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치백 - 2023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이치카와 사오 지음, 양윤옥 옮김 / 허블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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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9년에 일본 도쿄 남쪽, 가나가와현에서 나서 그곳에서 중학교까지 다녔다. 선천성 근병증으로 인한 척추측만증을 앓고 있는데, 이게 하도 심각해 뼈 혹은 근육이 호흡기관을 압박하는 모양이다. 정확한 거 아니다. 소설과 위키피디아 내용을 읽고 짐작하는 것뿐이다. 코를 통한 호흡이 힘들어져 결국 목의 인후에 구멍을 내 카테터와 부속 장비를 삽입해 그곳으로 호흡을 한다. 이건 근(육)병증 뿐만 아니라 중환자들 대부분의 경우도 마찬가지. 나 어릴 적 동네에 한국전쟁 참전한 노병 한 분이 평생 이런 상태로 살았다. 근병일 경우에는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외부 오염 공기가 곧바로 호흡기 점막과 접촉해 담, 즉 가래가 많이 낀다. 와병중인 환자는 석션 장치로 얇은 고무관을 기관지와 폐 입구까지 밀어 넣어 제거하지만, 아치카와는 기침 같은 것을 통해 스스로 가래 배출을 했던 것 같다. 이 장면이 소설에 몇 번 등장한다.

  33세 때인 2012년에 가나가와의 요코하마에 있는 야스 학원 대학에 특수학생으로 입학해서 2019년에 와세다 대학 e-스쿨 인문 및 환경과학과에 편입, 언제인지는 모르겠는데 졸압했다. 2023년에 단숨에 써내려간 소설 <헌치백>이 “문학계” 신인상을 받아 소설가로 데뷔했으며, 그걸로 모자라 그해 아쿠타가와 상을 받아 일약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고, 책의 앞날개에 쓰여 있다.


  내가 왜 이 책을 읽었는가 하면, 현대 일본 작가들의 작품 가운데 마음에 드는 걸 도무지 찾을 수 없어서. 일본에서도 유명한 문학상인 아쿠타가와 상을 받은 작품이면 그래도 방귀 한 번 제대로 뀌었다고 볼 수 있으니, 그거 한 번 찾아보자, 싶어서 골랐다. 이것 말고 또 골라 놓은 아쿠타가와 수상작품이,

  구단 리에, <도쿄도 동정탑>

  아사히나 아키, <도롱뇽의 49재>

  마쓰나가 K. 산조, <베리에이션 루트>

  다카야마 하네코, <슈리의 말>

  이 정도인데, 지금 <헌치백>을 읽고 정말 이것들을 읽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망설이고 있는 중이다. 이키가와가 그동안 SF, 판타지 등 장르문학과 라이트 노벨을 쓰다가 비장한 마음으로 처음 집필한 순문학이 <헌치백>이라는데, 그건 알겠고, 하지만 내 기준에는 맞지 않는 것을 어찌하랴. 암만해도 골라 놓은 네 권의 책 가운데 딱 한 권만 더 읽어봐야 하겠다.

  일본도 대단한 문화 강국이다. 그런데 많고 많은 작가들 중에서 내 입맛에 맞는 현대소설 작가 찾기가 이리도 힘들다. 비단 위에 나열한 작가/작품이 아니더라도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작가나 작품 있으면 귀띔해주시면 좋겠다.


  <헌치백>의 주인공 이자와 샤카도 책을 쓴 작가 이치카와 샤오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장애인이다. 부모가 별세하면서 재산 전부를 이자와 샤카가 물려 받았다. 엄마는 죽기 전에 원룸 맨션 한 동을 통째로 개조한 장애인 시설 그룹홈 <잉글사이드>를 만들어 샤카한테 증여했다. 각각의 원룸은 다섯 평짜리 방, 주방, 화장실, 욕실로 되어 있고, 샤카 말고 당연히 다른 환자도 입주해 지내고 있다. 이 가운데 몇 명은 원룸에서 밖으로 나오지 못할 정도의 중증. 아마도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할 듯하다.

