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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맨 앤드 블랙
다이앤 세터필드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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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까마귀들은 생각과 기억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들은 모든 것을 알고 아무것도 잊지 않는다.


윌리엄 벨맨.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아무것도 가질 수 없었던 남자.
그 남자의 운명에 죽음이 드리운 건 어릴 때 장난삼아 새총을 날렸던 그 순간이었을까

10살 소년들
윌리엄, 찰스, 프래드, 루크
그들은 숲속에서 그들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윌이 새총으로 그 떼까마귀를 겨냥하기 전까진.
아무도 윌이 그 먼 거리의 그 떼까마귀를 맞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윌 자신도 자신이 총알이 빗나가길 바랐고, 민감한 떼까마귀가 기척을 느끼고 날아가길 간절히 바랐다.

살생.
그것에 대한 애도 없이 소년들에게 그 죽음은 색과 찜찜함으로 남았다.

벨맨 가문의 남자의 이름은 세 가지였다.
폴, 필립, 찰스
윌이 아버지 필립은 어머니의 사랑은 듬뿍 받았으나 아버지의 사랑은 받지 못했다.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라와 결혼했지만 부모의 축복은 받지 못했다.
아들을 낳은 뒤 그는 부모의 마음이 돌아설 거라 믿었지만 그들은 돌아서지 않았고, 필립은 벨맨가의 이름을 아들에게 전해주지 않았다.

아버지가 자식에게 다른 이름을 지어주었다면, 분명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게지.

 

 

부잣집 둘째 도련님은 부모님의 냉대화 가난을 견디지 못했다.
그는 아내와 아들을 남겨두고 도망을 쳤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무도 몰랐다.
윌이 자라서 청년이 되면서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오르내리던 소문은 더 이상 회자되지 않았다.
윌은 필립을 쏙 빼어 닮았으니까.

윌의 백부 폴은 윌을 자신의 아들 찰스보다 더 미더워했다.
찰스는 방직공장에 미련이 없었고 다른 곳에 마음이 있었다.
윌은 사업을 하는데 천부적인 자질이 있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윌을 인정하지 않았다.

죽음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할아버지의 죽음은 윌에게 날개를 달아 주었다.
딱히 그를 애도할 이유가 없었다.
그가 막 비상을 시작하려 할 때 그의 어머니 도라가 죽음의 세계로 갔다.
아직은 어린 윌은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그녀를 애도하지도 못했다.
그는 슬픔을 일로 승화시켰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그는 로즈라는 여자와 사랑에 빠졌고, 그들은 결혼했다.
윌이 행복에 빠져 있을 때쯤 그의 친구 루크가 한 겨울에 물에 빠져 죽었다.
떼까마귀의 시체를 들추며 장난을 치던 루크였다.

루크의 장례를 치르고 그는 그 일을 잊었고, 더 일에 매달렸지만 그에겐 가족이 있었다.
행복감을 느낄 때 그의 백부 폴이 죽었다.
그의 일이 윌에게 떨어졌다. 윌은 백부의 죽음 앞에서 공장일만 생각했다.
그의 빈자리를 그가 메꿔야 했다.
그리고 그는 진정한 벨맨씨가 되었다.

윌이 참석하는 장례식마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나타났다.
하지만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윌 조차도 그 남자를 설명할 수 없었다. 단지 그 남자를 보았다는 기억만 있을 뿐, 그 남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없었다.

죽음은 그를 좀먹어 갔다.
슬픔을 슬퍼하지 못하는 윌은 더욱더 일에 매진했고, 그 결과는 그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그가 성공하면 성공할수록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를 떠났다.
열 살 이후로 죽음은 끈덕지게 윌의 곁에 머물렀다.
그가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마치 그러면 안 된다는 듯이.
열병이 도시를 휩쓸고 그는 세 아이와 아내를 잃었다.
그들을 애도할 시간도 없이 그의 마지막 자식이자 맏이인 도라가 사경을 헤매었다.
그 무렵 그는 블랙을 만났고, 만취한 벨맨은 블랙과 협상을 시도했다.
정말 그랬을까?

