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형은 제시카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15
존 보인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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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은 없어요!

우리 형 이름은 제시카예요.

 

 

열세 살 샘에겐 제이슨이라는 멋진 형이 있다.

어린 동생을 지키기 위해 이마에 상처를 입은, 축구를 잘하고, 마음 따뜻한 세상에서 가장 멋진 형.

제이슨.

 

어느 날

제이슨은 가족 앞에서 자신은 더 이상 남자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장관인 엄마와 보좌관인 아빠는 없었던 일로 치부한다.

나랏일 하느라 자식들에게 신경 쓰지 못하는 엄마 아빠.

형 때문에 거의 존재감 없이 살던 학교에서 아이들의 놀림거리가 된 샘은 형이 원망스럽다.

누구보다 멋진 형인 왜 여자가 되려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샘의 시선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곳곳이 지뢰밭이다.

웃음의 지뢰밭.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의 작가 존 보인의 글엔 재치가 넘친다.

엄마와 아빠 역시 코미디 콤비처럼 보인다.

자식들에게 무관심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욕망만을 키우는 그렇고 그런 부모라고만 생각된다.

 

심각하고 진지한 이야기였다면 감동이 덜했을 거 같다.

시종일관 웃기지만 또 그만큼 찡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 우리 형은 제시카.

 

난독증이 있는 샘에게 형은 늘 바쁜 부모 대신이었다.

그런 형이 자신을 여자라고 믿는다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샘은 그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 없다.

형을 이해하고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형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샘.

열세 살의 나이에는 감당하기 힘든 일이지만 그래도 샘은 샘스럽게 이겨낸다.

 

엄마는 내 얘기를 귀담아들으려고 하지 않았어요! 로즈 이모는 내 말을 잘 들어 줘요! 게다가 나를 무슨 병에 걸린 사람처럼 대하지도 않는다고요!

 

 

그들에겐 엄마와는 딴판인 로즈 이모가 있었다.

제이슨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로즈 이모네로 간다.

형이 없는 집에서 점점 지워져 가는 형의 자리가 샘은 불편하다.

그러던 중 로즈 이모의 초대장이 도착하고, 샘은 형을 만나러 이모네 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샘은 제이슨이 아닌 제시카를 만나게 된다.

 

"물론 네 감정도 중요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야. 하지만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하진 않아. 너도 화나고 혼란스럽겠지. 당연해, 너는 겨우 열세 살이니까. 하지만 네 누나는 너보다 훨씬 심각하고 혼란스러운 일을 겪고 있어. 네가 누나를 정말 사랑한다면 누나 편을 들어 줘야지."

 

 

제이슨을 제시카로 불러주는 유일한 사람.

샘의 마음을 헤아리며 제시카의 입지를 제대로 알려주는 어른.

로즈 이모.

나는 이 남매에게 로즈 이모가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속물처럼 보이는 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한 아이가 떠돌지 않게 보듬어 주는 어른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 이야기는 끝까지 읽지 않으면 나처럼 오해하기 쉽다.

어떤 부모라서 이 문제를 쿨하게 인정할 수 있을까?

엄마와 아빠는 무관심한 거처럼 보였지만 그들이 얼마나 자신들의 아이들을 걱정했는지 알게 되었음에 안도하게 된다.

 

정말 중요한 건 가족이다.

가족의 이해와 사랑이 많은 난관을 헤쳐가는 힘이 되니까.

제이슨이 제시카로 살면서 바란 건 그 힘이었다.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긴다면 나는 어떨까?

어른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를 열세 살 아이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하지만 기우였다.

아이들은 그들만의 유연함으로 어른들 보다 더 잘 이해하고 감당할 수 있었다.

거기에 올바른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어른이 있었기에 더 가능한 일이었다.

 

언제나 주변엔 남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걸 알지 못할 뿐이다.

이 이야기가 청소년뿐 아니라 많은 어른들에게도 읽혔으면 좋겠다.

제이슨과 같은 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같은 이야기라도 보는 관점에 따라, 생각의 차이에 따라 심각한 일도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되고

대수롭지 않은 일도 심각한 일이 된다.

 

이 유쾌한 영국 가족 이야기는 읽고 나서 그럴 수가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게 만든다.

내 마음이 저절로 쿨해지는 이야기였다.

우리에겐 낯선 반응일지도 모른다. 우린 아직 더 전통적이니까.

