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초판본, 양장)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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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함은 열린 채 헝클어진 상태였다. 정리를 좀 해야겠군.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 물건들을 정돈해야겠어.

 

 

지극히 평범한 문장 앞에서 가슴이 미어진다.

그것이 스토너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리뷰에서 스토너를 만났다.

한결같은 찬사 앞에서 생각했다. 그 이유를.

 

윌리엄 스토너.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농과 대학에 들어간 청년은 자신의 앞날에 연로한 부모님을 도와 농사를 지을 거라는 흐릿한 미래만을 가지고 대학에 갔다.

그곳에서의 시간 동안 스토너는 자신의 길이 다른 곳에 있음을 깨닫는다.

과를 옮기고 졸업식날까지도 그는 부모님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아들이 자신들을 이미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부모님은 그저 묵묵히 아들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스토너가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 대부분을 그저 묵묵히 받아들인 것처럼.

 

지극히 평범하고, 더할 나위 없이 평범한 문장들 속에서 벼려진 날카로운 지성들이 쉴 새 없이 공격해 오는 스토너.

문장 하나하나를 무심히 읽어가다가 도리어 그 문장들 속에 잠겨 들어가는 나를 바라본다.

지루할 거 같은 이야기가 지루할 틈이 없고,

평범할 거 같은 이야기가 결코 평범해지지 않는다.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되기로 선택했는지,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잊으면 안 되네.

 

 

슬론 교수의 이 말은 어쩜 청년 스토너에게 각인되어 평생을 그렇게 살게 하는 바탕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때까지 스토너의 주위에서 그에게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말해주는 어른은 없었으니까.

 

한 사람의 일생을 앞에 두고 이렇게 복잡한 기분을 느끼긴 처음이다.

마치 내가 알고 있는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생전에 알지 못했던 그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게 되는 상황이 내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스릴러도 아닌데 쫄깃하게 긴장감 있고,

사랑 이야기도 아닌데 그 처연한 감정 앞에서 반발심과 동시에 수긍을 하고 있다.

 

아버지가 가엾어요. 편안한 삶이 아니었잖아요.

 

 

 

하나 있는 딸과의 시간조차도 마음껏 누리지 못한 스토너.

항상 어떤 결정 앞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않는 결정을 내리는 스토너가 답답하면서도 진정한 영웅처럼 느껴졌다.

자신의 사리사욕을 뺀 담백한 이유로 인생을 결정해 가는 의지.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을 대하는 그의 변함없는 모습들.

어떤 격한 감정도 내보이지 않는 그 사람 스토너.

 

우리는 아주 작고 사소함에도 스스로를 내보이기 바쁘다.

로맥스처럼 철저하게 자신을 포장하고,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쳐서 온당치 않음을 온당함으로 관철시키려는 사람 앞에서

스토너 처럼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는 기억되는 사람은 아니다.

적어도 그가 속한 작품 세계에서는.

우리가 고전이라 부르며 항상 가슴에 새기는 작품들 중에는 스토너 같이 기억되지 못했던 작품들도 많을 것이다. 그 당시엔.

 

하지만.

시간이 흘러 시대가 바뀌고, 사람들의 생각이 더 다양해질수록 진가를 발휘하는 건

위대함을 떠난 지극히 평범함을 줄곧 유지하는 것이다.

스토너처럼.

 

그는 불굴의 의지로 자신의 인생을 살아냈다.

자신에게 가해지는 불행 위에서 스스로 원하는 길을 위해 고집을 꺾지 않고, 타협을 하지 않고, 무심하게 걷고 또 걸었다.

흔들림 없는 그 완고함에 나도 모르게 푹 빠지게 된다.

우리가 스토너에게서 보는 위대함은 바로 그 완고함이다.

 

감내하고, 인내하고, 참아내고, 견디는 힘.

 

읽고 싶었던 책을 읽었다.

절판된 초판본 표지를 그대로 복원한 책으로.

 

스토너는 자신의 인생을 용기 있게 살았다.

용기 없는 사람이라면 그 자리를 이탈했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그랬다면 스토너는 그저 가벼운 이야기로 남겨졌을 것이다.

스토너가 세월을 지나 많은 사람들의 인생 책이 된 것은 자신의 자리를 끝까지 지켜냈기 때문이다.

어떤 압력에도, 시련에도, 거짓에도, 세월에도.

그는 자신의 자리에서 결코 한 번도 도망치지 않았다.

