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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엄마 찬양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6월
평점 :
아, 미쳐. 쇼핑 중에 요사의 책이 눈에 들어오면 즉각 장바구니에 넣는 이유가 다 있다. 현대 라틴 아메리카 소설가 가운데 흔한 말로 이미 전설의 반열에 오른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이이만큼 다양한 주제로 작품을 쓰는 사람이 또 있을까? 이번에 읽은 <새엄마 찬양>은 <리고베르토 씨의 비밀 노트>의 앞 이야기로 에로티시즘과 외설 사이의 아슬아슬한 간극에서 기막히게 줄을 타고 있다. 독자에 따라서 <새엄마 찬양>을 새엄마와 열 살짜리 의붓아들 사이의 불쾌한 성적 충돌이라 읽을 수도 있겠으나, 이 작품이 <페드르와 이폴리트>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성격임을 양해해야 하리라. 초장부터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하면, 혹시 이 재미있는 책 <새엄마 찬양>에 포르노라는 누명을 씌울까봐 안타깝기 때문이다.
성적 묘사가 찬란하게 등장한다. 다른 이도 아니고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손모가지를 통해 성애묘사가 씌어졌으니 인공감미료보다 더 감칠맛 나는, 순간순간의 휘황하게 분사하는 리비도야 말 해 무엇 할까. 그런데, 혹시 이 책 읽어보신 분 있으면 뭐 하나 물어보고 싶다. 절묘한 성애 장면, 비록 아름다운 루크레시아 부인의 몸 위에 자리하고 있는 인간이 리고베르트 씨와 그의 열 살짜리 꼬맹이 아들일지라도, 간질간질한 베드 씬을 읽으면서 성적 흥분을 느끼셨던 분들 계시면 거수. 눈이 빠져라 그 장면을 정독, 숙독하고 있으면서 지루함을 느끼셨던 분들 또한 거수 바람.
포르노의 가장 큰 맹점은? 언젠가 이야기한 거 같은데, 죽어도 포르노는 문학, 더 크게 말해 예술의 범위에 들 수 없다. 왜 그런가 하면, 지루하기 때문이다. 이 말 못 믿는 분들, 당장 스마트 폰을 열고 포르노 사이트에 접속하시라. 그리고 30분짜리 야동을 정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는지 확인하시라. 난 결코 못 본다. 지루해서. 똑같거나 비슷한 내용의 무한 반복을 어떻게 보겠는가. 누가 10만원 주겠다면 모르겠지만. <새엄마 찬양>은 포르노의 범주 가까이에 가지도 않는다. 전혀 지루하지 않다. 지루해? 재미있어 죽는다, 죽어.
한국 독자 일부에게 이 책이 거부감을 주는 이유가 어린 의붓아들과 새엄마와의 육체관계를 묘사했다는 이유라고 짐작한다. 작가 자신이 10대 후반 시절에 자기 나이보다 근 두 배가량을 더 산 친척 아줌마와 결혼한 적이 있고, 그때 경험을 기반으로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라는 두 권짜리 소설책을 쓴 바도 있어서, <새엄마 찬양>에 서른 살 차이지는 계모와 양아들의 성적 관계를 다루었다고, 나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근사하고 고급스런 에로티시즘이라 여긴다. 문제의 양아들 알폰소. 책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알폰소의 외모에 관한 묘사를 인용해보자.
“알렉상드르 뒤마의 책 뒤에서 놀란 아기 예수 같은 조그만 얼굴이 불쑥 나타났다. 고불거리는 금발은 헝크러져 있었고, 놀란 나머지 입은 반쯤 벌어져 희디흰 치아가 살짝 드러났다. (중략) 너무나 사랑스럽고 예쁜 아이였다. 타고난 천사, 그녀의 남편이 사중 자물쇠로 단단히 잠가 숨겨놓은 우아하고 에로틱한 작품에 그려진 궁중 시동 같았다.” (15쪽).
이 대목에서 그림 하나 보자. 티치아노 베첼리오가 1548년에 그린 <아모르와 오르간 연주자와 함께 있는 베누스>. 책의 111쪽에 컬러로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