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울 레이터 더 가까이
사울 레이터 지음, 송예슬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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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평범한 것들 속에서 무언가를 찾아내는 게 즐겁다.

 

 

사진을 좋아하는 분들은 사울 레이터를 아실 겁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사울 레이터를 알게 되었습니다.

사진으로 박제된 시간의 한순간들이 무심하게, 또는 훔쳐보듯이 담겨 있습니다.






사진 속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자신 인생의 한순간이 누군가의 렌즈에 포착되어 영원히 남겨졌다는 걸 알까요?

 

2013년 11월 여든아홉 살의 나이에 세상을 뜬 사울 레이터.

<사울 레이터 더 가까이>는 그가 1948년부터 1966년 사이에 촬영한 사진들 중 76장을 선별한 사진집입니다.

판형도 사진집답게 디럭스 사이즈로 큼직합니다.

양장본이라 소장용으로도 좋은 책입니다.

 

'레이터 스타일'의 상징이 된 사진들을 떠올리며 사울의 고유한 미감이 드러나는 사진들을 주로 선별했지만, 특이하고 급진적이며 위트 넘치는 그의 실험 정신을 따라 의외의 사진들도 추렸다.

 

 

그의 사후 사울 레이터 재단에서 그의 작품들을 모아 선별해서 그가 추구하는 방향을 최대한 반영하여 탄생한 <사울 레이터 더 가까이>

책을 받은 날로부터 부쩍 비가 오는 날이 많아서 그런지 사진집의 사진들의 느낌이 더 아련하기만 합니다.

 

사울 레이터는 랍비 교육을 받았다고 하는데 부모님의 기대와는 달리 사진작가가 되었습니다.

이토록 자유로운 영혼이 랍비가 되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이런 작품은 만나지 못했을 겁니다.

 

뉴욕의 일상을 담은 사진집 <사울 레이터 더 가까이>를 보면서

지난 세대의 뉴요커들을 봅니다.

마치 영화속 장면들을 캡쳐한 느낌입니다.



색은 삶의 중요한 구성요소이며, 사진에서 영광스러운 자리를 차지합니다.

 

"세월이 흐르면 지금 우리를 둘러싼 것들이 머나먼 곳에서 온 것처럼 낯설어 보일 겁니다. 따라서, 참 재미있게도, 시간은 사진작가의 편입니다."

 



빗소리를 들으며 지나간 시간들의 흔적들을 보고 있노라니 또 다른 세상을 마주하고 있는 기분입니다.

어쩜 모두가 보았으나 깊이 새기지 않았던 장면들이거나

모두의 눈에 띄었으나 주목받지 못한 순간들

혹은 숨어 있었지만 사울 레이터의 레이다에 걸린 하나의 순간들이 이 책에 담겼습니다.

 

사울 레이터.

그는 렌즈로 어떤 세상을 보았을까요?

그가 본 세상이 그의 사진에 오롯이 남은 거라면 그는 전체의 풍경에서 독특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재주가 있는 사람이었나 봅니다.

화려하고 중심이 되는 피사체는 없지만 그의 사진에 담긴 한순간은 분명 살아 움직이고 있는 느낌입니다.

박제된 사진 속에서도 그 순간은 흐르고 있네요..

 

전시회장에서 액자에 담겨 조명을 받고 있는 사진을 감상하는 것도 좋겠지만

이렇게 사진집으로 조용히 빗소리를 들으며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시끄러운 마음을 다독이는데 좋은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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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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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게 쥔 주먹에는 사랑이 없지만 친구 펀치에는 사랑이 있어. 사랑이 가득 한 친구펀치를 구사하며 우아하게 살아갈 때 아름답고 조화로운 인생이 열린단다.

 

 

검은 단발머리에 가끔 로봇 스텝으로 걷고, 친구펀치를 자랑하는 여학생.

그 여학생을 짝사랑하는 선배는 늘 촉을 그녀에게 두고 접근할 방도를 강구하지만 이상하게도 자꾸 빗나가고 만다.

어둔 밤거리에서 바지를 강탈 당하고, 옥상에서 떨어질 뻔하고, 비단잉어에 맞아 기절하며 세상에서 가장 매운 냄비요리를 먹으며 그녀에게 소중한 책 [라타타탐]을 찾아주기 위해 눈물겨운 세월을 보낸다.

그는 그녀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처음엔.

뭐 이런 이야기가 다 있지?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거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어디로 튈지 몰라서 조마조마한 사람을 보는 느낌이다.

밤거리를 혼자 거닐며 낯선 사람과 술을 마시고, 어울리는 이 여자는 도대체 어떤 강심장일까?

