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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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나 자신을 보호해야 했다.

 

 

 

 

1. 누군가 내 리스트를 이용해 무작위로 사람을 죽이고 다닌다.

2. 내가 용의자일 수도 있지만 절대 심각한 용의자는 아니다.

3. 범인은 나를 알고 있다.

 

 

 

추리소설 전문 서점을 운영하는 나에게 FBI가 찾아온다.

일련의 사건들이 내가 오래전에 블로그에 쓴 가장 완벽한 여덟 건의 살인을 담은 책 리스트를 참고한 거 같다고 한다.

도대체 누구일까?

누가 그런 일을 저지르는 것일까?

나를 아는 사람일까?

우리 서점 손님인가?

아니면 그때 나와 비밀을 공유한 사람?

 

 

 

이 이야기를 읽으며 작가가 피터 스완슨이라는 사실을 잊었다.

다른 추리소설 작가라고 생각했다. 약간의 고전 스타일을 고수하는.

리뷰를 쓰면서 작가 이름을 적으며 또 놀란다. 이 분이 글 쓰는 스타일을 바꾸셨나?

 

 

 

 

고즈넉하게 시작하는 이야기가 갈수록 점점 죄어오는 느낌을 준다.

별거 아닌 거 같았는데 별거가 되는 그런 이야기다.

세상 법대로만 살 거 같아 보이는 주인공은 감추는 게 있고, FBI라고 찾아온 요원도 왠지 의심쩍다.

도대체 누구를 의심하면서 이야기를 따라가야 하는지 종잡을 수 없는 추리소설.

게다가 읽고 싶은 책들의 나열은 책에 대한 욕구만 가중시킨다.

책만 쌓이는 게 아니다. 영화도 함께 쌓인다. 도대체 피터 스완슨은 이 많은 책과 영화들을 다 봤을까? 아무렴~ 그렇겠지!

 

 

완전범죄는 정말 있을까?

종종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범인이 있다.

그러나 그런 범인을 악착같이 쫓아서 잡는 형사도 있다.

그래서 나는 완전범죄는 없다고 생각한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그것을 찾아내고, 지켜보는 눈을 가지고 있으니까.

 

 

고전틱하면서도 신선한 이야기를 읽으며 모처럼 즐거웠다.

피터 스완슨의 색다른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깨알같이 등장하는 <죽여 마땅한 사람>의 홍보까지 덩달아 되는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비슷비슷한 이야기에 질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책은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 진정한 독자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책은 그 책을 쓴 시절로 우리를 데려갈 뿐 아니라 그 책을 읽던 내게로 데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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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살인 3 - 익명의 순례자, 완결
카르스텐 두세 지음, 전은경 옮김 / 세계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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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쉬카 브라이트너는 구체적인 어떤 상황이 문제가 아니라 이 상황을 내가 어떻게 정리하는지가 문제임을 알려줬다.

 

명상으로 살인을 한다.

이 특별한 소재로의 여정을 시작한 지 이제 3번째가 되었다.

번아웃 상태에서 마음의 안정을 위해 명상을 했던 변호사 비요른.

그는 명상이 추구하는 마음의 평화를 실천하기 위해 그저 자신을 복잡하게 만드는 문제에서 거리를 두었을 뿐이었다.

그 첫 번째 거리 두기에서 죽음이 시작되었다.

총 8명을 하늘로 보내버린 비요른은 양대 조직을 거느리게 되었다.

유치원이라는 안전망을 두고.

 

자신의 내면아이와 마주했던 두 번째를 지나 이제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떠난 순례길.

살인을 멈추고 중년의 위기를 모면하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 새로운 삶을 찾으려고 떠난 순례길마저도 비요른을 가만 놔두지 않는다.

누군가 그를 죽이려고 하기 때문에!

비요른에게 살의를 품은 사람은 누구일까?

 

 

 

당신이 뭘 원하는지는 아십니까?

 

 

 

1편만 본다면 신선한 소재와 빠른 전개와 어디로 튈지 모를 이야기 때문에 엄청난 몰입감을 준 이야기였다.

2편에서 이 이야기의 느낌은 비요른의 살인 본능을 내면아이를 통해 포장하려는 거 같았다.