죽음에 대한 소년의 죄책감이 블랙이라는 환상을 카웠을까?
그것이 하필이면 떼까마귀라서 더 마음에 그늘을 드리운 건 아니었을까?
떼까마귀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고 가는 길잡이였다.
벨맨은 블랙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벨맨&블랙이라는 거대한 장례용품점을 차린다.
마치 죽음의 성당 같은 위용을 자랑하는...
그것으로 그는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했다. 그와 도라의 시간을...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찾아오니까요. 그게 곧 미래죠. 안 그런가요? 나의 미래. 당신의 미래. 모두의 미래.

 

 

미래의 끝은 죽음뿐이었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모두가 외면하는 사실이었다.
죽음을 팔고 애도를 전시하는 벨맨&블랙은 성공을 거둔다.
그리고 성공 가도를 달릴수록 벨맨은 더욱더 두려움을 느낀다.
죽음이 비껴가도록 그는 최대한 몸을 낮췄다.
일에 몰두하며 이윤을 블랙과 똑같이 나누었다. 나중에 그가 나타나면 그에게 줄 요량으로.
그는 블랙의 아이디어를 차용했다고 생각했고, 나중에 그것이 어떻게 자신에게 죄를 물을지 겁을 먹었다.
그리고 그의 친구들은 젊은 나이에 남김없이 생을 마감했다.
그때
그 장소에서
그 죽음을 함께했던
그 소년들...


한 인물의 일대기를 말하면서 늘 죽음을 염두에 둔다는 건 어떤 걸까?
세터필드의 두 번째 작품 벨맨&블랙은 이야기의 깊이를 알아채기엔 조금 난해했다.
하지만 그녀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공감과 동시에 거부감을 남긴다.
죽음이 미래라는 그녀의 말은 옳지만, 그 옳음을 되새기며 살아가긴 싫다.

벨맨은 자신이 아꼈던 모든 이들의 죽음을 애도하지 못했다.
슬픔을 느끼는 대신 일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쌓인 슬픔은 그를 죄책감에 시달리게 했고, 다른 사람의 슬픔을 애도하는 상점을 짓기에 이른다.
정작 자신은 애도할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외면 하지만.

죄책감과 외면이 다른 곳에서 성공했다 하더라도 결국 자기 자신을 구하진 못한다는 뜻이다.
상실감을 감추려 노력한다고 해서 그 상실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남자는 그 죽음을 팔면서 부유해진다.
그렇다고 그가 그 부를 맘껏 누린 것도 아니었다.
그는 죽음에게 빚이 있었다.
그 빚을 갚고자 그는 열심히 일했고, 한없이 자신을 낮추었다.

죽음과 돈
둘 다 피해 갈 수 없는 운명의 짐이다.

벨맨을 통해서 세터필드가 말하고자 했던 건 뭐였을까?
죽음에 대한 경건함이 아니었을까?
다른 사람의 죽음을 공감하지 못하고, 그 죽음에 애도하지 못하고 돈만 좇는 우리에게
그녀는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죽음을 경계하기 위한 가장 최선의 방법은 죽음에 대한 경건함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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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 리더 - 사람의 마음을 읽는 자 스토리콜렉터 68
크리스토퍼 판즈워스 지음, 한정훈 옮김 / 북로드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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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읽는 남자
사람의 마음을 조정하는 남자
새로운 초능력자의 탄생이다

처음엔 남의 생각을 읽는다는 게 매력적으로 들렸다.
나 자신도 그런 능력이 있었으면 했던 적도 있었으니까.
호기심스럽게 읽어갔지만 많은 부분에서 고통을 느꼈다.

단지 생각을 읽고 조정하기만 하는 게 아니었다.
상대의 고통을 절반은 감당해야 하는 부작용이 따랐다.
그리고 그는 언제나 소음 속에 묻혀있다.

사람들은 절대! 생각이라는 걸 멈추지 않으니까.

