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 내리는 날 다시 만나 - 시골 수의사가 마주한 숨들에 대한 기록
허은주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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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상품으로 유통된다는 것은 환불, 교환, 반품의 대상이 된다는 걸 의미한다. 반려동물이라는 말을 누구나 사용하는 지금이지만 동물들은 여전히 상품의 자리에 머물러 있다.

 

 

지금껏 반려동물을 한 번도 키워보지 못했다.

엄마가 동물 키우는 걸 싫어해서 개도 고양이도 우리 집에서 길러 본 적이 없다.

자연 어른이 되어서도 반려동물은 남의 집 이야기였고, 나는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

결혼 후에 일요일이 되면 늘 '동물농장'을 보게 됐다.

랑님이 동물을 좋아하고, 반려견을 키워봤기에 '동물농장'을 보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있는 중이다.

언젠가는 우리 집에도 귀여운 댕댕이가 함께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그래서 이 책을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다. 반려견을 기르기 전에 예비지식을 갖출 수 있을지 모른다는 내 마음은 책을 읽으며 "아주 복잡해졌다."






요즘 동네에 동물 병원이 많이 생겼고, 반려동물의 생필품을 파는 가게들도 많이 생겼다.

응급실을 갖춘 대형동물 병원도 생겨서 반려동물 숫자가 늘어나고,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나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고, 공급을 위해서 마련되는 생산시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차원이 이야기였다.

 

양계장은 닭이 달걀을 만들어 내는 곳이다.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닭장에 갇혀서 알만 계속 낳는 닭이 낳은 알이 아닌 마당을 거닐며 자연스레 낳는 알을 선호한다.

그런 달걀은 또 비싼 값에 팔린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우리가 펫숍 고르는 반려동물들이 바로 그렇게 태어나기 때문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더 이상 새끼를 낳지 못할 때까지 새끼를 낳아야 하는 동물들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태어나자마자 어미에게서 떼어져 팔려가는 동물들을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택배 상자에 갇혀서 고속버스로 신속 정확하게 배달되는 동

물의 두려움과 정신적 고통을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주인과 사별한 반려동물이 돌아오지 못할 주인을 기다리는 심정을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동물은 인간이 아니다.

그러므로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그 동물이 인간과 똑같은 고통과 슬픔과 사랑을 느낀다고 생각하지 못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대부분 동물에 대한 '무지'가 동물 학대를 방치하고, 나아가 공급을 늘리기 위해 해서는 안 될 짓까지 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것들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저자가 수의사로서 다양한 동물을 만나면서 그들의 사연으로 알게 되는 사실들은 인간이기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반려견들을 데리고 산책 나오는 사람들을 보며 저 중에 이 책에 담긴 사실을 아는 이가 몇이나 될까?를 생각해 본다.

물건 고르듯이 골라서 맘에 안 들면 반품하는 동물들.

말 못 하는 짐승에게도 지켜야 할 선이 있을 텐데 그 선을 어기고도 당당한 사람들.

반려동물을 입양한 사람들은 아이를 입양하는 것과 같은 심정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쉽지 않은 일을 쉽게 생각하고 덤비는 사람들 때문에 버려지고, 파양되고, 유기되는 동물들이 많아진다는 사실이 참 안타까웠다.

 

사람은 유리창 틀, 문틀이 있는 곳에는 유리가 있다고 인지하는 방법을 학습한다. 반면 새들은 중력 방향으로 떨어지지 않고 날기 위해 시속 40킬로미터로 날아가기 때문에 부딪히는 순간 대부분 즉사한다. 사람이 유리에 부딪히면 투명한 유리의 위험을 배울 기회가 되지만, 새들에게 다음은 없다. 새들에게 유리는 죽음으로 가는 문이다.

 

 

새들이 도시에서 유리창에 부딪혀 즉사한다는 말은 충격이었다.

인간이 세운 방음벽과 건물의 투명창은 새들의 진로를 막는 것이다.

아무도 그걸 고려하지 않는다.

사람이 중심인 세상에서 새들의 비행권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새들이 사라지는 속도만큼 인간이 사라진다면 그때 가서야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될까?

 

지구는 인간만의 것이 아니다.

인간의 입맛에 맞는 종들만 사는 곳이 아니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간과하는 것들이 곧 인간의 삶을 괴롭힐 것이다.

우리는 이미 그 괴롭힘의 단계에 서 있다.

지금이라도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동물을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한 번쯤 읽어 봤으면 좋겠다.

동물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 필독했으면 좋겠다.

세상을 나아지게 만들고 싶고, 무엇보다 인간이고 싶은 사람들이 읽어 보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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