하지만 우리가 가진 한 가지 전통에서 벗어나야 하는 일이 생긴다면 이 책이 조금은 도움을 줄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부모 자식 사이에도 존중의 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선택을 지지하고 존중하는 선.

 

유쾌하지만 찡한 이야기를 읽었다.

심각하게만 생각했던 이야기를 이렇게 가볍게 풀어내는 작가의 솜씨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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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신성가족 -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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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가 독과점체제가 되어 있기 때문에 불평등성이 내재돼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 시대 희망 찾기 프로젝트 사법 분야.

이 책은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사법 시스템에 대한 불신에 대해 1년여간 많은 사례들을 접하고 연구하면서 쓰인 책이다.

법조계 출신의 김두식 교수의 맛깔나는 문장 덕에 왠지 고리타분하고 어려울 거 같은 느낌의 책이 마치 소설처럼 읽혔다.

 

사법권은 독립된 권력이다.

법은 그 해석에 따라, 즉 판사의 해석 능력에 따라 다른 판결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판사의 성향에 따라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판사도 사람이니까.

 

하지만 고정된 틀을 만들어 놓고 유연성 없이 고압 된 자세로 마치 염라대왕인 양 자신의 권위만을 내세우는 판사라면 과연 공정한 판결을 내릴 수 있을까?

뇌물을 먹고, 그것을 뇌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관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한 사법권은 스스로 불신을 만들어 내는 집단일 뿐이다.

내가 막연하게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렇다고 들어온 얘기들이 사실로 확인되는 과정이었다. 불멸의 신성가족을 읽는 시간은.

 

법조계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깨끗하다고 믿는 일부 전현직 판검사들은 '사건과 관련하여' 돈을 받았는지를 부패의 핵심 요건으로 생각합니다. 사건과 관련하여 돈을 받은 게 아닌 이상, 실비, 휴가비, 전별금이나 술대접 등은 부패의 범주에 넣지 않습니다.

 

 

 

저런 방패막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뇌물죄나 비리를 판결하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니 없던 불신이 생기는 거 같다.

저들은 어째서 저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까?

 

엘리트 코스 체계를 밟은 '원만한 천재'들에게 암묵적으로 용인된 잘못된 관례들은 그들에게만 있는 특권으로 자리 잡았다.

윗세대들의 그런 관행이 아무런 제지도, 질문도, 따짐도 받지 않고 그대로 승계되어 버린 셈이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말은 그들에겐 통용되지 않는 말 같다.

변호사들조차 판검사들에게 하대를 당하는 상황에서 일반인들은 그들 앞에서 어떤 위치에 있게 될까?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어느 조직에서나 권위만을 내세우는 사람이 있는 반면, 권위의식 따위는 내려놓고 사람이 우선인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철옹성 같은 법조계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을 거라 믿는다.

 

 

 

 

구시대의 유물은 구시대의 인물과 함께 묻혀야 한다.

 

새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법이다.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저 희망적인 내용이 앞으로의 법조계의 바탕이 될 거라 생각된다.

풍요로운 세대와 궁핍했던 세대 사이엔 분명 간극이 존재한다.

부당함을 부당하다 말할 수 있는 그런 조직이 앞으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조직이 될 것이다.

 

법이 진화하듯이 그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도 진화해야 한다.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다른 힘에 의해서라도 진화되는 것이 바로 역사다.

 

정권과 국민의 싸움에서 이제는 법과 국민의 싸움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바로 지금의 현대사다.

법조계가 스스로 자정능력을 발휘하지 않는다면 국민은 그것을 그대로 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공수처 설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해본다.

 

주인을 대리하는 대리인이 주인을 무시하고 대리권을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다 보면 결국 그 멋대로 휘두른 칼날에 언젠간 자신이 베인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아는 게 힘이라고,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이 널리 퍼져서 '원만한 천재'들 보다 '질문할 수 있는' 사람들로 법조계가 꽉꽉 채워지길 바란다.

누구나 법에 호소할 수 있고, 공정하게 재판받을 수 있는 그런 날이 조만간 올 거라 믿는다.

그 힘은 바로 스스로를 가둬 놓은 구시대 유물로 자리 잡은 조직에 새 바람을 불어 넣는 사람에게서 시작될 것이다.

새 시대의 새로운 사람들로 채워질 법조계의 앞날을 기대해 본다.

 

법조계의 그들.

법조계의 라떼~들이 스스로 물러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들이 남들에게 가하는 준엄한 잣대를 자신에게도 가하고 있는지 스스로 알아볼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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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해빙 - 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힘
이서윤.홍주연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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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 그게 Having의 첫걸음이에요.