3편에서 이 이야기는 단순한 범죄소설이 아니라고 느꼈다.

 

비요른은 정의롭지 않은 자들을 변호하는 변호사였다.

그건 비요른이 원하던 것이 아니었다. 어쩌다 맡게 된 조직 보스 드라간의 일은 비요른을 그쪽에 발 담그게 만들고, 정의와는 점점 멀어지게 만들었다.

원칙을 지키며 살고 싶었던 비요른에게는 계속 원칙을 어기는 일들만 생겼다.

그것이 그를 지치게 했고, 그의 모든 삶은 엉망이 되었다.

일도, 직장도, 가정생활도.

 

명상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찾기로 한 그에게 어쩌면 살인을 필연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죽이지 않으면 죽어야 했으니까. 조직의 비밀을 모두 아는 변호사가 거기서 빠져나오는 길은 없으니까.

순례길에서 그는 자신의 삶을 되돌리고 싶어 했지만 또 다른 늪에 빠진다.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한 달 내내 걸으며 자신과 마주해야 하는 순수의 길에 암살자가 등장한다.

비요른을 노린 청부살인.

운 좋은 비요른 대신 죽어가는 사람들.

자신을 지키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하게 되는 비요른.

도대체 비요른을 노리는 이는 누구일까?

 

"순례는 외적인 목적지로 가면서 내적인 목적지를 발견하려는 시도지요."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머릿속에 그려진 이미지는 호리호리하고 깔끔한 인상의 젊은 북유럽 남자였다.

넷플릭스가 드라마로 만든다는 얘기를 듣고 비요른과 잘 어울리는 배우로 떠오른 사람이 사이먼 페그였다.

그래서 읽는 내내 사이먼 페그의 모습을 떠올리며 읽으니 비요른의 모든 것이 이해가 되더라!

 










정의롭지 않은 변호사, 중년의 위기를 겪는 남자, 가정생활이 파탄 난 남자, 딸바보 아빠, 냉혹한 살인마.

이 모든 캐릭터를 장착한 배우 사이먼 페그.

그를 떠올리며 잘 이해되지 않았던 비요른이 빠르게 이해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살인의 본능과 법을 수호하며 살고자 하는 욕구가 내면에서 소용돌이치는 비요른.

과연 명상 살인의 끝은 비요른의 바람대로 될까?

 


세상일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일은 마음먹은 대로 되어간다.

명상 살인 시리즈를 읽은 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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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
곽재식 지음 / 비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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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이자 작가로서 우리나라 SF장르계를 미리 선점(?) 한 작가 곽재식.

그의 상상력은 우리가 한 번쯤 스치듯 생각해 봤던 상상을 붙잡아 소설로 만들어냈다.

그래서 SF 하면 뭔가 심오하고, 복잡하고, 이 세상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음에도 곽재식의 소설들은 전혀 그런 위화감을 주지 않는다.

 

우주에 문명화된 집단이 있고, 그들이 지구라는 행성에 살고 있는 인간을 관찰한다면 어떨까?

그들은 삶의 터전이 되는 곳을 스스로 파괴하면서도 자신의 피를 뽑아 다른 생명을 구하는 이 알 수 없는 인간들의 행동을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

그리고 주식이면서도 간식인 빵을 좋아하는 인간에게 빵은 도대체 무슨 의미를 지닌 것일까?

잠시 우주인의 입장에서 인간을 살펴보는 시간이 흥미로웠다.

 

최치원에게 설명 몇 마디만 들으면 누구든지 인간 세상 지식의 정수를 팍 이해하게 된다는 거야.

 

최치원의 말을 듣고 인간이 된 사슴.

녹정은 최치원의 짧은 가르침에도 세상을 깨치고,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불로불사가 된다.

그런 그가 올림픽 개막식에서 연설을 하며 최치원의 가르침을 언급했다.

세상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닭튀김 알람 때문에 그 말을 듣지 못한 주인공의 운명은?







"전혀 연결되지 않았던 두 세상이 갑자기 연결된다는 것만으로도 그냥 얼핏 생각해 봐도 너무 위험한 느낌이잖아."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에서 누군가가 온다면?