좋아하는 여자를 눈으로만 쫓는, 그러다 결정적인 순간에 꼭 사고를 당하는 이 어리버리한 남자를 어떡할까?

요상한 묘기를 부리는 남자.

춘화를 팔려고 하는 남자.

웬만한 남자 찜쪄먹는 여자.

3층 전차를 타고 다니는 도인 같은 고리대금업자. 이백으로 불리는 남자.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들의 등장과 낯선 밤 문화에 걸쳐진 판타지는 생소하면서도 묘한 중독성을 지녔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에 걸친 짝사랑 대 행진.

답답한 남주와 도대체가 진위를 파악할 수 없는 여주.

어딘가 다른 차원에서 온 듯한 주변 캐릭터들이 요상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인상 깊은 에피소드는 여름.

헌 책방이 나와서, 책에 대한 이야기들이 즐거워서, 몇 만권 되는 책들이 즐비한 골목길의 풍경이 참으로 탐이 나서 좋았다.

 

"출판된 책은 누군가에게 팔림으로써 한 생을 마감했다가 그의 손을 떠나 다음 사람 손으로 건너갈 때 다시 살아나는 거야. 책은 그런 식으로 몇 번이고 다시 소생하면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가지. 신은 나쁜 수집가의 손에 갇혀 있던 헌책을 세상에 풀어줌으로써 다시 생명을 갖게 해주는 거야. 그러니 마음 나쁜 수집가들은 마땅히 헌책시장의 신을 두려워해야 해!"

 

 

내 책방에 고여 있는 책들이 생각나서 내가 나쁜 수집가가 된 기분이었다.

헌책시장의 신이 내게서 가져갈 책은 뭘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아마

이 이야기를 읽으며 술을 한 잔도 마시지 않았음에도 휘청거리는 기분을 느꼈고

책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풍겨오는 책 냄새를 맡았다.

이제는 언제 가 볼 수 있을지 모를 대학 축제의 아련함도 그려보고

코시국의 겨울을 또다시 보내야 한다는 암담함도 잠시 느껴 보았다.

 

이 참 무심한 인간들의 로맨스 판타지는 제목만큼 인상적이지는 않았지만

제목이 주는 무언의 압력은 내 마음에 새겨질 거 같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열심히 살라는 이야기 같기도 하고

여자라고 주눅 들지 말고 당당하라는 암시 같기도 하고

세월 참 빠르니 청춘을 즐기라는 얘기 같기도 하고

밤은 짧으니 술집 순례를 하려면 부지런히 걸으라는 말로도 들리는 제목처럼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는 누군가의 꿈속을 거닐다 온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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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
이치조 미사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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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사랑은 내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무언가를 바꿔갔다.

나는 사랑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사랑으로 달라져 가는 사람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느꼈다. 나 혼자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모르는 체로.....

 

전작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를 읽지 않아서 이 이야기를 잘 따라갈 수 있을까를 고민했었다.

기우였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는 전작의 이야기를 조금씩 과거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면서 혼자 짝사랑을 하던 와타야의 시선과 그녀를 좋아하는 나루세와 마오리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과거와 현재가 오가는 이야기 속에 아련한 첫사랑의 모습과 사랑을 잃은 아픔이 담담하게 그려졌다.

 

절친의 남자친구를 몰래 좋아했던 와타야.

다정하고 요리도 잘하고, 집안일도 잘했던 와타야의 첫사랑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다.

말 못 할 짝사랑의 죽음으로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 와타야 앞에 그를 닮은 연하남 나루세가 고백을 한다.

 

"지금까지 내 인생은 시시했지 뭐야. 냉담한 느낌으로 뭔가를 안 것처럼 착각해서 말이지, 바보 같은 일도 엉뚱한 일도 해본 적이 없었어."

 

스무 날을 보내는 와타야의 모습은 쓸쓸하다.

말 못 하는 첫사랑을 가슴에 품은 채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외롭게 보내는 와타야.

그녀 앞에 나타난 다정한 남자 나루세.

나루세는 와타야의 마음을 열어 보려 하지만 닫힌 마음의 문은 좀처럼 여유를 주지 않는다.

그러다 와타야의 친구 마오리를 만나면서 와타야의 닫힌 맘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첫사랑의 소중한 기억이 남에게 말하지 못할 아픔이라면 그것을 가슴에 끌어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어두운 것일까..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우정을 택한 와타야.

단 하루.

