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세기 프랑스 소설의 결정체 가운데 하나인 루공-마카르 총서를 여는 첫번째 작품.
나는 루공-마카르 총서 가운데 열두 편을 읽고, 1번을 열세 번째로 읽었다. 그러니 이제 일곱 편만 읽으면 마칠 수 있다. 문제는 아직 번역을 다 하지 않았다는 거다. 이거 참. 벌써 눈이 침침하다. 책을 읽을 수 있을 때까지는 일곱 편의 번역본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 정도의 작품인데 왜 이제야 번역본이 처음 나오게 되었을까? 유신시대나 5공화국 시대엔 저밀도이기는 하지만 사회주의 혁명사상을 반대하지 않는 작품이라서 그랬을 수도 있었겠으나 5공화국 무너진 것이 언제적 이야기냐고. 그러나 지난 일은 뒤돌아보지 말자.
미리 열두 편을 읽고 1번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 등장인물을 이미 어디선가 한 번은 주워들었거나, 기억에 남아 있어서 그들이 이후에 어떤 일을 할 지 알고 있는 상태로 루공-마카르 총서의 첫 발을 떼는 1번을 읽으면 즉각적으로 등장인물을 이해하게 되니까 1번 작품을 원래보다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반면에 만일 총서를 순서대로 읽으면 20편의 주인공들을 생산하는 첫번째 여성 아델라이드 푸크와 푸크의 아들 피에르 루공, 아들 앙투안 마카르, 딸 위르실 마카르와 숱한 손자, 손녀들, 과 증손, 고손 관계의 기억은 아마도 이미 휘발된 상태일 것이다. 그래도 총서를 순서대로 읽는 건 큰 매력이 되겠지. 다만 우리 경우엔 특히 앞 번호에서 빠진, 아직 번역 출간되지 않은 작품이 많아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OECD 국가 가운데 전편 번역이 나오지 않은 나라도 별로 없을 걸? 우리는 이렇게 드문 나라에 살고 있다. 어때? 프라이드 팍팍 생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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