 

이서윤.

서양인들은 그녀에게 구루(guru)라는 칭호를 붙여 부른다.

존경하는 정신적 지도자라는 의미를 가진 구루로 불리는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특별한 운명을 타고난 아이.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줄 운명.

그녀에게 따라다니는 이야기다.

 

예전에 읽었던 시크릿이라는 책과 비슷할 거란 생각으로 읽어갔다.

읽다가 보니 그것과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마음의 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들어서 알고는 있지만 믿지 않는 이야기.

그리고 실천 또한 하지 못하는 이야기였다.

 

Having을 한다는 건 어떤 걸까?

 

Having은 부를 끌어당기는 힘이에요. 같은 노력을 하더라도 더 많은 물을 쉽게 채울 수 있도록 도와주죠. 이 모든 것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감정만으로 충분히 조절할 수 있어요.

 

 

나에게 '없는 것' 이 아닌 나에게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Having이다.

'없음'을 '있음'으로 만드는 것.

알쏭달쏭 한 이 이야기들을 음미하며 이해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린다.

어쩜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여태껏 내가 생각했던 나의 불행이 결국 내 안에 도사리고 있었던 내가 자초한 것이었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내가 나도 모르게 만들어 놓은 고정관념의 틀에서 갇혀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동안 내가 누릴 행운이 고스란히 빠져나갔다.

막연하게 느끼고 있는 것과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다르다.

이 책은 그것을 눈으로 확인하게 만들어 준다.

 

보통 자기 계발서에 해당하는 이 책이 내게 특별한 무언가를 하게 했느냐고 누가 물어본다면

특별나게 달라지게 한 게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바로 해빙 노트를 적었다는 사실이다.

거의 글자를 손으로 직접 쓰는 일이 없는 요즘 나는 해빙 노트에 손글씨로 나의 감정을 적는다.

별것 아닌 거 같은데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는 것보다 글로 써서 읽으니 다르게 느껴진다.

 

 

 

 

 

멀리 사는 친구에게 커피 한 잔을 보내고

토종 입맛의 랑님 때문에 집에서는 거의 구경도 못하는 피자 한 판을 집에서 시켜 먹고

내가 좋아하는 시리즈의 책을 몇 권 사서 책장에 꽂아 둔 기분은 소소하지만 나를 뿌듯하게 하는 것들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서 사람들과의 접촉을 덜하게 되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나중으로 미루고, 경제가 부활되기까지 절제해야 하는 생활을 당분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가 해빙할 수 있는 것들은 큰 것이 아니었다.

 

행운은 우리의 노력에 곱셈이 되는 것이지 덧셈이 되는 것은 아니에요.

 

 

옛날보다 자수성가하기 힘들다는 세상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 옛날보다 자수성가하기가 훨씬 쉬워졌고 한다면 내가 잘 못 생각한 걸까?

 

"문제는 고정관념이에요. 이십 대여도 고정관념에 붙잡혀 있다면 Having의 효과를 보기 힘들죠. 반대로 칠팔십 대라도 고정관념에서 자유롭다면 언제든 Having을 통해 부자가 될 수 있어요."

 

 

내가 만들어 놓은 고정된 틀에서만 세상을 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 거 같다.

하지만 그 틀을 벗어나면 그 무엇도 할 수 있는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

내가 이 책을 통해서 앞으로 계속 실천해가자고 생각하는 것 하나가 바로 고정되어 있지 말자! 이다.

 

내 마음이 열려있지 않으면 행운은 들어오지 못한다.

내가 두려웠던 건 나이도, 세상도, 성별도, 스펙도 아니었다.

그저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이었다.

 

이 책은 읽는 사람마다 다른 관점과 다른 느낌을 가지게 해줄 것이다.

각자가 자기에게 맞게 해석하고, 자신에게 맞는 해빙을 한다면 분명 크고 작은 좋은 결과들을 만나게 될 거라 생각한다.

 

젊은 나이에 많은 공부를 하고, 세계 각지의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구루 이서윤.

그 사람의 선한 기운이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

나 역시도 이 책을 통해 안 하던 것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음으로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을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스스로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우리가 되길 바란다.

 

비록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이 책을 읽고 리뷰를 쓴 내 글을 본 사람이라면 이 마지막 사진에 담긴 말의 의미를 눈치채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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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숲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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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우연이 아닌 거 같은데요."

"이봐, 불길한 소리 좀 하지 마."