 

그는 온전히 자신의 인생을 살아냈다.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는 시대에 스토너는 진정한 의미의 영웅이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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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벨트 게임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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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자르려면 이즘이 필요하다.

 

 

아오시마제작소는 연간 500억 엔의 이윤을 내는 중소기업이다.

탄탄한 기술력으로 입지를 다져온 회사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다.

미국 발 경제 위기로 인해 타격을 입은 일본 경제도 여기저기서 수출량이 줄어들면서 빨간불이 켜지기 시작한다.

게다가 막강한 영업력과 자본으로 밀어붙이는 경쟁사 미쯔와가 후려치는 가격으로 아오시마의 숨통을 조인다.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유한 미쯔와 때문에 사면초가인 아오시마제작소는 비용 절감 차원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그리고 아오시마에겐 연패를 자랑하는 연간 3억 엔의 비용이 드는 야구팀이 있다.

존폐의 위기에 놓인 야구팀은 얼마 전 감독이 사표를 내고, 투수와 4번 타자를 데리고 미쯔와 전기로 이적해버리고 말았다.

그 자리에 고등학교 야구 감독이었던 다이도가 오고, 선발 선수들을 베테랑들을 빼고 신입들로 채운다.

회사와 야구팀은 창립 이후 최대의 위기에 직면한다.

과연 이들에게 희망이 있을까?

 

이케이도 준은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로 이름만 알고 있는 작가였다.

기업 소설의 대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이 작가의 필력이 참 담백하다.

그 담백함으로 이야기하는 곳곳에 인간에 대한 기본적 배려가 담겨 있어서 뭉클했다.

 

위기에 직면한 기업이 어떤 리더를 두었느냐에 따라 많은 사람의 생사는 달라진다.

사장으로서의 호소카와의 고뇌와 어떻게 해서든 공정하게 구조조정에 임하려는 중간 간부 미카미의 모습은 냉정한 기업인의 모습과는 다르다.

이들의 어깨엔 많은 이들의 삶이 올려져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그런 칼자루를 자신을 위해 휘두른다. 반도 같은 사람은 자신의 욕심을 위해 모든 걸 희생시키는 쪽으로 밀고 가지만 호소카와는 모두를 살리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려고 노력한다.

겉으로만 보면 절대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존폐 위기의 야구팀과 작은 기업의 모습으로 보여진다.

 

"가치관이 달라지면서 비용 대비 효과를 검토해야 할 시대에 접어든 지금, 이렇게 되는 건 어쩔 수 없겠지.

이게 세대의 변화가 아니겠나'

시대의 흐름은 얼마나 냉정한가. 그리고 그 시대를 거스를 수 없는 자신은 얼마나 나약하고 허무한 존재인가.

 

 

담백한 문장으로 만들어지는 긴장감과 시시각각 죄어오는 압박의 기운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한다.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는 주주들과 함께 고생한 회사원들의 안위까지도 생각해야 하는 경영진들의 고뇌 앞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저 상황에서 자신의 안위보다 회사와 사원들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만약 반도 같은 사람만 있다면 이 세상은 살벌한 세상이 될 것이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들이 모여서 무언가를 추구하면 이루어지는 것들이 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이런 이야기다. 라고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다.

짧게 등장하는 인물들 마저도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든 게 다 해결되지만 독자가 생각하는 바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는데 이야기의 묘미가 있다.

약간의 반전이라고 할까?

 

야구팀의 이야기보다 기업팀의 이야기가 훨씬 쫀득했다.

그들의 방식에는 사람에 대한 존중이 담겼다. 겉에서 보는 구조조정은 잔인하고 무분별하게 보인다.

마구잡이로 보이는 구조조정 그 안에서도 분명 고뇌하고 고뇌하던 미카미 같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분명 그 안에 있다는 사실이 위로가 되는 이야기였다.

 

그 순간, 그는 깨달았다. 아오시마가 왜 야구팀을 만들고, 그것을 소중히 키워왔는지를.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하나가 되면서, 아무리 열세에 놓여 있더라도 최후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순수하게, 존엄하게, 강렬하게...

 

살면서 잊어버린 감정들이 문득 깨달아질 때가 있다.

본질을 깨달을 때의 감동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루스벨트 게임은 야구에서 가장 재미있는 게임 스코어는 8 대 7이라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말에서 나왔다.

인생의 묘미도 이것에 있다.

