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형은 제시카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15
존 보인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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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은 없어요!

우리 형 이름은 제시카예요.

 

 

열세 살 샘에겐 제이슨이라는 멋진 형이 있다.

어린 동생을 지키기 위해 이마에 상처를 입은, 축구를 잘하고, 마음 따뜻한 세상에서 가장 멋진 형.

제이슨.

 

어느 날

제이슨은 가족 앞에서 자신은 더 이상 남자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장관인 엄마와 보좌관인 아빠는 없었던 일로 치부한다.

나랏일 하느라 자식들에게 신경 쓰지 못하는 엄마 아빠.

형 때문에 거의 존재감 없이 살던 학교에서 아이들의 놀림거리가 된 샘은 형이 원망스럽다.

누구보다 멋진 형인 왜 여자가 되려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샘의 시선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곳곳이 지뢰밭이다.

웃음의 지뢰밭.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의 작가 존 보인의 글엔 재치가 넘친다.

엄마와 아빠 역시 코미디 콤비처럼 보인다.

자식들에게 무관심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욕망만을 키우는 그렇고 그런 부모라고만 생각된다.

 

심각하고 진지한 이야기였다면 감동이 덜했을 거 같다.

시종일관 웃기지만 또 그만큼 찡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 우리 형은 제시카.

 

난독증이 있는 샘에게 형은 늘 바쁜 부모 대신이었다.

그런 형이 자신을 여자라고 믿는다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샘은 그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 없다.

형을 이해하고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형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샘.

열세 살의 나이에는 감당하기 힘든 일이지만 그래도 샘은 샘스럽게 이겨낸다.

 

엄마는 내 얘기를 귀담아들으려고 하지 않았어요! 로즈 이모는 내 말을 잘 들어 줘요! 게다가 나를 무슨 병에 걸린 사람처럼 대하지도 않는다고요!

 

 

그들에겐 엄마와는 딴판인 로즈 이모가 있었다.

제이슨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로즈 이모네로 간다.

형이 없는 집에서 점점 지워져 가는 형의 자리가 샘은 불편하다.

그러던 중 로즈 이모의 초대장이 도착하고, 샘은 형을 만나러 이모네 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샘은 제이슨이 아닌 제시카를 만나게 된다.

 

"물론 네 감정도 중요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야. 하지만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하진 않아. 너도 화나고 혼란스럽겠지. 당연해, 너는 겨우 열세 살이니까. 하지만 네 누나는 너보다 훨씬 심각하고 혼란스러운 일을 겪고 있어. 네가 누나를 정말 사랑한다면 누나 편을 들어 줘야지."

 

 

제이슨을 제시카로 불러주는 유일한 사람.

샘의 마음을 헤아리며 제시카의 입지를 제대로 알려주는 어른.

로즈 이모.

나는 이 남매에게 로즈 이모가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속물처럼 보이는 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한 아이가 떠돌지 않게 보듬어 주는 어른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 이야기는 끝까지 읽지 않으면 나처럼 오해하기 쉽다.

어떤 부모라서 이 문제를 쿨하게 인정할 수 있을까?

엄마와 아빠는 무관심한 거처럼 보였지만 그들이 얼마나 자신들의 아이들을 걱정했는지 알게 되었음에 안도하게 된다.

 

정말 중요한 건 가족이다.

가족의 이해와 사랑이 많은 난관을 헤쳐가는 힘이 되니까.

제이슨이 제시카로 살면서 바란 건 그 힘이었다.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긴다면 나는 어떨까?

어른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를 열세 살 아이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하지만 기우였다.

아이들은 그들만의 유연함으로 어른들 보다 더 잘 이해하고 감당할 수 있었다.

거기에 올바른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어른이 있었기에 더 가능한 일이었다.

 

언제나 주변엔 남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걸 알지 못할 뿐이다.

이 이야기가 청소년뿐 아니라 많은 어른들에게도 읽혔으면 좋겠다.

제이슨과 같은 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같은 이야기라도 보는 관점에 따라, 생각의 차이에 따라 심각한 일도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되고

대수롭지 않은 일도 심각한 일이 된다.

 

이 유쾌한 영국 가족 이야기는 읽고 나서 그럴 수가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게 만든다.

내 마음이 저절로 쿨해지는 이야기였다.

우리에겐 낯선 반응일지도 모른다. 우린 아직 더 전통적이니까.

하지만 우리가 가진 한 가지 전통에서 벗어나야 하는 일이 생긴다면 이 책이 조금은 도움을 줄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부모 자식 사이에도 존중의 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선택을 지지하고 존중하는 선.

 

유쾌하지만 찡한 이야기를 읽었다.

심각하게만 생각했던 이야기를 이렇게 가볍게 풀어내는 작가의 솜씨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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