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시간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16
안 로르 봉두 지음, 이승재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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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과점에 들어가면 다양한 케이크와 빵, 그리고 쿠키가 기다린다.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색과 향을 가지고 손님을 유혹하기 시작한다. 세련된 색과 향, 그리고 예전에는 맛 볼 수 없었던 식감과 맛을 지닌 케이크와 빵, 쿠키들을 사기 위해 제과점에 들어가면 늘 설레기 마련이다.

오늘은 어떤 것을 사갈까?

즐거운 고문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그 즐거운 고문을 끝내고 돌아갈 때, 어떤 제과점에서나 같은 모양, 같은 색으로 만들어진 빵 하나를 나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어떤 제과점에서나 비슷한 맛을 지녔지만 제과점을 나설 때 꼭 하나씩 들고 나오는 빵이 있다. 바로 단팥빵이다. 특별할 것도 색다를 것도 없지만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빵이 단팥빵이다.

 

 

이 책 기적의 시간을 빵을 비유하라고 한다면

나는 단연코 단팥빵이다.

 

  이 책은 누구나 예상 가능한 결말을 지닌 책이다.

유럽의 구석 캅카스 지역에서 일어난 열차사고로 프랑스 부인이 숨지고 그 프랑스 부인이 비극 속에서도 지키고 싶었던 소년이 바로 주인공 블레즈 포뢰틴, 쿠마일이다. 열차사고의 최초 목격자인 글로리아 바실리에는 소년을 프랑스로 돌려보내기 위한 긴 여정에 들어갔다. 반군과 민병대, 그리고 러시아군이 벌이는 전쟁을 지나서 러시아의 동쪽 끝 캅카스에서 소년의 고향이 프랑스, 서부 유럽까지 길고 긴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캅차스 지역은 러시아 동남부의 국경지대다. 뉴스에도 곧잘 등장하는 체첸지역이며, 그루지아, 아르메이나, 이란 등 온갖 민족과 국경이 밀접한 지대다. 광물 자원이 풍부해서 각 국가가 국경을 놓고 분쟁중인 지역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이건 위키백과에서 찾은 캅카스 지역의 현실)

 

세상은 늘 바실리에와 쿠빌의 삶을 위협하고 죽음은 늘 그들 주위 어디에서나 찾을 수가 있다. 글로리아는 절망은 어떤 폭력보다 더 교활하고 위험하다고 소년에게 가르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어디든 교묘히 침투해 간다고. 아무 대처도 하지 않고 그냥 두면 사람들의 영혼을 야금야금 갉아 먹는다고. 그래서 글로리아는 소년이 절망이란 병에 걸리지 않도록 소년에게 전쟁이 빼앗아 가기 전 세상이 간직하고 있었던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연이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가장 아름다운 보물인 열매를 맺어 사람들을 풍요롭게 해 주었던 과수원 이야기,

언제나 세상의 중심이 되어 세상을 빛나게 만들었던 가족의 이야기,

그리고 삶의 가장 큰 축복인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이야기.

피난 통에 언제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해야 하는, 그리고 죽음과 폭력이 언제나 주위에 머물러 있었던 소년에게 그 아름다운 이야기는 백신과 같았다.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만드는 강력한 백신. 그리고 그 백신의 중심엔 바로 소년에게 용기를 심어 주고 사랑을 베풀어주는 바로 글로리아가 있었다.

 

민족과 국경이 너무 많아서 서로에게 총칼을 휘두르는 시대에

삶을 버티기 위해서 이야기를 지어내고

절망의 특효약인 희망을 찾아서 새로운 지평선을 향해 숨이 차오를 때까지 뛰어가는 이야기.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서 오늘을 참아내고 몸부림치는 글로리아의 쿠마일의 삶을 보고 나면 눈물 한 방을 찔끔 흘리게 되지만, 절망 속에서 새로운 지평선을 찾아낸 그들처럼 나만의 지평선을 찾고 싶게 만드는 책.

 

별 다섯 개 밖에 없다는 사실이 못내 아쉽고 우리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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