그 사실만으로 흥분한 사람들이 모인 그 시간, 그곳에 과연 미래에서 누군가가 오긴 왔을까?

 

용과 검사들과 마술사가 싸우고 있는 그곳 바다에서 한참 떨어진 곳도 풍경은 비슷했다. 온 나라에 붉은 하늘에서 자갈 비가 떨어져 내렸다.

 

 

이것은 현실인가 게임인가?

우리는 현실을 살고 있는가? 게임 속 캐릭터로 살고 있는가?

메타버스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하는 이야기.

 

보안 프로그램 CyberX를 설치하십시오.

 

 

이거 설치하다 세월 다 간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게다가 설치하면 또 뭐 하나?

브라우저가 그 브라우저가 아닌데.

읽고 있으면 머리에서 '김' 나는 이야기.

왜? 우리도 그 고통과 슬픔의 그 느낌 아니까~

 

자기 짜증 나는 거, 자기 개인적으로 피곤한 거, 그냥 남한테 다 뿜어내지 말고, 남을 대할 때는 한 번만 생각을 하고 대하자고.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자기가 한 말을 한 번만 생각해 본 걸까?

다 옳은 소리인데 그게 또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바로 이렇게 느껴진다.

"너나 잘하세요!!!"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하라'는 곽 상사의 첫말과는 달리, 곽 상사에게 필요한 것을 말하면 그는 그 말을 들었을 뿐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았다.

 

 

그럴 거면 왜?

근데 의외로 이런 사람 많다.

말만 번드르르한 사람.

그래서 좋은 사람으로 인식되지만 아무것에도 소용이 없는 사람.

그런 사람은 되지 맙시다!

 

"그냥 늙어 죽어서 없어지는 사람에 비해서 내로 태어나는 사람의 수가 적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후손이 점점 줄어들어서 그냥 사람이 세상에서 다 사라진 거죠. 그게 다예요."

 

 

아무런 일도 없었다.

세계 대전도, 혜성의 충돌도, 전염병도.

그저 태어나는 사람이 없었고, 늙어 죽는 사람만 있었던 거다.

그렇게 이 지구에는 최후의 인간만 남았다.

젠장!

우리의 20년 후가 저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에 한국인은 없고 외국인만 득실거릴지도 모를 거라는 사실.

그러나 그마저도 없으면???

 

일상에서 길어올린 이야기는 SF를 양념으로 버무려서 독특한 매운맛을 낸다.

맛있게 매운맛은 스트레스를 주지만 스트레스를 흘려보내기도 한다.

 

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은 그런 작품이다.

매콤한 맛으로 스트레스를 풀게 되는 특별함이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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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브루클린
제임스 맥브라이드 저자, 민지현 역자 / 미래지향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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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깨달음이 왔다. 우리는 같은 신세구나. 갇혀 있어.

 

 

60년대 뉴욕의 허름한 동네.

마약이 있고, 다양한 인종이 머물고, 교회가 있고, 이탈리아 갱들이 있는 도시.

그곳 광장에서 총성이 울리면서 시작되는 어메이징 브루클린.

 

다양한 인물들의 등장 때문에 처음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그 많은 인물들이 왜 등장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주인공 위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어메이징 브루클린은 주변인들의 이야기도 함께 돌아가서 복잡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어느 이야기에나 있는 고비를 넘기면 그 인물들이 주는 감정들이 점점이 박혀온다.

시대가 다르고, 사는 곳이 달라도 결국 그 사람들은 바로 내 주변에서 볼 수 있었던 사람들이고, 지금도 보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딤즈가 못 견디게 싫어하는 게 있다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불평을 끊임없이 해대는 사람들이었다.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에 불평을 한다.

 

 

고만고만하게 사람들.

삶이 고달픈 사람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불평들.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나기 어려운 그곳.

 

한낮의 총성은 그 모든 것들에게 생명을 준 거 같았다.

너무 무심하게 보아오고, 묵인하고, 외면했던 삶의 모든 것들로부터 깨어나라는 듯이.

 

다양한 인종들과 다양한 세력들이 고만고만한 삶에서 우위를 점유하려는 갖가지 행동들과 생각들이 어메이징 브루클린 안에 있었다.

