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주고 욕먹는 당신에게 - 50만 명의 인간관계를 변화시킨 자기중심 심리학
오시마 노부요리 지음, 이건우 옮김 / 푸른숲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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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 사람에게 신경을 쓴다는 것은 그 사람들의 쾌/불쾌 스위치를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이때 '기본적 귀인 오류'가 발생합니다. 기본적 귀인 오류란 행동의 원인을 외부 요인이 아니라 사람의 성향이나 성격 같은 내부 요인에서 찾으려는 경향을 말합니다.

 

 

25년간 8만 건이 넘는 상담을 진행한 베테랑 심리 상담가 오시마 노부요리가 저자이다.

이 책은 오시마 노부요리가 자신이 연구해온 '자기중심 심리학'의 핵심을 정리한 책이다.

 

우리는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걸려 있다.

자신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착한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강박이 스스로를 옭아매어 그것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자신을 망치고 있다.

착한 사람으로 살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더라도 그걸 실천에 옮기는 건 힘들다.

내가 생각했던 좋은 사람, 착한 사람이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의미가 달라진다.

 

좋은 사람이 되어 구하고 싶은 사람은 과거의 자신이다.

 

가슴에 훅~ 들어온 제목이다.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 과거의 자신을 돕고자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사람이 되어 남을 돕고 남의 일에 관여해도 과거의 자신을 도울 수 없고, 상처는 계속 쌓이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의 반응이 자기 생각보다 미흡하면 그것 때문에 분노가 치민다. 그것이 이미 과거가 된 자신의 상처를 보듬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 책에서 좋은 사람은 상대방을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원인이 된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면 균형을 맞추기 위해 상대방이 나쁜 사람이 되어 내 의도가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런 식으로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이 대목에서 많이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정말 이렇게 되는 게 맞나?

이분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나? 하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좋은 사람이란 세상의 중심을 자기에게 두지 않고 타인에게 두는 사람을 말하는 거 같다.

세상을 바라보는 중심이 타인에게 있기에 늘 타인을 의식하고, 타인에게 자신을 맞추고, 타인에게 늘 잘해주려 하는 것이 결국은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멋대로 단정 짓고, 자기 마음대로 생각해버리는 오류를 범한다.

그래서 잘해주고도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기는 잘해줬다고 생각하지만 받아들이는 타인은 그것을 고맙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 전 친구 두 명이 오랜만에 만났다.

원래 일 년에 한 번 셋이 만나는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내가 갈 수 없어서 둘이서만 만났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그들에게 문제가 생겼다.

A가 사는 지역을 방문했던 B가 돌아갈 시간이 되자 A가 B를 데려다준다고 했다.

하지만 B는 그게 부담이 되었다. 2시간 넘게 운전해야 했고, 나중에 혼자 차를 몰고 가야 하는 친구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기도 했고, 그 친구가 교통사고를 몇 번 당해서 장거리 운전하는 게 마음에 걸리기도 했다.

A는 오랜만에 만났는데 짧은 시간이 아쉽기도 했고, 가는 도중에 수다를 더 떨 수도 있고, 친구를 무사히 데려다주는 것이 좋았다.

결국 A는 B를 데려다줬지만 서로 불편해져 버렸다.

착한 친구 A 때문에 B는 나쁜 친구가 되어 버렸다.

 

A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에서 최대치로 B에게 잘해주고 싶었지만 결국 B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이 책에 나오는 착한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만능감 때문에 상대방의 생각을 안중에 두지 않는다.

그래서 늘 자신은 사람들에게 잘해주는데 어째서 사람들에게서 돌아오는 반응이 예상과 다른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과거에 느꼈던 죄책감이 눈앞의 전혀 상관없는 사람과 연결되어 좋은 사람이 되지 않으면 나쁜 일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것입니다.

 

 

이런 죄책감들이 좋은 사람이 되기를 강요하지만 그로 인해 타인이 당신을 지배할 수 있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자기중심적 사고를 가져라!

 

이 책의 저자는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라고 말한다.