존 스미스
아무것도 아닌 이름으로 살아가는 그는
부유한 고객들의 피치 못한 상황을 해결해준다.
그게 그의 직업이다.
어느 날 갑부 슬론으로부터 의뢰를 받는다.
의뢰의 조건으로 슬론은 존에게 거부할 수 없는 걸 들이민다.

내가 그 두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할 수 있어요. 사람 없이 갈 수 있는 장소. 당신만의 성역. 다른 사람의 생각도 간섭도 없는 곳. 정적 그 자체인 곳




슬론은 그에게 모든 시설이 갖추어진 무인도를 99년간 임대해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리고 자신의 부의 원천인 프로그램의 알고리즘을 훔쳐낸 프레스턴의 머리에서 그 모든 걸 지워버리라고 요구한다.
존에겐 마음만 먹으면 쉬운 일이었다.
프레스턴 근처에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슬론은 켈시라는 여직원으로 하여금 존을 돕게 하고 프레스턴과의 만남을 주선한다.

프레스턴은 훔쳐낸 알고리즘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짧은 시간에 부를 이루어낸 스물여섯의 컴퓨터광이었다.
존은 이 모든 걸 단순하게 생각했다. 컴퓨터광 정도는 자신이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다는 자만심도 있었다. 하지만 프레스턴은 그의 완벽한 위장 신분을 알아냈다. 그의 프로그램으로. 존의 신상을 알아낸 순간 컴퓨터에서는 경고의 메시지가 뜬다.

TWEP TWEP TWEP.
그건 CIA 시절 내가 알고 있던 문구다. '인정사정 보지 말고 죽여라.'
그리고 프레스턴도 그 문구를 알고 있다. 그의 머릿속에서 주저없이 살인의 의도가 형성되는 걸 볼 수 있다.
그가 경호원들에게 나를 죽이라고 명령한다.
경호원들이 한꺼번에 내게 다가온다.


 죽음 직전에서 도망자 신세가 된 존 스미스
프레스턴은 자신의 프로그램으로 존의 모든 재산을 압수하고 그의 존재 자체를 없애 버리겠다고 협박한다

프레스턴은 CIA와 어떤 관계인가?
존은 CIA와 어떤 관련이 있는가?


대단한 능력자들이다.
한 사람은 초능력을 가졌고
한 사람은 그걸 간파하는 정보력을 가졌다.
그리고 그들 뒤에는 국가 권력기관이 숨어 있다.
언제나 그랬듯이.

판즈워스의 소설은 처음인데
스릴러에 서사를 입힌 새로운 느낌이다.
몰입도도 굿이고
어렴풋이 알았던 세계를 좀 더 파고 들어간 느낌이 든다.

질척거리는 로맨스 대신 필요에(?)의 한 호감이 있고
초능력자에게도 허점이 있으며
과잉충성은 자칫 일을 그르치고 스스로를 몰락시킬 수 있다는 걸 배우게 된다.

좀 더 긴박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지만
1인칭 시점의 서사가 많아서 그 긴박감이 감소된 건 좀 아쉽다.

그래도
초능력자의 생생한 고통의 묘사는 인상적이다.
이 작가의 너대니얼 케이드 시리즈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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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1
케빈 콴 지음, 이윤진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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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어디에서도 중국인보다 부자인 민족은 발견되지 않았다. - 이븐 바투타

 

 

그녀는 이런 식의 부를 난생처음 봤다. 그리고 단 한 순간도 그녀의 남자 친구가 이런 세계의 일부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고
나는 놈 위에 비행기 타는 놈 있다고 했다.
항상 더 잘 나가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란 뜻으로 해석한다. 나는.
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라는 책을 읽었으니 여기에 하나 더 덧붙여야겠다.

비행기 타는 놈 위에 제트기 타는 놈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부자나 재벌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보다 더 윗급인 알려지지 않은 숨은 부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들은 자신들을 드러내지 않는다. 나서지 않고, 자신들이 가진 것들을 티 내지 않고 오히려 잘 숨긴다.
그렇게 숨어서 세상을 조정하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말만 들었다.
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엔 그런 숨어있는 부자들의 이야기가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들만의 세계. 그 세계를 유지하기 위한 정략결혼. 틈을 보이지 않으려는 노력들. 그렇게 "다름" 을 실천하며 조용히 살고 있는 숨어있는 부자들.