다카야나기 발레단 사무실에서 시체가 발견된다.

사무실에 무단 침입한 남자를 꽃병으로 머리를 쳐서 숨지게 한 발레리나 하루코.

그녀의 룸메이트이자 친구인 미오는 연락을 받고 사무실에 도착해서 젊은 경찰의 안내를 받는다.

 

 

 

1년 전 가가는 선을 본 여자와 함게 백조의 호수 발레 공연을 감상했다.

그리고 흑조로 변신해 춤을 추던 미오를 보고 감동을 받는다.

그렇게 미오와 가가는 살인사건을 통해 실제적 만남을 갖는다.

 

 

 

신원 파악이 힘든 강도는 왜 발레 사무실에 침입했을까?

 

 

 

신원 파악에 애를 먹던 침입자의 애인에게 연락이 오고 경찰은 그가 사건이 나기 전에 이미 뉴욕으로 가려고 비행기 표와 여행 준비를 끝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죽은 남자와 뉴욕과 발레단은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좋아했다기보다 그게 세련된 육체의 상징이라고 생각한 거예요. 여성 본래의 곡선을 가진 통통한 몸은 그에게는 게으름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었어요. 가느다란 몸이 좀 더 가볍게 움직일 수 있다는 이론도 신봉했던 것 같고.




발레를 하기 위해서, 아름다운 선을 유지하기 위해서 감독이 원하는 몸매를 만들어 내기 위해

수없이 굶고, 다이어트를 해야 했던 무용수들.

변변치 않은 수입에도 오로지 춤을 위한 열정만으로 젊음을 불사르는 영혼들에겐 아무것도 없었다.

소수의 몇 명만 받을 수 있는 화려한 조명이 그들이 꾸는 꿈이었으니까.

 

 

 

단순한 강도 침입으로 생각했던 사건은 발레단 감독 가지타가 무대 총연습 중에 사망하고, 뒤를 이어 발레리나가 자살을 하는 사건이 연달아 터진다.

그 와중에 가가는 사건도 해결하면서 미오와의 연애도 챙기는 일석이조(?)의 행운을 누린다.

 

 

 

아직까지 가가의 매력은 뿜어 나오지 않고, 미오에게 한때 교사였다는 말을 흘림으로써 가가에게 많은 변화가 있다는 사실만을 알려 줄 뿐이다.

이 가가 형사 액션미 넘치는 형사는 아니다. 오히려 차분하고 냉철하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편이다.

모든 사건의 단서들을 머릿속에 담아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 '번득이는' 영감을 얻는 캐릭터다.

이 사건에서도 흩어져 있던 단서들을 한데 그러모아 퍼즐을 맞춘 덕에 사건을 풀어낼 수 있었다.

 

 

 

그래, 당신만을 위해, 나는 얼마든지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사랑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무용수의 꿈은 이루어졌으나 이루지 못한 꿈이 되었다.

발레리나의 모습은 겉만 아름다울 뿐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투는 전쟁보다 더한 전쟁이다.

무대 위 순간의 아름다움을 위해 그들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사랑한 게 죄가 되는 일이었다.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그래서 얻는 건 뭐가 있지?

사랑을 갈라놓은 그들은 자신들이 옳은 일을 했다고 생각했겠지...

 

 

 

우아함의 탈을 뒤집어쓰고 인생의 모든 것을 저당 잡혔던 영혼의 부르짖음이라고 느꼈다.

너무나 고요하게 마무리를 지어서 아직 게이고의 글맛이 영글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 지금 게이고가 이 작품을 다시 쓴다면 더 풍부한 감정들을 담아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건조미가 어울리는 가가와 미오 커플에게 희망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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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인 센스 - 지식의 경계를 누비는 경이로운 비행 인문학
김동현 지음 / 웨일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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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의 역량은 항공사의 신뢰도와 직결되는 문제다. 조종사들의 숨은 역량의 차이는 비상상황에서 드러나며 그 비상상황을 다루는 핵심은 조종사의 침착한 자세다.

 

 

비행 인문학.

이 생소한 말이 이 책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고 또 다른 흥미를 유발할 수도 있다.

나에겐 흥미를 유발했다.

 

인간이 하늘을 날 수는 없지만 이 불가능을 가능함으로 실현시킬 수 있었던 건 비행기의 발명과 비행의 기술 때문이다.

항공 산업의 발전은 두 차례의 세계 대전으로 발전했고, 전쟁이 끝난 시점에서 항공 산업은 군용이 아닌 민간 항공기의 역사를 새로 쓰기 시작했다.

