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렇게 좋은 사람이 되어 남을 돕고 남의 일에 관여해도 과거의 자신을 도울 수 없고, 상처는 계속 쌓이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의 반응이 자기 생각보다 미흡하면 그것 때문에 분노가 치민다. 그것이 이미 과거가 된 자신의 상처를 보듬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 책에서 좋은 사람은 상대방을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원인이 된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면 균형을 맞추기 위해 상대방이 나쁜 사람이 되어 내 의도가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런 식으로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이 대목에서 많이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정말 이렇게 되는 게 맞나?
이분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나? 하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좋은 사람이란 세상의 중심을 자기에게 두지 않고 타인에게 두는 사람을 말하는 거 같다.
세상을 바라보는 중심이 타인에게 있기에 늘 타인을 의식하고, 타인에게 자신을 맞추고, 타인에게 늘 잘해주려 하는 것이 결국은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멋대로 단정 짓고, 자기 마음대로 생각해버리는 오류를 범한다.
그래서 잘해주고도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기는 잘해줬다고 생각하지만 받아들이는 타인은 그것을 고맙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 전 친구 두 명이 오랜만에 만났다.
원래 일 년에 한 번 셋이 만나는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내가 갈 수 없어서 둘이서만 만났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그들에게 문제가 생겼다.
A가 사는 지역을 방문했던 B가 돌아갈 시간이 되자 A가 B를 데려다준다고 했다.
하지만 B는 그게 부담이 되었다. 2시간 넘게 운전해야 했고, 나중에 혼자 차를 몰고 가야 하는 친구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기도 했고, 그 친구가 교통사고를 몇 번 당해서 장거리 운전하는 게 마음에 걸리기도 했다.
A는 오랜만에 만났는데 짧은 시간이 아쉽기도 했고, 가는 도중에 수다를 더 떨 수도 있고, 친구를 무사히 데려다주는 것이 좋았다.
결국 A는 B를 데려다줬지만 서로 불편해져 버렸다.
착한 친구 A 때문에 B는 나쁜 친구가 되어 버렸다.
A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에서 최대치로 B에게 잘해주고 싶었지만 결국 B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이 책에 나오는 착한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만능감 때문에 상대방의 생각을 안중에 두지 않는다.
그래서 늘 자신은 사람들에게 잘해주는데 어째서 사람들에게서 돌아오는 반응이 예상과 다른지를 이해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