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하면서 듣는 음악
이재민 지음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 스스로 고백한 것처럼 청소하면서 들은 건 몇 개 없다고 한다. 제목에서 짐작하듯 전문적인 비평이나 지식의 나열 없이 음반을 들으며 인스타그램에 짧게 쓴 글들로써 지극한 사적 감상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인스타 계정 @round.midnight 의 주인장이 듣는 음반과 그 단상들의 모음집. 음반에 대한 짧은 메모를 따라 찾아 들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음악 이야기뿐 아니라 그에 얽힌 생각들이 오히려 이 책의 매력일 것이다. 특이한 점은 음반 타이틀이나 제목들을 번역해서 소개하고 있어 뭔가 응? 스럽기도 하지만 나같은 영알못에겐 다행스럽기도 하고 재미가 있다


큼지막하게 옛 음반 사진들을 한 면에 배치한 판형이 어떤 감상에 빠져드는데 일조하는게 아닐까 싶다. 신세계처럼 펼쳐지는 낯선 음악들을 들어보고 저자처럼 아날로그식으로는 못듣겠지만 음악파일로 구비해둘만한건 없나 촉각을 곤두세워 보는 일은 즐겁다.

대략 4000여 개 노래 파일들이 담겨진 내 플레이어의 폴더를 살펴봐도 딱히 이거다 싶은게 없는건 당연히도 너무나 옛날옛적 닳고 닳은 노래들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뭔가 새로운것 뭔가 다른걸 듣고는 싶은데 아무거나 듣는건 안될때 이런 책에 기대어 음악 감상의 폭을 넓혀가보는것도 좋을듯 싶다. 후속편을 내 준다면 좋겠다. 이를테면 멍때리면서 듣는 음악 같은 ㅋ

어떤 물질적 물성을 가진 사물들에 비해 음악이란건 소리라는 무형의 어떤 것인데 그것에 물질적 물성을 부여하는 것이 레코드자켓이나 CD케이스 일 것이다. 촉각과 시각을 통해 그것을 느껴지게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은 동감하는 부분이다. 요즘이야 스트리밍이 대세지만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어디 상상이나 했던가. 반영구적 기록매체라는게 CD라 했지만 반백년도 못가 용도 폐기 직전의 매체가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굳이 CD음반을 비롯 LP나 카셋테잎 등을 구입하고 플레이어로 듣는건 분명 스트리밍이나 mp3파일로 듣는것과는 다른 뭔가가 있다. 과학적 이론적 근거가 없다한들 주관적 감상의 세계에 진입하다보면 그런것쯤은 조족지혈 거리도 안된다.


인간의 감성 이란게 때론 부질없고 허튼 것일 뿐이기도하지만 때론 그것으로 인해 어떤 모든게 뒤집히기도 하니 뭐라 할 수가 없다.
저자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압구정역 근처 상아레코드에서 CD를 샀다는 대목에서 그때쯤이면 나도 일렉기타리스트 친구를 따라 어쩌면 그 레코드 가겔 한두 번은 들렀을것 같다는 회상에 잠기듯 어떤 음악을 듣고 음악에 잠긴다는 것의 매력은 사적인 어마어마함으로 다가오는 일이다.


바이널이든 CD든 물리적 저장 매체로 듣는 음악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훨씬 머릿속에 각인되고 회자되기 좋다. 소리 위에 얹혀진 그림이나 사진 같은 이미지의 심상 때문이기도 하고, 그걸 구입하고 재생한 순간의 기억 덕분이기도하다.
어쨌든 스트리밍이나 다운로드해서 듣는 음원으로는 얻기 힘든 부분이 존재한다. 돈을 주고 산 음악은 그 좋은 부분을 억지로라도 찾아내게 된다. 그렇게 체화한 음악을 들을 때는 종소리를 들은 파블로프의 개처럼 저절로 이런저런 게 연상된다. 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