어째서 60년대 일까?

작가가 설정한 60년대엔 무엇이 있었을까?





그 시대 그 사회가 가졌던 인종 문제, 마약 문제, 꾸역꾸역 살아내기 바빴던 빈민층의 연대

피부색으로 사람을 다르게 취급했던 시간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냥 그것에 묻어가려는 사람도 있었고, 이꼴저꼴 보고 싶지 않아서 환상 속에서 사는 사람도 있었다.

 

어메이징 브루클린은 그때의 이야기지만 지금 이 시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변하듯 변하게 하나도 없는 그들의 모든 것이 지금이 현실에도 그대로니까..

그래서 독자들은 이야기를 읽고 나서 현실을 되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변한 듯 변하지 않은 현실을...

 

가난한 사람들은 여전히 불평불만을 입에 달고 있고,

차별은 여전히 존재하고,

마약도 여전히 돌아다니고,

갱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세를 넓히려 하고,

현실에 있지 않고 꿈속에 사는 사람들도 여전하다.

 

가진 자들은 가진 거 없는 자들을 외면하고

가진 게 없는 자들은 그럼에도 끈끈하게 서로를 챙겨준다.

어메이징 브루클린은 어메이징 월드다.

모든 곳에서 이 이야기와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들이 흐르고 있으니까...

 

그렇게 정의를 실현함으로써 당신은 누군가를 위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죠. 그러니 어찌 보면 당신과 나는 결국 같은 일을 하는 거예요. 오물을 치우는 일. 누군가 살아간 흔적들을 추적하고,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만들어내는 실수들을 찾아서 정리하죠.

 

 

세상은 지 자매가 말한 것처럼 묵묵히 정의를 실현해가며 사는 사람들로부터 지켜진다.

세상에 아무리 많은 범죄가 넘쳐난다 해도 정의를 실현하는 사람들에게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복잡함과 편안함이 함께 공존한다.

복잡한 인간사에서도 우리는 그들이 모두 평화롭게 살기를 원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건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의 마음과도 같다.

 

우리 모두는 평안하게 살고 싶어 하고,

우리 모두는 평안하게 살 권리와 의무가 있으니까.

 

어메이징 브루클린.

그곳엔 평안하게 살고 싶어 한 사람들이 넘쳐났다.

그것은 결코 어메이징 한 게 아니었다.

그것을 어메이징 하게 느끼는 현실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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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방 - 나를 기다리는 미술
이은화 지음 / 아트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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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세상을 바꾸거나 구원하지는 못하겠지만 내 삶을 바꾸거나 더 풍요롭게 만들 수는 있다고 믿는다.

 

 

미술관처럼 꾸며진 5개의 방은 주제가 있다.

발상, 행복, 관계, 욕망, 성찰의 이름이 붙은 방에 12점의 그림이 걸려있다.

익숙한 그림도 있고, 처음 보는 그림도 있다.

 

<발상의 방> : 예술의 관념을 깨기 위해 싸우고 도전했던 미술가

 

세계 최초의 추상화가는 칸딘스키가 아니었다.

힐마 아프 클린트.

평생 은둔하며 그림을 그렸지만 살아생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다.

 

 

"내 작품을 내가 죽은 뒤 20년 동안 봉인하거라."

 

 

역사에서 '최초'는 중요하다. 최초로 이룬 자들만이 기록되기 때문이다. 아프 클린트가 칸딘스키보다 5년 앞서 추상화를 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서양미술사는 새로 쓰여야 할 것 같다. 최초의 추상화가는 칸딘스키가 아닌 아프 클린트였으며, 그림을 이젤이 아닌 바닥에 놓고 그린 혁신적 시도 역시 잭슨 폴록 보다 최소 40년은 앞섰다고.

 

 

힐마 아프 클린트가 역사에 기록되기를 바란다.

 

푸른 하늘에 대고 사인을 한 이브 클랭.

그의 블루는 명작이 되었다.

캔버스에 파란색을 칠한 것뿐이지만.

나는 그 파란색 앞에서 오만가지를 느껴야 할 거 같은 강박을 느낀다.