보통은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버리라고 말하는 데 이 책은 반대로 얘기하고 있다.

세상의 중심을 나로 두고 생각하면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말 그게 사실일까?

 

하기 싫은 건 하지 말고.

곤경에 빠진 사람을 도우려 하지 말고 그냥 지켜봐 주고.

나를 위한 시간을 늘려라.

 

물론 부작용이 있다.

그동안 착한 사람에게 적응되어 있던 사람들의 반발이다.

 

- 너답지 않게 왜 그래?

 

나답게 살기 시작하면 맨 먼저 듣는 말이 저 말이다.

너답지 않게 왜 그래? 이 말에 휘둘리지 말자.

 

마음을 자기중심에 둘수록 인력이 커지므로 싫은 사람에게 끌려가지 않고,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들이 주변에 모여듭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싫은 건 싫은 거라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다 보면 싫은 사람은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재밌는 현상이 생긴단다.

아마도 나를 싫어하는 티가 확연한 사람에게 일부러 들이대는 사람은 없기에 그런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모두를 행복하게 하기 보다 나부터 행복하자.

내가 행복하면 내 주변이 모두 행복해 보이니까.

 

남을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나 자신부터 배려하자.

이 책을 읽는 동안 나 역시 좋은 사람 콤플렉스에 걸려서 이것저것 놓쳤던 인간관계가 생각났다.

 

좋은 사람도, 만능감도, 타인의 시선도 모두 잠시 뒤로 미루자.

한동안 나를 중심에 두고 내 감정을 우선시하자.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다.

그러니 좋은 사람이 되려고 스스로를 억누르며 살 필요가 없다.

뭐든 적정선을 지키는 게 가장 좋다.

그것이 어렵다는 건 알지만 그것을 지켜가려고 노력하는 삶이 결국은 나를 위한 길인 거 같다.

 

이제까지와는 조금 다른 자기계발서였다.

나는 사람들에게 잘해주는데 왜 사람들은 나를 불편해할까?라고 생각하고 있는 당신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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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머리 앤 그래픽노블
머라이어 마스든 지음, 브레나 섬러 그림, 황세림 옮김, 루시 모드 몽고메리 원작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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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빨강 머리 앤은 어릴 때 만화 영화로 즐겨 보던 이야기다.

그 만화 영화 속의 앤의 모습은 동글동글했다.

그래픽노블로 재 탄생한 빨강 머리 앤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거 같은 느낌의 그림체로 색다른 보는 재미를 준다.

 

 

 

책과 함께 온 그림엽서들은 책 속의 한 장면들을 모아 놓아서 마치 책을 펼쳐 놓은 느낌이 든다.

앤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선물로 주어도 좋을 듯하다.

 

 

 

고아 앤 셜리는 남자아이를 원했던 마릴라와 매슈 커스버트 남매에게 잘 못 인계된 아이였다.

마중 나간 숫기 없고 과묵한 매슈는 앤을 데리고 오는 동안 쫑알쫑알 쉴 틈 없이 얘기하는 주근깨 투성이의 빨강 머리 아이에게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조용하고 한적한 집에서 별말 없는 두 남매에게 마치 그들이 할 말까지 몽땅 가져다 말하는 거 같은 이 작은 소녀는 두 사람이 느끼지 못했던 활력소가 아니었을까?

 

적적한 그들의 삶에 Ann이 아니라 Anne으로 불러 달라는 소녀의 외침은 당돌하고, 어이없고, 이해할 수 없지만, 꽤나 특별하게 다가왔을 거 같다.

그래서 두 남매는 앤을 보내지 않고 자신들과 함께 살기로 결정한다.

이 상상력이 풍부하고, 하루 종일 재잘거리는 앤은 그렇게 매슈와 마릴라와 함께 살아가게 된다.

 

 

 

 

마릴라는 앤의 극단적인 기질을 뜻대로 다잡지 못했다.

