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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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소설 한 편으로 책 한 권을 만들었다. 우리나라 출판사만 그런 것이 아니라 애초 원서가 그랬다. 키건의 작품집 《푸른 들판을 걷다》와 비슷한 분위기이지만 더 따듯한 이야기. 누에 실처럼 경묘한 문장들로 촘촘하다. 스토리야 뻔한 이야기지만 뻔한 이야기를 담는 선율이 감미로워 독자가 녹아버린다.

  그러나 숱한 독자들의 감상평을 너무 많이 봤다. 그래서 이 책을 펴기도 전에 마치 다 읽은 거 같았다. 정작 책을 읽으면서는 그렇군, 이렇게 이야기를 뽑아나가는군. 마지막이 어떻게 되려나? 아, 이렇게? 흠. 생각대로네. 스토리는 처음에 시작할 때부터 이미 다 정해져 있는 길로 간다. 한 점 흐트러짐도 없어서 마치 물이 흐르고, 노을이 지고, 밤이 내리는 거 같다.

  하지만, 이제쯤 가슴이 미어져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들 때, 아하, 어느 독자평에서 누군가가 그랬지? 마지막에 눈물이 쏟아졌다고. 심장이 여린 독자였나 보네. 책을 덮으면서는 이야기를 담은 그릇, 문장이 간결하고 섬세하다고 생각했다가 몇 시간이 지나 독후감을 쓰는 지금은 마지막 문장만 기억에 남았다. 절묘하다. 읽는 시각에 따라 반전일 수도 있다. 만일 반전이라면 한 순간에 최악의 그로테스크로 뒤집어지는 정말 극적인 반전일 수 있다.

  “아빠.” 내가 그에게 경고한다. 그를 부른다.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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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5-06-12 07: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동감입니다. 누굴 아빠라고 부른걸까요?

유부만두 2025-06-12 07:40   좋아요 1 | URL
누가 울기까지 했대? 그러고 제가 쓴 예전 리뷰를 보고 왔습니다. 하하.

Falstaff 2025-06-12 07:49   좋아요 1 | URL
앗, 그분이 유부님이셨어요? ㅋㅋ
두 명한테 다 아빠라고 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살짝 살 떨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