첫사랑과의 하루를 가슴에 품고 버티고 있는 와타야에게 그와 성격도 닮고 성도 똑같은 나루세는 어쩌면 다가가고 싶으면서도 피하고 싶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마음을 닫고 사는 와타야에게 도루를 닮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루세는 피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도루는 절친 마오리의 남자 친구였으니까.

 

닫힌 사랑의 마음을 열어가는 사람의 노력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을 변화시키는 사람의 노력이,

그로 인해 닫힌 마음에 깨달음이 찾아오는 과정이 담담하면서도 신선하게 그려졌다.

 

웃고 즐거워하고 행복하면 된다. 아무런 걱정도 없는 평범한 여자애로 있을 수 있다. 모든 걱정과 근심을 잊게 하고 나를 단지 여자애로 있게 해준다.

 

 

이거면 됐다.

내가 나이기를 주저 없이 보여줄 수 있는 사람.

나를 나 있는 그대로 봐주는 사람.

마오리에게 도루가 그런 사람이었다면, 와타야에게 나루세가 그런 사람이었다.

친구의 남자를 좋아한다는 죄책감이 그동안 와타야를 지배했다면, 그 감정을 사랑으로 승화시키고, 당당하게 만들어 준 나루세의 품은 정말 가장 여유롭고 넉넉한 품이 아니었을까?

 

귀여운, 그렇지만 성숙한 사랑의 마음들이 오롯이 담긴 <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

모처럼 사랑이 이런거지. 라는 순수함을 읽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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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의 과학 허세 (리커버판, 양장)
궤도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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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오지랖이 넓은 친구다. 물론 전지전능하다거나 만능이라는 뜻은 아니다. 단지 문제와 관련된 좋은 질문을 무수히 많이 만들어내어 높은 확률로 정답에 가까운 답을 찾아줄 거라는 기대가 있을 뿐이다.

 

과학을 알고 싶지만 일단 어렵다는 이유로 늘 멀리해왔다.

알 수 없는 용어들로 가득한 과학에 대해 내 관심분야가 아니라는 이유로 별다른 노력도 안 했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2018년에 출간되어 이번에 리커버 에디션으로 개정판이 나왔다.

궤도라는 작가의 필명부터 독특해서 호기심이 생겼다.

 

저자는 유튜브 채널 <안될과학>을 운영 중이다.

이 채널의 구독자 수가 50만 명이 된 기념으로 본문을 보완하고 QR코드를 달아 유튜브를 연동시켜 개정판으로 나온 책이라 책과 영상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자유의지의 과학.

내 의지라고 믿었던 게 내 의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건 별로였지만 세상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게 조금 위로가 됐다.






이 넓고 무한한 우주에 우리 외에 누군가 있다는 가장 결정적인 단서이자 증거는 바로 우리, 창백한 푸른 점에 사는 인류다.

 

지구에 인간이 살고 있으며 문명을 이룩했으니 우주 어딘가에 외계인도 있을 거라는 생각도 사실이라면 우린 언젠간 외계인과 조우할 날이 있을 거 같다.

그게 내 생애가 아니기를 바랄 뿐.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인공지능이 어느 순간 목표를 세웠다고 가정해 보자. 이 목표와 인류가 추구하는 방향이 맞지 않는다면 바로 그때가 <터미네이터> 네 번째 시리즈인 '미래 전쟁'의 시작이다.

 

 

인공지능의 과학 편을 읽는데 미래가 불안불안해진다.

아직은 아니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이지만 인공지능은 빠르게 진화되고 있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미래가 거의 실현되고 있는 세상이니까 우리도 언젠가는 인공지능과 싸워서 인류를 지켜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날은 내 생에 오지 않을 거라 믿고 싶다.

인간이 편리한 것만 추구하다 결국 인공지능에게 인류의 자리를 뺏기는 날이 온다면 터미네이터에서처럼 인공지능 개발을 없애기 위해 타임머신을 타고 누군가가 올지도 모른다. 아니, 어쩜 누군가 이미 와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려울 거 같은 과학의 이야기를 흥미로운 소재와 재밌는 이야기로 복잡하지 않게 이해하게 만드는 책

<궤도의 과학 허세>

이 책을 읽고 나면 전문적이지 않더라도 어디 가서 '알은체'는 할 수 있을 거 같다.

어떤 개념을 머릿속에 각인시키는 건 어렵다.

그 어려운 걸 이 책이 말하고 있다.

방학 동안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소소한 이야깃거리가 생길 거 같다.