기쁨의 절정에서 "고통의 심연"가지, 아이의 기분은 애번리의 정겨운 바람에 나풀대는 연처럼 쉽사리 치솟고 흔들렸다. 마릴라는 이 오갈 데 없는 아이를 단정하고 얌전한 어린 숙녀로 바꿔 놓겠다는 생각을 슬슬 포기했다. 물론, 본인은 절대 인정하지 않겠지만, 실은 영혼과 불꽃과 이슬로 빚어진 앤의 천성을 좋아하게 됐다.

 

 

 

평생의 단짝 친구 다이애나를 만나고, 홍당무라고 놀리는 길버트와는 평생 말을 안하기로 마음 먹은 앤은

특유의 붙임성 있는 성격과 엉뚱한 상상으로 주변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매슈와 마릴라의 보호 아래 학교를 다니고, 점점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앤.

앤이 사고를 칠때마다 못마땅해 하면서도 누가 앤에 대해서 뭐라하면 서슴없이 앤을 편들어 주는 마릴라의 모습을 잘 표현해내어 인상적이었다.

 


처음엔 만화영화에서 보던 앤의 모습과는 달리 뭔가 더 뾰족하고, 긴 얼굴에 성깔 있어 보이는 그림체가 영 달갑지가 않았다.

하지만 계속 읽다 보니 오히려 이 그림 속의 앤과 다른 캐릭터들의 모습이 훨씬 생동감 있고, 사실적인 느낌이 들었다.

왠지 앤의 표정들이 더 풍부하고 익살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자꾸 보게 되었다.

 

많은 분량의 이야기들을 함축 시켜서 한 권의 그래픽노블로 만들어 낸 머라이어 마스든의 각색과 브레나 섬러의 그림이 서사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주는 거 같다.

엉뚱한 상상과 공상으로 매번 황당하면서도 깜찍한 에피소드를 남기는 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사건들로부터 스스로 반성하면서 깨달음을 얻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시대에 상관없이 앤을 사랑하는 거 같다.

아무리 목석같은 사람이라도 앤의 수다와 엉뚱한 상상 앞에서 무너지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인상적인 부분은 마릴라가 자신의 로맨스를 이야기하는 부분이었다.

블라이스씨와 좋은 사이였지만 고집 때문에 서로를 등지고 말았던 시간.

그 시간은 이후로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마릴라는 앤이 자신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가슴 깊은 곳에 간직한 이야기를 꺼냈을 것이다.

앤과 길버트가 마릴라와 블라이스씨의 이루지 못한 "그 무엇" 을 이루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낯설었던 그림체가 책을 다 읽다 보면 너무 좋아진다.

마치 앤이 책 안에서 마구 움직이는 느낌을 받았던 빨강 머리 앤 그래픽노블.

 

원작을 읽은 사람들에겐 생동감을.

아직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에겐 앤을 만나고 싶다는 충동감을 주는 그래픽노블이다.

 

그러고 보니

나 역시 앤을 만화영화로만 보고, 축약본으로만 읽었지 원작을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다.

이 사랑스러운 빨강 머리 소녀에 대해 왠지 낱낱이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원작과 나란히 책장에 꽂아야 할 보석 같은 그래픽노블이라는 말에 진심 공감한다.

그래픽노블은 꽂아 두었으니 이젠 원작을 꽂을 차례다.

 

엄마와 딸이 함께 보기에 좋은 그래픽노블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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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민음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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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모두들 다른 사람의 기억에 남지 못해 안달인지 모르겠다. 그러면 뭐가 좋을까? 모두들 잊고 두 번 다시 입 밖으로 꺼내지 말아야 할 일들도 있는 법이다.

 

 

그레이스 마크스는 실존 인물이다.

1840년대 열여섯의 나이로 살인범으로 기소된 캐나다에서 악명 놓은 여성 범죄자다.

그레이스는 마거릿 애트우드가 그레이스 마크스의 이야기를 작가로서 재구성한 이야기다.

실재와 상상이 혼합된 이야기인 만큼 이 책을 이해하는 마음도 복잡하다.