이질감을 느낄 만도 한데 하도 엄청난 부 앞에서 그런 걸 느낄 틈이 없었다.
완전히 다른 세상에 대한 이야기는 나와는 상관없는 세계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에 그런가 보다.
자수성가한 신흥 부자들과는 격이 다른 대대손손 이어져 오는 부를 가진 사람들
태생부터가 남다른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표현되었다.

이 이야기엔 막장 드라마 요소가 모두 들어있다.
신데렐라와 백마 탄 왕자님의 이야기의 틀이 이 이야기의 본질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그걸 빙자해서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표현해냈다는 게 이 이야기의 진짜 이야기가 아닐까?

니컬러스 영과 레이철 추
그들은 미국의 한 대학의 교수들로 서로 사귄 지 2년째 되는 커플이다.
레이철은 아기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와 미국에 이민을 와서 엄마가 각 주를 전전하며 식당에서 일하며 공부하며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내기 전까지 고달픈 생활을 이어갔다.
엄마가 공인중개사로 실력을 인정받고 안정적인 생활을 시작한 보통의 미국계 중국인이다.
그녀의 남자친구 역시 자신과 별반 다를 거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레이철은 여름휴가차 닉의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그의 고향 싱가포르에 발을 들여놓음으로써 파란만장한 인생의 경험을 하기 시작한다.

정략결혼을 통해 자신들의 부를 늘려가고 자신들의 세계를 확고히 하며 살아가는 그들
그들 중에는 부를 과시하며 사는 사람도 있고, 은둔하며 조용히 존재감을 감추며 사는 사람도 있고
그곳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개척하려는 젊은 세대도 있고, 어떻게든 자신들의 출신성분을 올바르게(?)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윗 세대도 있다.

아스트리드, 네 부모님은 절대 다른 사돈들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내 가족을 존중해 주지 않을 거야. 사실 네 부모님을 탓할 수도 없는 상황이야. 그분들은 그냥 그렇게 태어나신 분들이니까. 같은 계급 출신이 아닌 사람, 부유하지 않은 사람, 황족으로 태어나지 않은 사람과는 어울릴 수 없는 DNA를 타고난 분들이야.

 


니컬러스와 레이철의 앞날은 아스트리드와 마이클의 결혼생활로 그 현실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
닉의 사촌 아스트리드는 그들만의 세계의 아웃사이더였다.
독특한 취향과 자신만의 개성으로 자신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진정한 패셔니스타이고, 사랑을 위해 과감히 평범한 보통 남자와 결혼에 성공한 케이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의 행복한 결혼 생활은 행복하지 않았다.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하는 부를 상속받을 여자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남자에게 이길 수 없는 싸움의 연속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가족모임에 매번 참석하면서 느꼈을 상대적 박탈감과 그들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 등이 다년간 마이클에게 깊은 상처로 남았고, 아스트리드는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먼저 네 삶은 마이클이 바랄 것 같은 방식 말고 네가 원하는 대로 살아야 해. 네가 제일 좋아하는 저택들 중 하나로 이사 가. 네 마음대로 옷을 입어. 내 생각에 마이클이 진짜로 힘들어했던 점은 네가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하며 그의 주위에서 조심하며 생활했던 부분일 거야. 네가 그를 위해 과하게 배려했던 습관이 오히려 그의 자격지심을 키운 꼴인 거지.

 

 

 

이혼녀가 될지도 모를 예전 약혼자 아스트리드에게 찰리의 조언은 정말 적절했다고 본다.
틈을 노리지 않고 진정 그녀의 행복을 위해 자상한 배려를 해주는 찰리
그것이 사랑하는 아스트리드를 진정 위하는 것임을 아는 남자의 마음이겠지.