 

열심히,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흔들릴 때마다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주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람이 먼저인 사람다운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가슴이 뜨거워진다.

이 '맛'에 이케이도 준의 이야기를 읽는가 보다.

 

야구장에 갈 수 없는 이 시대에 책으로 멋진 야구 경기를 읽었다.

일본 기업 문화의 극과 극을 보았다.

호소카와 같은 리더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호소해본다.

 

누군가에게 혹~ 한 제의를 받았거나

누군가를 잘라 버릴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모두가 어떤 것의 이면을 바라볼 수 있는 심연을 키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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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의 부드러움
마리옹 파욜 지음, 이세진 옮김 / 북스토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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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게 우스꽝스러운 연출이었다고, 또 한 번 튀어 보이려는 아빠의 작전이었다고 믿으려 애쎴다.

그러나 고백은 없었다.

아빠는 어떻게 자기 죽음의 서막을 웃으면서 지켜볼 수 있었을까?

우리 아빠는 정말 웃기는 사람이라니까.

 

 

투병을 하는 아버지의 곁에서 가족이 느껴야했던 아픔, 슬픔, 고통을 담담하게, 신랄하게, 예리하게 그려낸 그래픽노블 입니다.

아버지의 허파를 장례치르는 모습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그림으로 보여지는 작가의 표현력이 위트 있으면서 환상적입니다.

마치 SF만화를 보는 느낌이 듭니다. 

 

 

 

 

 

엄마는 아빠의 엄마가 되어버렸다.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가 집에 있었던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이 이야기와 그림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아실겁니다.

하나에서 열까지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아빠에게 엄마는 그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딸은 그런 아빠가 엄마의 사랑을 온전히 독차지 하기 위해 막둥이가 되었다고 표현합니다.

 

돌처럼 강건하고 굳건했던 아빠가 그처럼 허물어져 가는 모습을 보면서 딸이 느끼는 감정들이 담담하지만 절절하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독립을 했던 오빠와 나는 다시 집으로 들어 옵니다.

오빠는 아빠의 커피를 담당하고, 나는 헤어스타일을 담당합니다.

 

하루 지나면 하루 지난만큼 더 까다로와지는 아빠를 딸은 왕으로 표현합니다. 

 

 

 

 

 

가족이어도

나를 낳아준 부모여도

병간호가 쉽지는 않습니다.

 

 

 

아픈 환자의 마음은 시시각각 변하고, 요구사항도 많아지죠.

무엇하나 만족하지 못하고,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고마워하지도 않죠.

죽음을 앞둔 사람의 심경을 누구라서 짐작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요.

 

 

 

곁에 있는 가족들은 그를 왕처럼 떠받들고 모든 일상이 환자 위주로 돌아가지만

계속되는 시간속에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지는 마음을 품게 되기도 합니다.

정말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슬픔과 고통을 절대 알지 못합니다...

 

 

 

 

 

아빠의 죽음은 쉬이 오지 않습니다.

몇 번의 고비와 마음의 준비를 하는 상황은 더 끔찍합니다.

환자도 힘들지만 곁을 지키는 가족들의 고통도 말로 표현하기 힘듭니다.

 

 

 

마리옹 파욜.

그녀의 그림과 이야기를 보고 있자니 저도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 생각납니다...

죽음 앞에서는 준비된 사람도 있을 수 없고

힘겨운 과정을 함께 할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집에 시한부 환자가 있다는 것은 가족 중 누군가 한 사람의 인생을 저당 잡히는 것과 같습니다.

돈으로 생색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죠.

 

 

 

파욜의 가족은 시작과 끝을 함께 했습니다.

서로가 분담해서 그 과정을 겪어 냈습니다.

작가는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생각들을 여과없이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제게 위로가 됐습니다.

 

 

 

아픈 가족과 함께 하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우리가 겪고 있거나 겪었던 그 모든 감정들이 이 책 안에 담겼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 앞에서 제 마음의 짐을 내려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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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지구, 물러설 곳 없는 인간 - 기후변화부터 자연재해까지 인류의 지속 가능한 공존 플랜 서가명강 시리즈 11
남성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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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제 병들어가고 있는 지구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되는 시점에 와 있다.