 

주인공 그레이스와 그녀를 연구했던 사이먼 조던 박사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레이스에 몰두하다가도 사이먼의 이야기에서 그레이스에 대한 의심이 생긴다. 마치 내가 사이먼처럼 생각하는 거 같다.

그녀의 진실은 무엇일까?

 

그가 내 말을 받아 적으면 마치 나를 그리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니, 나를 그린다기보다 내 위에(내 살갗 위에) 지금 쓰고 있는 연필이 아니라 옛날식 거위 깃펜으로, 그것도 펜촉이 아니라 깃털로 뭔가를 그리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수백 마리의 나비가 내 얼굴을 덮고 날개를 부드럽게 폈다 접었다 하는 것 같다.

 

 

몽롱한 이야기 너머로 의심스러운 여자가 보인다.

어딘지 모르게 광기 어린 모습이 진짜인지 꾸면 낸 것인지, 편견 때문에 그리 보이는 건지 알 수 없다.

열여섯의 나이에 두 사람을 죽인 살인죄로 잡혀서 사형을 구형 받았다가 구사일생으로 종신형을 받고 복역 중인 여죄수.

그녀에게 동정심을 갖고 그녀를 석방시키려는 사람들과 그녀를 살인자로 믿는 사람들의 관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속에서 정신병원을 설립하고자 하는 젊은 사이먼의 패기는 어쩜 그레이스가 석방될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거 같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수록 알아내는 것보다는 잃는 게 많은 사이먼.

그는 조금씩 그레이스의 비밀을 캔다고 생각했지만 도리어 그녀의 이야기에 먹히고 있었다.

그녀를 갈망하는 수준은 다른 대행품을 찾고, 그것은 그의 발목을 잡고 늘어질 거 같다.

 

그레이스가 그랬든 사이먼도 결정적인 순간에 그곳을 빠져나온다.

자칫 한 발만 늦었어도 푹~ 빠져서 헤어 나올 수 없었을 그 진창에서 용케 도망친다.

어쩜 사이먼은 그레이스에게 한 수 배웠는지도 모른다.

안 좋은 기억을 잊는 방법을.

 

사람들은 이미 저를 유죄로 단정짓고 있었어요. 범죄를 저지른 게 분명하다고 일단 결론을 내리면 제가 뭘 하든 범죄의 증거로 해석하잖아요.

 

 

정말 그럴까?

그레이스는 정말 무죄일까?

읽어가는 동안 나는 그레이스가 마녀사냥을 당했다고 생각했다.

그 시대에 많은 여자들이 그렇게 희생되었듯이.

하지만 다 읽고 난 지금은 무엇이 사실인지 갈피를 잡기 힘들다.

 

진실은 그레이스와 함께 영원히 자취를 감췄다.

그레이스는 무죄였을까? 명백한 유죄였을까?

 

내가 어떤 짓을 저질렀느냐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유죄나 무죄가 결정된다는 것을 그는 아직 모른다.

 

 

한때 순진했을지도 모를 그녀는

이제 닳고 닳은 모습으로 세상을 관망하고 있다.

아무도 그녀에게서 진실을 빼내지 못할 것이다.

 

그날의 진실은 그날 사라졌다.

떠돌아다니는 이야기도,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

정말 범죄일까?

30년이란 세월을 감방에서 보내면서 그녀는 도대체 무엇이 되었을까?

 

편의에 의해 사라지는 기억.

그것은 과연 정신병인가, 빙의인가, 다중인격인가.

 

입증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반증된 것 역시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

출옥한 그레이스도 사라졌다.

우리에겐 그런 사건이 있었다는 역사만 존재한다.

 

아무도

그 일이 무엇 때문에, 왜 일어났는지 알 수 없다.

 

그레이스는 어떤 면에서 완벽했다.

완벽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완벽하게 자신을 감췄다.

그 장단에 놀아난 사람은 그 시대 사람들만이 아니었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도 그레이스에게서 빠져나올 수 없다.

 

계속 궁금할 것이다.

