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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집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4
이솝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3년 4월
평점 :
대단한 것들이 있는 줄 알았다. 어릴 적부터 흔하게 들은 우화가, 어렸을 적 읽은, 동화작가의 윤문작업을 거친 것보다 덜 재미있게 읽힌다. 금도끼, 은도끼도 이솝 우화일 줄이야. 어느날 나무꾼이 실수로 도끼를 연못에 빠뜨렸는데 수염이 허연 산신령님이 연못에서 불쑥 솟아나와 금도끼를 손에 들고 나무꾼에게 얘야 울지 말고 이걸 봐라, 이 도끼가 네 도끼냐, 물었다는 그림책 기억나시지? 이솝의 우화에는 산신령이 아니라 헤르메스, 즉 전령, 여행, 상업, 도둑의 신이다. 내용은 산신령 이야기하고 똑같다.
우화가 재미있는 것이 읽는 사람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사람 사는 데 다양하게 적용시킬 수 있다는 점. 노인이 나귀에게 풀을 뜯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적군이 몰려오는 나팔소리가 들려왔다. 노인이 어마뜨거라 싶어서 나귀에게 외치기를,
“빨리 도망쳐라, 적들에게 붙잡히지 않으려면.”
그러나 나귀가 콧방귀를 픽 뀌더니, “영감님, 만약에 적들이 쳐들어오면 쇤네한테 짐을 두 곱으로 지게 하겠습니까?” 라고 묻는 것이었다.
“네가 무쇠로 만든 마징가 제트로 아닌데 설마 그리 하겠느냐.”
라고 답을 해주니 나귀는 이렇게 말했다나.
“이놈이나 저놈이나 그년이다 다 똑같은데 내가 무엇을 한다고 적을 피하겠습니까.”
사람 사는 세상, 새삼스럽게 이솝 우화를 다시 들춰볼 거 없이 그냥 여태 산대로 살아도 무방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