환경재해, 지구온난화, 물 부족, 환경오염, 미세 플라스틱 등등

우리가 늘 들어왔지만 그 심각성을 잘 인지하지 못한 것을 다룬 서가명강 열한 번째 이야기는 위기에 다다른 지구에서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심각하다는 말을 하면서 나름 분리수거를 하고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고, 텀블러를 사용하고 있지만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뭔가 전 인류 차원에서 실행해야 할 것들을 지금 당장 찾아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 하루가 다르게 날씨가 변하는 걸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서서히 변해가던 계절은 하룻밤 사이에 옷을 바꿔 입고 나타나고

제철이라고 불렸던 계절을 지나 꽃들마저도 마음대로 피고 진다.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고, 물 폭탄처럼 내리는 비 역시도 어릴 적에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소의 방귀까지 통제할 정도로 온실가스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소, 양, 염소 등이 먹이를 먹으면 생성되는 탄소와 수소가 방귀로 배출되고, 그 매탄가스가 지구온난화의 심각한 위협으로 대두되고 있단다.

아이러니하게도 위 가축들은 인간의 먹이다. 인간의 먹이로 사육당하는 저 가축들이 결국은 인간의 목줄을 죄고 있다.

 

우리가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후손들에게 져야 할 책임은 눈덩이처럼 커져나갈 것이다.

 

 

우리는 이 지구의 주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세입자이다.

뒷세대에게 잠시 빌려 사는 곳이다.

그래서일까? 아무렇게나 사용하고, 있는 대로 다 퍼쓰고, 아무렇게나 버리며 살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급격한 산업혁명과 돈벌이에 눈이 먼 대기업들의 횡포로 지구는 점점 파헤쳐 지고, 잘려나가고, 영양분을 갈취당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있지만 정책 결정자들 중에 이 심각성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는 거 같다.

지금이라도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신경을 써서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실천을 해야 한다.

 

 

 

 

 

미세 플라스틱은 생물들이 이를 먹이로 오해하고 먹을 경우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에게까지 올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위협적이다.

결국 우리가 버린 것을 우리가 먹는 것이다.

편리함의 대명사인 플라스틱은 썩지 않은 채로 인간의 몸에 침투하는 법을 터득했다.

 

생명의 바다에 쌓인 쓰레기 섬들은 어디로 갈까?

해류를 따라 돌고 돌아 우리에게 밀어 닥친다면?

바다에서 파도가 밀려오는 게 아니라 쓰레기가 밀려오는 날이 곧 닥칠지도 모른다.

 

모든 문제에는 답이 있다. 지구의 위기에도 희망은 있다. 그리고 단언컨대, 결국 희망은 '바다'에 있다.

 

 

남성현 교수는 우리의 희망이 바다에 있다고 말한다.

심해의 바다에서 끌어올린 물로 과학기술을 이용해 물 부족을 해결하고, 바다의 자원을 이용해서 인류의 앞날을 도모하자고 말한다.

희망스러우면서도 우려스러운 이야기다.

 

이미 육지를 망쳐 놓은 인간이 바다라고 망치지 않을까.

바다의 미래마저도 돌이키지 못하게 만들어 놓는다면 인류는 멸종되어야만 할까?

호킹 박사는 200년 안에 인류는 지구를 떠나야 한다고 말하지만 어디로 갈 수 있을까?

 

해양이 지구온난화로 증가된 열의 대부분을 흡수하고 있다.

그러니 해양에 대한 과학적 이해로 지구 시스템을 잘 활용한다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는 나는 모르겠다.

지금 당장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살아온 세월 동안 나 자신이 그 피해 위에 서 있지 않았을 뿐이지

세계 곳곳에서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10년 안에 물 부족으로 마실 물도 모자를지도 모른다.

식량 부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굶을지도 모른다.

모두 다 모르는 일이다.

내 눈앞에 나타나지 않는 한은.

 

먼 훗날의 일이 아니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순간에 영화에서 보던 재난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니 모두가 지금이라도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지구를 보존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우리가 있는 각자의 자리에서 편리함 보다 조금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도 지구를 지키는 일임을 기억하자.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환경 오염과 재해에 대해서 뭔가 정리된 느낌이 든다.

제대로 모르고 생각하는 것과 조금이라도 알고 생각하는 것의 차이는 분명 다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지금 지구가 처한 상황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우리에겐 아직도 희망이 있다.

그 희망 바다를 잘 살려서 미래를 보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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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어하우스 플라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0
혼다 데쓰야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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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살인범은 지금도,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도쿄에 살고 있다.

그렇다. 이 사건에는 내 인생이 걸려 있다.

어떻게든 상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월세 5만엔.

청소는 교대로.