과학을 어렵게만 생각했다면 이 책을 통해 복잡한 개념을 쉽게 잡아 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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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 내리는 날 다시 만나 - 시골 수의사가 마주한 숨들에 대한 기록
허은주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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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상품으로 유통된다는 것은 환불, 교환, 반품의 대상이 된다는 걸 의미한다. 반려동물이라는 말을 누구나 사용하는 지금이지만 동물들은 여전히 상품의 자리에 머물러 있다.

 

 

지금껏 반려동물을 한 번도 키워보지 못했다.

엄마가 동물 키우는 걸 싫어해서 개도 고양이도 우리 집에서 길러 본 적이 없다.

자연 어른이 되어서도 반려동물은 남의 집 이야기였고, 나는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

결혼 후에 일요일이 되면 늘 '동물농장'을 보게 됐다.

랑님이 동물을 좋아하고, 반려견을 키워봤기에 '동물농장'을 보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있는 중이다.

언젠가는 우리 집에도 귀여운 댕댕이가 함께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그래서 이 책을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다. 반려견을 기르기 전에 예비지식을 갖출 수 있을지 모른다는 내 마음은 책을 읽으며 "아주 복잡해졌다."






요즘 동네에 동물 병원이 많이 생겼고, 반려동물의 생필품을 파는 가게들도 많이 생겼다.

응급실을 갖춘 대형동물 병원도 생겨서 반려동물 숫자가 늘어나고,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나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고, 공급을 위해서 마련되는 생산시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차원이 이야기였다.

 

양계장은 닭이 달걀을 만들어 내는 곳이다.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닭장에 갇혀서 알만 계속 낳는 닭이 낳은 알이 아닌 마당을 거닐며 자연스레 낳는 알을 선호한다.

그런 달걀은 또 비싼 값에 팔린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우리가 펫숍 고르는 반려동물들이 바로 그렇게 태어나기 때문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더 이상 새끼를 낳지 못할 때까지 새끼를 낳아야 하는 동물들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태어나자마자 어미에게서 떼어져 팔려가는 동물들을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택배 상자에 갇혀서 고속버스로 신속 정확하게 배달되는 동

물의 두려움과 정신적 고통을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주인과 사별한 반려동물이 돌아오지 못할 주인을 기다리는 심정을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동물은 인간이 아니다.

그러므로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그 동물이 인간과 똑같은 고통과 슬픔과 사랑을 느낀다고 생각하지 못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대부분 동물에 대한 '무지'가 동물 학대를 방치하고, 나아가 공급을 늘리기 위해 해서는 안 될 짓까지 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것들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저자가 수의사로서 다양한 동물을 만나면서 그들의 사연으로 알게 되는 사실들은 인간이기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반려견들을 데리고 산책 나오는 사람들을 보며 저 중에 이 책에 담긴 사실을 아는 이가 몇이나 될까?를 생각해 본다.

물건 고르듯이 골라서 맘에 안 들면 반품하는 동물들.

말 못 하는 짐승에게도 지켜야 할 선이 있을 텐데 그 선을 어기고도 당당한 사람들.

반려동물을 입양한 사람들은 아이를 입양하는 것과 같은 심정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쉽지 않은 일을 쉽게 생각하고 덤비는 사람들 때문에 버려지고, 파양되고, 유기되는 동물들이 많아진다는 사실이 참 안타까웠다.

 

사람은 유리창 틀, 문틀이 있는 곳에는 유리가 있다고 인지하는 방법을 학습한다. 반면 새들은 중력 방향으로 떨어지지 않고 날기 위해 시속 40킬로미터로 날아가기 때문에 부딪히는 순간 대부분 즉사한다. 사람이 유리에 부딪히면 투명한 유리의 위험을 배울 기회가 되지만, 새들에게 다음은 없다. 새들에게 유리는 죽음으로 가는 문이다.

 

 

새들이 도시에서 유리창에 부딪혀 즉사한다는 말은 충격이었다.

인간이 세운 방음벽과 건물의 투명창은 새들의 진로를 막는 것이다.

아무도 그걸 고려하지 않는다.

사람이 중심인 세상에서 새들의 비행권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새들이 사라지는 속도만큼 인간이 사라진다면 그때 가서야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될까?

 

지구는 인간만의 것이 아니다.

인간의 입맛에 맞는 종들만 사는 곳이 아니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간과하는 것들이 곧 인간의 삶을 괴롭힐 것이다.

우리는 이미 그 괴롭힘의 단계에 서 있다.

지금이라도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동물을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한 번쯤 읽어 봤으면 좋겠다.

동물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 필독했으면 좋겠다.

세상을 나아지게 만들고 싶고, 무엇보다 인간이고 싶은 사람들이 읽어 보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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