  샤카도 자기 발을 딱딱한 바닥에 딛고 몸을 움직여 본지 30년은 되는 거 같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근육병증 때문에 얼굴이 오른쪽으로 돌아가지 않아 왼편을 보는 데 익숙해져 있다. 특별한 장애가 없는 독자 나는 이해하기 힘든, 특정한 장치로 종이책을 읽고, 글도 쓴다.

  작품의 첫 장면은 포르노 바로 직전까지 수위를 올린 일본의 성 해방구역 “해프닝바” 잠입 수기로 시작한다. 3층에 있는 룸으로 두 명이 아니고, 세 명도 아니고, 다섯 명이 들어가 두 쌍이 성 또는 유사 성행위를 벌인다. 나머지 한 명은 기록자. 웬만하면 조금 인용해볼까, 했다가 차마 그러지 못하겠다.

  이 장면은 그냥 한 시절 이런 글을 청탁 받아 써서 잔돈 푼이나 만졌으며, 원래 부잣집 딸로 태어나 못해도 수십억엔의 재산을 가지고 있어, 잠입수기로 번 돈은 자선단체에 기부한다. 같은 장애인이라도 저 유럽, 오스트리아의 크리스티네 라반트하고는 달라도 많이 다르다.


  이치가와 샤오가 주인공 이자와 샤카의 입을 통해 세상에 알리고 싶어하는 것은, 물론 하나 둘이 아니겠지만, 책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와, 여성으로 임신했다가 임신중단을 해보고 싶은 마음.

  앞의 것은 종이책에 과하게 집중되어 있어서 근병증인 샤카는 읽기가 매우 곤란하는 것이고, 헌치백이며 호흡을 기관지를 뚫어 카테터를 이용해 해야 하지만 남들과 같이 섹스도 하고 임신도 하고, 출산은, 출산은, 출산은 차마 바라지 못하겠지만, 그렇다면 대신 중절수술이나마 받아보고 싶다는 거. 그래서 다시 태어나면 세상에서 가장 비싼 창녀가 되고 싶을 정도라는 것.

  작가의 마음이 이럴진대 어찌 독자가 책을 읽으며 가벼울 수 있을까.

  그러나 표현이 과하다. 경쾌하면 조금 언짢았을까? 예를 들면 천쓰안처럼. 이이가 쓴 <제일 가까운 장애인 화장실이 어디죠?> 같이.

  장애의 정도는 훨씬 덜 하지만 샤카와 마찬가지로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중국 여성 청즈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키 큰 젊은 여성이 청즈를 내려다보더니 아무 생각 없이 한 마디 한다.

  “다리가 참 가느시네요….”

  청즈, 대답하기를,

  “네. 다 열심히 운동한 결과랍니다.”

  그러면 여자가 갑자기 알아차리고 입을 막으며 놀란 눈을 하는 거다. 어때, 이렇게 가볍게 치고 나가는 거 하고, 젊은 중증환자 돌보미 남자에게 1억5천5백만 엔을 줘 임신 한 번 해보려 하는 것하고?

  그냥 해본 말이다. 나는 이제 비장한 게 별로 좋지 않아서, 그래서 천쓰안이 더 좋아지게 된 지도 모른다. 다들 자기 취향대로 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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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6-07-27 0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일본 현대 작가들 소설 읽을 때마다 지뢰여서... ㅋㅋㅋ 소개드릴 사람이 딱히 떠오르지 않네요. <정욕> 쓴 작가 아사이 료, <인 더 메가처치>까지는 읽어볼까 싶어요. 믿음이나 구원? 신앙에 관한 이야기 같아서 좀 관심이 갑니다.

Falstaff 2026-07-27 16:03   좋아요 0 | URL
아, 치매예요, 치매. 알라딘 비밀번호를 잊다니... 이게 가당한 일입니까? ㅎㅎㅎ
일본 현대, 말고 요즘 소설가들한테 기대가 컸는데 아휴, 적응하기가 쉽지 않네요.
얘기하신 책들 찬찬히 읽어보겠습니다. 크게 기대하지 않고 읽는 게 좋겠지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