그레이스가 가지고 사라진 그날의 진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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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코스트 블루스
장파트리크 망셰트 지음, 박나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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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의 머릿속에는 단 한 가지 죄악에 찬 생각만이 떠올랐다.

으스러뜨려, 저 빌어먹을 놈들의 눈깔을 터뜨려버려, 널 죽이려 하는 저 새끼들의 불알을 뿌리째 뽑아버리라고!

 

 

어딘지 모르게 끈적하면서도 시크한 느낌들이 머릿속에 달라붙어 있는 이야기.

범죄소설가들의 범죄소설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장파트리크 망셰트의 대표작.

웨스트코스트 블루스.

 

생각보다 얇은 책을 받고 읽어 가다 보면 쉽게 생각하게 된다.

가볍고, 스피드한 이야기겠군.

 

스피드한 이야기는 맞지만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다.

70년대 배경의 프랑스는 지금도 이해하기 쉽지 않은 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임원인 주인공 제르포.

살짝 갱년기가 왔나? 싶은 이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남자는 고속도로를 달리다 사고를 당한 차를 발견한다.

그냥 쌩~ 지나가고 싶었지만 혹시나 사고 차에서 자신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강박에 차를 세우고 운전자를 태워 병원 응급실에 내려놓는다.

딱히 일반적이지 않은 제르포의 무심한 행동들이 그에게 살인 청부업자들을 불러올 줄이야!

 

응급실에 사고 차량 운전자를 내려놓고 시크하게 사라진 제르포는 그 운전자가 총상을 입은 것을 몰랐다.

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그 이후 제르포는 두 딸과 아내와 함께 휴가를 간다.

휴가지 바닷가에서 그는 무지막지하게 그의 목을 눌러대는 2인조에 의해 익사할뻔한다.

겨우 벗어난 그는 아무 말 없이 휴가지를 떠나 파리로 돌아온다.

그를 추격하는 덤앤더머 청부업자들도 제르포를 따라온다.

그리고 그들은 제르포를 공격하다 한 명이 불타는 주유소와 함께 사라지고 한 명만 간신히 탈출한다.

제르포는 사력을 다해 도망치지만 그는 운이 없었다. 아니 운이 좋았나?

 

제르포를 이해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아직도 고리타분한 동양의 전통적 가치관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프랑스의 그 자유분방함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런 상황이면 보통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할 텐데.

가족에게 먼저 연락해서 대피시킬 텐데.

어떻게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텐데.

 

우리의 주인공 제르포는 다른 길을 걷는다.

그게 바로 망셰트의 매력인가 보다.

모두의 예상을 깨는 전개.

곳곳에 심어 놓은 살벌한 표현들.

아무런 해도 끼친 적 없는 보통 사람에게 가해지는 알수없는 폭력.

 

보통은 기승전결식으로 누가? 왜? 어째서?누구를? 어떻게?라는 이야기가 있다.

제르포가 어떤 이유로 쫓기는 상황인지, 범인은 왜 제르포를 쫓는지.

이 이야기엔 그런 친절이 없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거의 끝나갈 즈음에는 어떻게 마무리되는지가 걱정될 정도였다.

예기치 못하게 마주하게 되는 폭력.

제임스 본드도 아니면서 사람 죽이는 일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주인공.

개성만점인 캐릭터들.

그 와중에 제르포의 아내 베아는 어째서 그리 조신하게 기다렸던 걸까?

 

한 여름밤

뜨겁게 달구어진 도로가 식어질 무렵

최고 속도로 마구 달려가는 고속도로가 떠오르는 이야기.

웨스트코스트 블루스.

 

처음 맛보는 프랑스 누아르.

이런 것이구나.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이 기막힌 이야기라니!

 

조르주가 올해 최소 두 명을 죽였다는 사실은 고려 사항이 아니다. 현재진행형의 일은 때로는 과거의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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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크 YOOK Issue No.1 캠핑한끼 - 국내 최초 유튜브 큐레이션 매거진
YOOK 편집부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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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에서 잡지가 출간되었다.

유크 -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모든 것.

