끝나면 화장품 장기 재고를 그냥 얻어갈 수 있었으니 그걸로 충분했다.

  하지만 ‘나’의 진짜 직업을 말해보자. 이때 ‘나’에게는 ‘드 발자크’는 아니지만 오노레라는 이름의 중학교 교사 애인이 생겨서, 오노레가 ‘나’에게 옷을 한 벌 사주었을 때, 옷 갈아입는 박스에서 처음으로 섹스를 했듯이, ‘나’의 직장인 향수 가게에도 향수를 뿌려보는 방이 있었는데, ‘나’의 진짜 업무는 이 방 안에서 고객들에게 마사지를 해주고, 향수도 뿌려주어 구매를 촉진하는 일이었다.

  근데 ‘나’의 몸이 점점 포동포동해지며 ‘나’의 육체에 손님들이 열광하기 시작했고, 이 가운데 특히 남자 손님들이 대거 밀려들어 여자 손님들은 오히려 질투에 휩싸였나 어쨌나 모르지만 점점 떨어져 나갔다. 남자 손님은 향수방에 들어와 마사지를 받고, 정신없이 향수 폭탄을 투하하면 거금이 들더라도 ‘나’가 권하는 향수를 다 구입했다나? 물론 맨입에 비싼 돈을 들여 향수를 사준 건 아니었다. 그들이 바란 건 특별 마사지. 대강 짐작하시겠지?

  이 손님들은 당연히 ‘나’의 몸 상태에 관해서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결과, ‘나’는 갈수록 몸이 더 불면서 점점 더 배가 고파지고, 배도 불룩해지는 것이, 아차차, 생리가 끊긴 지 좀 된 거다. 손님 가운데 아주 단골손님이 하나 있어 다행히 양심이 좀 있는 편이라 중절수술 비용을 몽땅 지불해주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임신한 것도 아닌데 괜히 돈을 쓴 거 같다. 이런 과정이 몇 번 더 있었고, 결과는 아니나 다를까, 불임. 그런데 이것도 확실하지 않다. 원래 불임이었을 수도 있고, 수술 후에 불임이 되었을 수도 있다. 이런 거 함부로 써 놓으면 확실하게 욕을 먹을 수 있어서 유심히 읽어봤는데 마찬가지다. 다리외세크는 절대 정확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하여간 불임이다.


  이후 ‘나’는 조금도 쉬지 않고 계속 살이 찌고, 유방도 두 가슴 위에 하나가 새로 생기고, 어어 하는 사이에 세 개가 더 생겨 모두 여섯 개의 유방과 열두 개의 젖꼭지를 달게 된다. 귀는 위로 뾰족하게 나오고, 코는 뭉툭하고 두툼해졌다. 근데 늘 돼지 상태로 있는 건 아니라서, 기분이나 몸의 상태가 이상한 단계가 되면 암퇘지로, 뭐하고 비교하는지는 몰라도, 정상 상태가 되면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는데, 정말 영화 <엑스맨>의 돌연변이들 가운데 한 명 같다니까?

  막판 가면 돌연변이들은 서로 만나듯이, 보름달이 뜨면 늑대로 변하는 늑대인간을 만나 둘이 서로 의지하는 장면도 나오지만, 딱 보니까 다리외세크의 작품에서 해피엔드를 바라면 짱구 같다. 즉 <암퇘지>도 비극으로 끝맺는데 당연히 종장은 가르쳐드리지 않겠다. 이 책도 권하지 않을 터. 그냥 이런 책도 있구나, 하시라는 건데, 출판사 열린책들은 어쩌자고 이 책을 중쇄도 아니고 중판까지 찍었을까? 내가 읽은 책이 중판. 그리고 품절이라서 후진 독후감을 써도 그나마 좀 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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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6-10-13 0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저 이거 구판으로 읽었는데…. 읽고 제가 미련 없이 버린 책 중 하나입니다…. 제겐 참 드문 일이죠. 🤣

Falstaff 2026-10-13 16:47   좋아요 1 | URL
이걸 중판 찍는 출판사는 또 뭡니까? ㅎㅎㅎ 그저 웃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