세 끼 식사 제공.

 

 

완벽한 셰어하우스라고 생각되는 이곳 플라주는 1층에 카페를 겸하고 있다.

입주자들은 2층에 머물고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은 1층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도 할 수 있다.

상당히 좋은 조건을 가진 이 셰어하우스엔 전과자들이 산다.

사회로부터 한때 격리되었었던 사람들.

저마다의 과거에 발목이 잡힌 사람들.

어떻게든 사회 일원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사람들.

 

 

 

이 가게의 이름, 플라주는 프랑스어로 '해변'이라는 뜻이다.

바다와 육지의 경계. 그것은 항상 흔들리고 있다.

 

 

한 번의 실수로 인해 인생을 까먹고 사는 다카오.

진의를 알 수 없는 눈빛을 가진 미와.

전 애인의 범죄에 얽힌 시오리.

친구를 죽인 살인범이라는 누명을 쓴 도모키.

애인을 구하기 위해 과잉방위를 하다 살인자가 된 미치히코.

교통사고 전과를 가진 아키라.

그리고 플라주의 주인 준코.

 

 

이들의 드라마를 읽다 보면 나름의 선함에 물들게 된다.

글자 그대로 보면 모두 범죄자이자 전과자들이지만 그들의 면면을 보면 우발적인 일이었을 뿐이거나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였을 뿐. 진정 나쁜 마음으로 일을 저지른 사람은 없었다.

그런 그들은 자신들의 죗값을 치르고 사회에 나왔지만 그들이 머물 곳도, 그들이 일할 곳도 녹록지 않은 게 바로 세상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고, 그들이 자립할 때까지 서로를 의지할 수 있는 플라주에 몰래 잠입한 남자는 그들 중 한 명을 다시 교도소로 보내고 싶어 한다.

살인자가 너무 쉽게 무죄로 풀려났고, 분명 그 배후에는 모종의 거래가 있을 거라 믿는 기자.

그는 자신의 기사를 완성하기 위해 플라주에 입주해서 자신의 주장을 마무리하려 한다.

 

 

우리가 전과자인 건 사실이니까. 인생이 그렇게 간단히 리셋되지 않아. 과거는 언제까지고 따라다녀... 속죄는 할 수 있어도 실수를 저지른 과거를 지울 순 없어.

 

- 읽은 사람의 가치관을 뒤흔들 수 있는 강렬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혼다 데쓰야의 글은 처음이다.

무심하게 흐르는 사람들의 과거가 그들을 다르게 보이게 만들지 않는다.

독자는 그들의 과거를 앎으로써 그들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내가 믿고 있는 사실들에 대해 다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죗값을 치른 사람들은 어째서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걸까?

어쩜 우리 모두가 끼고 있는 편견이란 색안경이 그들의 죄만 볼 뿐 그 사람을 보지 않아서인지도 모르지.

 

 

많은 생각이 필요한 이야기다.

그들을 말없이 품어주는 준코의 이야기가 바로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였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곳에서 다시 모진 마음을 먹거나, 사람 노릇을 하지 못한 채로 스러지거나, 아니면 아예 인생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는 선택지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

그 한 걸음을 내딛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한 사람들.

하지만 사회는 그들이 내민 손을 외면하기 바쁘다.

 

"저기 말이야, 얘기할 수 있는 사람과 할 수 없는 사람의 경계랄까. 그런 걸 아는 거 중요해. 모두 알아줄 필요는 없고 누구에게나 알릴 필요도 없어. 근데 아무한테도 알리지 않으려고 하다 보면 사람은 의외로 쉽게 펑크가 나버려."

 

 

죄만 미워할 수 있을까.

죗값을 치른 사람에 대해 아무런 편견 없이 사람만 볼 수 있을까.

그들을 믿을 수 있을까.

 

 

플라주엔 방문이 없다.

아무것도 숨길 것이 없는 사람들이 되는 연습을 시키기 위한 준코의 생각이 옳은 결과를 많이 가져오길 바란다.

 

 

진정한 죄인은 반드시 그 죗값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선의로 이루어진 것이든, 악으로 이루어진 것이든.

 

 

마지막 반전에 이르러서야 인간의 본성 앞에서 간담이 서늘해진다.

한동안 이 책을 읽고 가지게 되는 의문점들에서 놓여나기 힘들 거 같다.

 

 

작가는 자신의 말을 지켰다.

내 가치관은 지금 흔들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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