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신성가족 -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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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가 독과점체제가 되어 있기 때문에 불평등성이 내재돼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 시대 희망 찾기 프로젝트 사법 분야.

이 책은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사법 시스템에 대한 불신에 대해 1년여간 많은 사례들을 접하고 연구하면서 쓰인 책이다.

법조계 출신의 김두식 교수의 맛깔나는 문장 덕에 왠지 고리타분하고 어려울 거 같은 느낌의 책이 마치 소설처럼 읽혔다.

 

사법권은 독립된 권력이다.

법은 그 해석에 따라, 즉 판사의 해석 능력에 따라 다른 판결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판사의 성향에 따라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판사도 사람이니까.

 

하지만 고정된 틀을 만들어 놓고 유연성 없이 고압 된 자세로 마치 염라대왕인 양 자신의 권위만을 내세우는 판사라면 과연 공정한 판결을 내릴 수 있을까?

뇌물을 먹고, 그것을 뇌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관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한 사법권은 스스로 불신을 만들어 내는 집단일 뿐이다.

내가 막연하게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렇다고 들어온 얘기들이 사실로 확인되는 과정이었다. 불멸의 신성가족을 읽는 시간은.

 

법조계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깨끗하다고 믿는 일부 전현직 판검사들은 '사건과 관련하여' 돈을 받았는지를 부패의 핵심 요건으로 생각합니다. 사건과 관련하여 돈을 받은 게 아닌 이상, 실비, 휴가비, 전별금이나 술대접 등은 부패의 범주에 넣지 않습니다.

 

 

 

저런 방패막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뇌물죄나 비리를 판결하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니 없던 불신이 생기는 거 같다.

저들은 어째서 저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까?

 

엘리트 코스 체계를 밟은 '원만한 천재'들에게 암묵적으로 용인된 잘못된 관례들은 그들에게만 있는 특권으로 자리 잡았다.

윗세대들의 그런 관행이 아무런 제지도, 질문도, 따짐도 받지 않고 그대로 승계되어 버린 셈이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말은 그들에겐 통용되지 않는 말 같다.

변호사들조차 판검사들에게 하대를 당하는 상황에서 일반인들은 그들 앞에서 어떤 위치에 있게 될까?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어느 조직에서나 권위만을 내세우는 사람이 있는 반면, 권위의식 따위는 내려놓고 사람이 우선인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철옹성 같은 법조계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을 거라 믿는다.

 

 

 

 

구시대의 유물은 구시대의 인물과 함께 묻혀야 한다.

 

새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법이다.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저 희망적인 내용이 앞으로의 법조계의 바탕이 될 거라 생각된다.

풍요로운 세대와 궁핍했던 세대 사이엔 분명 간극이 존재한다.

부당함을 부당하다 말할 수 있는 그런 조직이 앞으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조직이 될 것이다.

 

법이 진화하듯이 그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도 진화해야 한다.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다른 힘에 의해서라도 진화되는 것이 바로 역사다.

 

정권과 국민의 싸움에서 이제는 법과 국민의 싸움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바로 지금의 현대사다.

법조계가 스스로 자정능력을 발휘하지 않는다면 국민은 그것을 그대로 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공수처 설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해본다.

 

주인을 대리하는 대리인이 주인을 무시하고 대리권을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다 보면 결국 그 멋대로 휘두른 칼날에 언젠간 자신이 베인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아는 게 힘이라고,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이 널리 퍼져서 '원만한 천재'들 보다 '질문할 수 있는' 사람들로 법조계가 꽉꽉 채워지길 바란다.

누구나 법에 호소할 수 있고, 공정하게 재판받을 수 있는 그런 날이 조만간 올 거라 믿는다.

그 힘은 바로 스스로를 가둬 놓은 구시대 유물로 자리 잡은 조직에 새 바람을 불어 넣는 사람에게서 시작될 것이다.

새 시대의 새로운 사람들로 채워질 법조계의 앞날을 기대해 본다.

 

법조계의 그들.

법조계의 라떼~들이 스스로 물러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들이 남들에게 가하는 준엄한 잣대를 자신에게도 가하고 있는지 스스로 알아볼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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