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
이치조 미사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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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사랑은 내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무언가를 바꿔갔다.

나는 사랑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사랑으로 달라져 가는 사람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느꼈다. 나 혼자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모르는 체로.....

 

전작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를 읽지 않아서 이 이야기를 잘 따라갈 수 있을까를 고민했었다.

기우였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는 전작의 이야기를 조금씩 과거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면서 혼자 짝사랑을 하던 와타야의 시선과 그녀를 좋아하는 나루세와 마오리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과거와 현재가 오가는 이야기 속에 아련한 첫사랑의 모습과 사랑을 잃은 아픔이 담담하게 그려졌다.

 

절친의 남자친구를 몰래 좋아했던 와타야.

다정하고 요리도 잘하고, 집안일도 잘했던 와타야의 첫사랑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다.

말 못 할 짝사랑의 죽음으로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 와타야 앞에 그를 닮은 연하남 나루세가 고백을 한다.

 

"지금까지 내 인생은 시시했지 뭐야. 냉담한 느낌으로 뭔가를 안 것처럼 착각해서 말이지, 바보 같은 일도 엉뚱한 일도 해본 적이 없었어."

 

스무 날을 보내는 와타야의 모습은 쓸쓸하다.

말 못 하는 첫사랑을 가슴에 품은 채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외롭게 보내는 와타야.

그녀 앞에 나타난 다정한 남자 나루세.

나루세는 와타야의 마음을 열어 보려 하지만 닫힌 마음의 문은 좀처럼 여유를 주지 않는다.

그러다 와타야의 친구 마오리를 만나면서 와타야의 닫힌 맘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첫사랑의 소중한 기억이 남에게 말하지 못할 아픔이라면 그것을 가슴에 끌어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어두운 것일까..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우정을 택한 와타야.

단 하루.

첫사랑과의 하루를 가슴에 품고 버티고 있는 와타야에게 그와 성격도 닮고 성도 똑같은 나루세는 어쩌면 다가가고 싶으면서도 피하고 싶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마음을 닫고 사는 와타야에게 도루를 닮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루세는 피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도루는 절친 마오리의 남자 친구였으니까.

 

닫힌 사랑의 마음을 열어가는 사람의 노력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을 변화시키는 사람의 노력이,

그로 인해 닫힌 마음에 깨달음이 찾아오는 과정이 담담하면서도 신선하게 그려졌다.

 

웃고 즐거워하고 행복하면 된다. 아무런 걱정도 없는 평범한 여자애로 있을 수 있다. 모든 걱정과 근심을 잊게 하고 나를 단지 여자애로 있게 해준다.

 

 

이거면 됐다.

내가 나이기를 주저 없이 보여줄 수 있는 사람.

나를 나 있는 그대로 봐주는 사람.

마오리에게 도루가 그런 사람이었다면, 와타야에게 나루세가 그런 사람이었다.

친구의 남자를 좋아한다는 죄책감이 그동안 와타야를 지배했다면, 그 감정을 사랑으로 승화시키고, 당당하게 만들어 준 나루세의 품은 정말 가장 여유롭고 넉넉한 품이 아니었을까?

 

귀여운, 그렇지만 성숙한 사랑의 마음들이 오롯이 담긴 <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

모처럼 사랑이 이런거지. 라는 순수함을 읽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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