닉과 레이철의 미래는 아스트리드와 마이클의 모습으로 비춰진다.
레이철은 온갖 소문과 호기심에 둘러싸인 채로 그녀의 남자친구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너는 짐작도 못 하고 있어! 네가 레이철과 결혼하면 우리 모두의 인생을 망치는 꼴이 될 거야. 꼭 그녀를 곁에 두고 싶다면 그냥 애인으로 삼아. 하지만 제발 그녀와 결혼해서 네 미래 전체를 버리지는 마.

엘리너 영.
닉의 어머니이고 레이철을 돈을 노리고 접근했다고 생각하는 전형적인 부잣집 시어머니 상이다.
그녀는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게서 듣보잡 여자인 레이철을  떼어내기 위해 그녀의 뒷조사를 한다.
그리고 레이철도 알지 못하는 비밀을 캐낸다.

 

아무런 정보 없이 상어떼들 사이에 떨구어진 레이철.
그런 그녀에게도 진정한 친구가 있었으니 같은 대학을 나온 부잣집  딸 페익린이다.
그녀의 부모님은 부동산으로 자수성가하여 부를 이루었다.
레이철의 남자친구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되자 페익린은 자신의 인맥을 통해서 레이철을 돕는다.

사실 이 이야기의 매력은 모든 막장 드라마의 요소를 다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전혀 막장스럽게 인식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부를 지닌 사람들의 생활이라는 게 우리와 다른 면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거의 같다는 것에 웃음이 난다.
망나니적 요소와 성실함의 요소를 적절히 안배해서 풀어 놓은 이야기가 많이 본듯하지만 새롭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책을 읽으면서 상상되는 이미지들이 즐거웠다.
조마조마하면서도 시원한 한방이 있어서 통쾌했고, 이기적이고 자신들밖에 모를 거 같은 인간 군상들 중에서 우정과 의리를 지키는 인물들 때문에 훈훈해졌으며, 짜증 날 것만 같은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포장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작가의 글솜씨 때문에 더욱더 재미있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예전에 읽었던 하이틴 로맨스와 할리퀸 생각도 났고, 그 책들의 주인공들 보다 더 막강한 부를 가진 남자 주인공이 생각보다 매력이 덜 하다는 것도 재미있는 요소였다.

그리고 이 이야기엔 모두가 원하는 결말이 없다는 것도 이 책의 매력 중 하나이다.
아직 진행 중인 이야기의 끝이 어떨지 내 맘대로 생각해 보는 재미가 있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영화도 보고 싶어졌다.
책 속에서 펼쳐졌던 그들만의 리그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졌으니까.
그 세계를 영화는 어떻게 표현했는지 읽으면서 내내 궁금해졌다.

영화를 보기 전 원작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면 더 많은 걸 느낄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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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베스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요 네스뵈 지음, 이은선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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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호가스 출판사
1917년 울프 부부가 설립
당대의 가장 좋은 새로운 책들만 출판한다는 목표로 설립된 출판사로 여기서의 울프 부부란 바로
버지니아 울프와 레너드 울프다.

호가스 셰익스피어 프로젝트
셰익스피어를 오늘날 가장 인기 많은 작가들이 다시 쓰도록 후원하는 프로젝트다.
이 의뢰를 받았을 때 요 네스뵈의 조건은 단 하나.
맥베스를 쓰게 해달라는 거였다.
그렇게 탄생한 21세기 버전 맥베스.

영원한 의리는 인간의 영역이 아니고 배신은 인간의 영역이지 않은가.


1970년대 어느 쇠락한 도시
부정부패로 얼룩진 권력자들
닫힌 공장의 실업자들은 마약에 물들어간다.
이 폐기물로 오염된 공기가 들어찬 낡은 도시의 철벽이 무너지는 날이 왔다.
25년간 경찰청장으로 있던 케네스가 죽었다.
공석이 된 경찰청장 자리에 금수저 출신의 덩컨이 부정부패 척결을 외치며 새 경찰청장이 된다.
그는 케네스의 시대를 걷어내고 새로운 시대를 위해 박차를 가한다.