비행기는 인간을 먼 거리를 빠른 속도로 왕래할 수 있게 해주었지만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큰 희생이 따라야 했다.

 

이 역사소설 같은 책에서는 비행기 사고를 통해 세계의 흐름과 당시의 사회상을 반영한 이야기들이 배경으로 스며있다.

그래서 비행사와 현대사를 한 번에 공부한 느낌이다.

이 많은 이야기를 쓰기 위해 저자는 얼마나 많은 비행기 사건 사고의 자료를 모아 온 걸까?

 

나는 지난 20여 년간 에어라인 역사에서 이슈가 된 사건들의 공식 사고 조사보고서를 꼼꼼히 읽어 왔다. 그리고 관련 지역을 비행할 때마다 다양한 소스를 통해 각각의 이슈와 관련된 인무들과 그 사회의 문하적, 시대적 배경까지 탐구해 들어갔다. 비행에 일생을 바친 사람들의 꿈과 좌절, 열정과 경쟁, 도전과 노력을 만나는 것은 언제나 경이로운 감동이었다.

 

 

하이재킹이 비행기 납치를 의미하기 전에 서부시대에 도둑들이 달리는 마차를 좇아가며 마부에게 던진 말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비행기가 납치되었을 때 조종사는 영웅 노릇을 하지 말아야 한다.

승객과 비행기의 안전을 위해 조종사가 명심해야 할 가장 기본 원칙이다.

 

랜딩기어베이에 기어 올라가 밀항을 시도하는 행위는 자살행위이다.

 

 

 

 

 

기내에서 가장 위험한 사고는 화재이다.

예전엔 담배 때문에 종종 기내 화재가 났었고 결국 큰 희생을 치르고서야 기내 흡연은 금지되었다.

화재가 발생하면 비행기는 가장 가까운 곳에 비상착륙해야 한다. 그 긴박한 결정은 17분 안에 이루어져야 한다.

산소마스크가 떨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할 것이 아니라 무조건 빨리 마스크를 잡아당겨 코와 입에 대야 한다. 승무원이 산소마스크를 벗고 객식을 돌아다니며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할 때까지 반드시 산소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야 한다.

 

 

대부분 위급상황에서는 우왕좌왕하게 마련이다.

혹시 비행기를 타고 여행 중에 비상 마스크가 떨어진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일단 쓰고 보자!

 

 

 

 

 

비행기 사고는 거의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비행 중 사고를 감지했을 때 조종사의 판단이 비행기와 승객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요즘처럼 '돈'이 우선시 되는 세상에서 항공사의 이익을 생각해서 머뭇거리거나 잘못된 판단을 한다면 대형사고를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날려 버리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실수를 범한다. 조종사는 항상 자신의 행위를 돌아보고 실수를 인정해야 한다. 실수는 감추는 것이 아니라 수정하는 것이다.

 

 

에어버스 매뉴얼에 실린 이 말은 로저 베테유의 말이다.

보잉이 조종사가 명령하는 그대로 반응하는 비행기를 추구했다면 에어버스는 어떻게 하면 조종석에서 조종사의 실수를 줄일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이 차이는 많은 걸 담고 있다.

어떤 것에 더 많은 가치를 두느냐는 저마다의 성향이겠지만 이것이 기업의 가치가 되면 실제적으로 따라오는 모든 문제는 곧 사회와 국가의 문제가 될 수 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의 안전을 더 많이 생각한 에어버스의 방침에 점수를 주고 싶다.

플레인 센스.

비행 인문학.

이 책을 받았을 때 단순하게 비행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비행 전반에 대한 조종사로서 갖는 생각 같은 단순한 이야기를 생각했는데 읽을수록 책의 깊이에 빠져들게 되었다.

 

 

비행기의 역사와 비행기 사건 사고의 역사는 곧 인류의 역사였다.

크고 작은 사건 사고에서 수많은 희생을 치러내고 얻은 것들은 결코 비행기의 역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 사회의 변화, 세계 흐름의 변화에 따라 항공산업은 개편되어 왔다.

이제까지 이렇게 다른 방식으로 현대사회를 이해하게 만드는 책을 만나 본 기억이 없기에 이 책을 읽고 나서 많은 걸 배운 느낌이 든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은 진실은 누군가가 처음으로 넌지시 얘기해 준 기분이랄까?

색다른 책에서 지식을 쌓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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