이것 역시 관람의 발상 전환인 걸까?






<행복의 방> : 일상을 새롭게 인식하게 만드는 작가

 

 

포장의 달인이자 예술의 달인인 환경설치미술가 크리스토 자바체프와 잔클로드.

두 사람의 프로젝트는 인상적이다. 역사적 장소를 포장하는 사람들이라니.

그들의 아이디어가 실현되는 과정 자체가 바로 사람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주는 거 같다.

 

 

전쟁 속에서도 아이들은 천진난만하다.

아이들의 모습을 무심히 보고 있으면 고달픈 세상사를 잊을 수 있을 거 같다.

핀란드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해변에서 노는 소년들>은 아련하기만 하다.

 

 

고야는 세상을 풍자한 그림들을 약국에서 팔았다.

그것도 자신이 살고 있는 집 1층에 있는 약국이다.

자신의 판화가 어떤 파장과 반향을 일으킬지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

 

 

 

<관계의 방> : 인간관계에서 파생하는 다양한 감정

 

남자친구에게 받은 이별 편지를 각계각층의 사람들에게 보내 분석을 의뢰한 소피.

그 결과물을 전시해서 모든 사람들과 이별의 슬픔을 나눴던 소피.

소피도 대단하지만 자신들의 개성에 맞게 편지를 해석한 사람들도 대단하다.

 

반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은 볼 때마다 결혼식이 아닌 다른 것이 떠오른다.

마치 불멸의 존재에게 자신을 내맡기는 듯한 느낌이 든다.

존재하지 않는 존재에게 자신을 내어주는 불편함과 공포가 보인다.

결혼이란 그런 것이니까.

결혼 전에 존재했던 사람은 결혼 후에는 존재하지 않는 법.

그 존재에게 나를 다 맡겨 버려야 하는 순간의 공포를 아주 잘 그려낸 작품인 거 같다.

물론 고야가 내 말을 듣는다면 기암을 하고 쓰러질지도 모르겠지만.

 

<욕망의 방> : 권력과 욕망

 

피핑 톰은 엿보기 좋아하는 사람이나 관음증 환자를 뜻한다.

이 말은 영국의 고다이바 부인의 전설에서 유래했다.

남편의 가혹한 세금 징수로 인해 고통받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 알몸으로 마을을 한 바퀴 돌았던 고다이바 부인.

모두가 부인의 희생을 고맙게 그녀가 마을을 도는 동안 집안에서 창문을 꼭 닫고 있었다.

그러나 재단사 톰은 궁금증을 참지 못해 살짝 엿보았고, 그 후로 장님이 되었거나,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는 설이 있다.

 

결혼 3년 만에 갖게 된 실레.

행복한 생활은 잠시였고, 이후로 찾아온 스페인 독감으로 아내와 뱃속의 아이를 한꺼번에 잃는다.

그리고 3일 후 실레 역시 독감으로 세상을 떠났다.






<성찰의 방> : 개인과 사회의 기억과 성찰

 

개인과 사회가 동시에 성찰하게 되는 가장 큰일은 전쟁일 뿐이다.

이 책에서 처음으로 만나게 된 <한국인 어머니> 라는 그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이 건네져 온다.

폴란드 작가의 이 그림에서 뒤쪽에 그려진 연기는 미군이 폭격을 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공산국가의 해석은 미군의 폭격이지만 나의 해석은 그 반대편의 폭격이라고 생각된다.

그림도 결국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것이다.

 

60점의 그림들에 담긴 이야기.

이 책에 담긴 이은화 저자의 글은 보충 설명 정도로 새기고

스스로 그림에 담긴 느낌과 해석을 해본다면 어떨까?

저자의 글과는 다르게 느껴지는 그림들 앞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것 역시 스스로를 성찰하는 방법이기도 할 테니까.

 

그럼에도.

짧은 글로 그림 속에 담긴 감정들을 돌아보는 시간들이 좋았다.

주제별로 묶고 짧은 그림에 대한 정보만은 주어서 독자들에게 더 많은 사색을 하게 하는 책.

<그림의 방>은 내게 그런 책이었다.

 

마음이 복잡할 때 아무 곳이나 펼쳐 읽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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