방대한 유튜브의 세계에서 능동적인 탐험을 원하는 당신을 위한 길잡이. 라는 모토가 유크의 매력이다.

실로 신박한 기획이라 생각한다.

 

 

양질의 유튜브를 시청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길잡이를 해주는 잡지라니~

 

 

한 가지 주제로 다양하게 엮은 잡지가 아니라

한 명의 크리에이터의 모든 것을 잡지 한 권에 담아냈다.

그 첫 번째의 주인공은 유튜브 캠핑한끼.

 

 

 

 

캠핑 가서는 되도록이면 간단한 음식들만 해먹는 걸로 알고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 이 캠핑한끼는 신세계를 보여주는 거 같다.

집에서도 해먹기 귀찮은 요리들을 캠핑 가서 아무렇지 않게, 더 폼 나게, 더 맛깔나게 해먹는 이 캠핑한끼.

게다가 별다른 말없이 자연의 소리와 음식이 익어가는 소리들로 채워 넣은 이 채널은 사람이 좋아하고 원하는 모든 걸 만족시켜 주는 채널인 거 같다.

 

 

 

 

간단한 레시피, 자연주의 재료, 제한된 장비로 만들어지는 캠핑한끼.

보고 있음 그 매력에 빨려 들어갈 기세다.

 

 

 

"유튜브를 처음 시작했을 당시엔 보는 사람도 없었고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그렇다고 구독자 수를 의식해 요리를 시작한 건 아니다. 두세 편을 촬영해보며 배워가던 시점에 자연스레 요리로 넘어간 것이다. 나는 요리를 좋아하니까 요리를 주제로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캠핑한끼 분석과 댓글로 캠핑한끼를 분석하는 부분이 재밌었다.

요리와 캠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탐험에 보면 좋을 유튜브 소개와 10~15분 내외의 영상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과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는 과정들이 담겨 있어서 유튜버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자료가 될 수 있는 잡지의 탄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짧은 영상 안에서 편안함과 포만감을 누릴 수 있다면 사람들은 그 잠깐의 틈에서 현실을 벗어 날 수 있다.

나도 이 잡지를 통해서 캠핑한끼를 알게 되어 그의 영상을 보았는데 유려한 영상 때문에 내가 그곳에 가 있는 느낌이 들었다.

포토그래퍼인 직업이 빛을 발하는 영상이었다.

일반인들이 잡아내는 앵글과 전문가가 잡아내는 앵글의 차이는 캠핑한끼의 매력을 더해준다.

 

 

인기와 함께 표절 시비도 있지만

후발주자로 캠핑한끼 보다 구독자 수가 많고, 해외 채널이라는 이유로 전후 사정 알아보지 않고 무조건 캠핑한끼를 표절로 모는 사람들 때문에 속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 김종훈 씨는 그에 대해 쿨하게 대처한다.

언제나 오리지널은 카피가 따라갈 수 없는 깊이가 있는 법.

 

 

캠핑을 해본 지 하도 오래라 그 맛을 잊고 있었는데 이 기회에 캠핑에 대한 꿈을 꾸게 되었다.

잡지라면 잡다한 이야기들의 총합과 광고로 도배된 책이라는 인식이 전부였던 나인데

이렇게 정성스럽고 전문적으로 하나의 이슈를 낱낱이 분석한 잡지를 읽어 보니 뿌듯한 마음이 든다.

 

 

유튜브가 TV를 앞지를 기세다.

유크가 그 망망대해에서 올바른 길을 찾아갈 수 있는 등대 같은 잡지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좋은 크리에이터들을 많이 발굴해내어 오래도록 사람들에게 그들의 길잡이가 되어주길 바란다.

그래야 유튜브도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사람들이 많아질 테고, 그건 그대로 유튜브를 보는 사람들에게 좋은 결과물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테니 말이다.

 

 

캠핑에 관심 있는 분들과 캠핑한끼를 재밌게 보고 계셨던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캠핑한끼의 모든 것이 들어 있으니 평소 궁금했던 궁금증들을 풀어 보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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