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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죽음 - 다문화의 대륙인가? 사라지는 세계인가?
더글러스 머리 지음, 유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3월
평점 :
작년에 영국에 사는 동생을 보러 갔을 때 동생이 한 말이 내내 이 책을 읽는 동안 떠올랐다.
- 언니, 30년 후에는 세계 인구의 절반이 무슬림 아니면 중국인일 거야.
- 설마!
- 봐봐. 우리나라도 그렇게 되어가고 있지만 다들 결혼 안 하고 결혼해도 아이를 안 낳거나 최소 한 명만 낳잖아. 하지만 중국인이나 무슬림들은 기본이 아이 셋이야. 그럼 몇 십 년 후에는 어떻게 될까? 지금이야 별로 신경 쓰지 않겠지만 유럽 인구는 점점 줄고, 우리나라도 인구가 점점 줄어가는데 저 사람들은 계속 인구수를 불리고 있잖아? 그게 아주 먼 미래의 일 같아? 30년 정도 지나면 인구수 대비로 따지면 이 세상을 차지하는 무슬림과 중국인의 수를 당할 수 없을걸.
섬뜩한 진실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였다.
그러고 보니 영국에 갔는데 영국 사람들보다는 무슬림이나 딱 봐도 중국 사람들과 더 많이 마주쳤다.
동생이 사는 곳은 학군이 좋아서 집값이 조금 세지만 젊은 부부들이 아이 키우기 좋은 곳이라 많이 살고 있는 동네였다.
하지만 그곳에 중국인들이 터를 잡으면서 1년 동안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한다.
집값은 높아지고 그것을 견디지 못하는 영국인들은 하나 둘 동네를 떠나고 결국 학군 좋았던 학교는 1, 2년 새에 절반 가까이 중국인 학생들로 채워졌다.
그리고 올해부터 중국 말로 된 학교 공문도 온다고 한다.
더글러스 머리의 유럽의 죽음은 거짓말이 아니다.
그가 느끼는 위기의식 또한 거짓이 아니다.
이민지가 많아지면 값싼 노동력이 생기기는 한다. 처음엔.
하지만 그들이 이곳에 적응하고 자리를 잡으면 자신의 가족들을 데려 오게되고 , 그렇게 그들은 자신들만의 타운을 형성하게 된다.
보통의 나라에 이민자들이 자리 잡는 순서다.
지금 유럽은 그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전쟁 난민들이 물밀듯이 국경 없는 유럽으로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비교적 나라에서 나라로 이동이 간편하다. 모두 대륙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그게 유럽의 장점이었지만 이젠 단점이 되었다.
영국은 EU 탈퇴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 여파를 지금 온몸으로 견디고 있는 중이다.
그들이 EU 탈퇴를 찬성한 이유 중에 하나도 바로 이 이민자들이다.
정치인들은 그들의 표를 위해 이민자들에 대한 말을 삼키고
여론은 자칫 인종차별이라는 뭇매를 맞을까 봐 눈을 감고
유명 인사들은 그들에게 쏘아질 차별과 편견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 외면하고 있는 현실이 이 유럽의 죽음 속에 담겨 있다.
우리에게도 낯설어진 동네가 있다.
대림동은 이제 조선족 자치구라는 말로 표현된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대한민국은 단일민족이라고 배웠지만 이제 그 말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다.
우리는 집집마다 다문화가정이 존재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우리가 인간의 도리로서 행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난민 문제는.
하지만 그들이 낯선 나라의 문화와 전통과 질서를 배울 생각이 없다면?
다른 나라에 살면서 자신들이 것을 지키기 위해 애쓴다면?
이민자들의 수가 기존 유럽인들의 머릿수를 능가한다면?
유럽의 가치와 유럽의 질서와 유럽의 문화와 유럽의 마음을 따르려 하지 않는 이민자들의 수가 자신들 보다 더 많을 때 그들은 과연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정계나 재계에서 자리를 확보한 이민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에 모든 것이 유리해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더글러스 머리가 대표하는 유럽인들의 두려움이 바로 그것이다.
자각은 하고 있지만 나설 수 없는 이 상황이 당대까지는 그럭저럭 이어질 것이다.
노회한 정치인들이 용기를 내지 않는 이유다.
그들은 자신들의 과오를 책임질 생각이 없다.
그리고 유럽은 점점 침범당하고 있다.
엄연한 사실 앞에서 본질을 무시하고 선정적인 이슈로 모든 걸 덮어 버리려는 저열한 정치와 여론은 결국 자신들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30년 후
유럽 대륙은 이민자들의 식민지가 되어 있을 거 같다.
그들이 몇 백 년 전에 그들을 식민지로 삼았듯이.
역사는 되풀이되고
지금은 과거의 역사가 유럽에서 되풀이되고 있을 뿐이다.
더글러스 머리가 장황하게 말하는 사실들을 편견이라고만 생각하고 외면한다면
결국 유럽은 이 책의 제목처럼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흐르면 금세기 안에 처음에는 주요 도시에서, 그리고 나중에는 나라 전체에서 우리 사회는 마침내 <이민자들의 나라>가 될 것이다. 한동안 우리가 행세만 하던 나라로 실제로 변신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 놓으라고 한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대책 없는 선의는 결국 선을 넘을 빌미를 제공할 따름이고
그렇게 선을 넘어 침범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받은 '선한 행동'을 전혀 이해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 문제를 직접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자기들 좋은 식으로 해석하며 정치적 지지 표만 얻을 생각으로 행동한다면
결국 거기서 파생되는 모든 문제는 다음 세대들의 어깨에 올려질 것이다.
그야말로 유럽은 WE ARE THE WOLRD가 되어가고 있다.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은 점점 자신의 자리에서 밀려나고 있고, 그 두려움을 이제 겨우 드러냈을 뿐이다.
세상 모든 결정은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게 마련이고, 그 논리로 생각한다면 앞으로 몇 십 년 뒤엔 이민자들의 결정으로 유럽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 유럽은 지금의 유럽과 같은 맥락으로 흐를까?
나는 그것이 궁금하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았으나, 온전히 내 맘대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