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있는 딸과의 시간조차도 마음껏 누리지 못한 스토너.
항상 어떤 결정 앞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않는 결정을 내리는 스토너가 답답하면서도 진정한 영웅처럼 느껴졌다.
자신의 사리사욕을 뺀 담백한 이유로 인생을 결정해 가는 의지.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을 대하는 그의 변함없는 모습들.
어떤 격한 감정도 내보이지 않는 그 사람 스토너.
우리는 아주 작고 사소함에도 스스로를 내보이기 바쁘다.
로맥스처럼 철저하게 자신을 포장하고,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쳐서 온당치 않음을 온당함으로 관철시키려는 사람 앞에서
스토너 처럼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는 기억되는 사람은 아니다.
적어도 그가 속한 작품 세계에서는.
우리가 고전이라 부르며 항상 가슴에 새기는 작품들 중에는 스토너 같이 기억되지 못했던 작품들도 많을 것이다. 그 당시엔.
하지만.
시간이 흘러 시대가 바뀌고, 사람들의 생각이 더 다양해질수록 진가를 발휘하는 건
위대함을 떠난 지극히 평범함을 줄곧 유지하는 것이다.
스토너처럼.
그는 불굴의 의지로 자신의 인생을 살아냈다.
자신에게 가해지는 불행 위에서 스스로 원하는 길을 위해 고집을 꺾지 않고, 타협을 하지 않고, 무심하게 걷고 또 걸었다.
흔들림 없는 그 완고함에 나도 모르게 푹 빠지게 된다.
우리가 스토너에게서 보는 위대함은 바로 그 완고함이다.
감내하고, 인내하고, 참아내고, 견디는 힘.
읽고 싶었던 책을 읽었다.
절판된 초판본 표지를 그대로 복원한 책으로.
스토너는 자신의 인생을 용기 있게 살았다.
용기 없는 사람이라면 그 자리를 이탈했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그랬다면 스토너는 그저 가벼운 이야기로 남겨졌을 것이다.
스토너가 세월을 지나 많은 사람들의 인생 책이 된 것은 자신의 자리를 끝까지 지켜냈기 때문이다.
어떤 압력에도, 시련에도, 거짓에도, 세월에도.
그는 자신의 자리에서 결코 한 번도 도망치지 않았다.
그는 온전히 자신의 인생을 살아냈다.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는 시대에 스토너는 진정한 의미의 영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