마약단속반의 더프는 조직범죄수사반의 책임자 자리를 노리고 스위노에 대한 제보가 들어오자 단독으로 출동한다.
맥베스는 특수기동대 대장이다.
그도 스위노에 대한 제보를 받았다.
더프가 단독으로 움직이자 숨어서 작전을 지켜본다.


"맥베스는 이 도시의 동부 출신이고 아웃사이더지." 덩컨이 말했다. "반면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우리는 모두 핵심 멤버라고 할 수 있고, 우리는 케네스에 맞서 싸웠고 달라진 경찰 문화를 상징하지만 사립학교를 졸업했고 유복한 집안 출신이기도 하지. 시민들에게 바람직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네. 경찰에서는. 이 도시의 경찰에서는 배경에 상관없이, 연줄에 상관없이 정직하게 열심히 일하면 누구든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고. 특히 정직이라는 단어에 방점을 찍어서."


스위노와 헤카테
마약계의 양대 산맥
스위노가 지는 해라면 헤카테는 신성이고 모든 권력을 장악한 실세였다.
스위노는 오늘 이 한 건에 사활을 걸었다.
그러나 그의 야망은 물거품이 되었다.
기습을 당했고, 어찌 피했으나 그의 꿈이 담긴 4.5톤 트럭은 강물에 처박혔다.


첫 장면부터 몰입하게 만든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는 갑옷을 버리고 특공대의 제복을 입었다.
북유럽 스릴러의 제왕 요 네스뵈
경찰은 네스뵈가 가장 잘 그려내는 배경이다.
게다가 부패한 경찰이라면 더더욱
그리고 그들 사이의 암투라면 더더욱이 그가 적격이다.

덩컨을 죽이면 경찰청장으로 만들어줄게




헤카테의 제안을 맥베스는 단칼에 거절하지만 레이디는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아는 여자였다.
"자기야. 우리가 이 도시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봐. 당신이 경찰청장이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이 도시를 위해 할 수 있어"
레이디의 욕망이 곧 맥베스의 욕망이다.

좋은 시절과 어려운 시절, 인간의 짧은 생과 사가 신에 의해 결정된다면 스스로 신이 되는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쉬운 일이었다.



덩컨의 피를 손에 묻힌 맥베스는 마약에도 다시 손을 댄다.
약은 그의 망상을 부추기고 그는 자신의 적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을 제거한다.

권력과 마약은 같다.
가질수록 더 많이. 그보다 많이. 더더더 많이 바라고 원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얻기 위해 더 많은 희생을 만들어 낸다.

레이디는 바닥부터 치고 올라와 많은 걸 이루었지만 결국 과거의 망령에 의해 집어삼켜진다.
레이디를 잃은 맥베스는 키를 잃은 선장이 되었다.
자신이 그렇게도 되살리고 싶어 했던 그 도시
맥베스는 스스로 도시의 악이 되고 스스로 도시의 자양분이 되었다.

너는 방어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절대 죽이지 못하거든. 그리고 너는 스위노보다 더 잔인하고 케네스보다 더 부도덕했던 인간으로 기억되겠지만 네 발목을 잡은 건 사실 너의 장점이었다. 잔인하지 못한 성격 말이지

"근데 그 소문 못 들었어? 여자의 몸에서 태어난 사람은 나를 죽이지 못한다는 거. 그게 헤카테가 한 약속이었고 그는 여러 번 약속을 지켰지."

"나는 여자의 몸에서 태어나지 않았거든. 나는 어머니의 몸에서 태어나지 않고 어머니의 몸을 가르고 나왔어."


80년 동안 멈춰져 있던 버사가 맥베스를 위해 달려오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헤카테의 약속처럼 여자의 몸에서 태어난 사람은 맥베스를 죽일 수 없었던 걸까?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장면
더프는 어떻게 해도 더프이고
맥베스는 그가 뭘 했어도 맥베스인 것.

맥베스가 사라지고 맥베스로 인해 뭉쳤던 사람들이 되살린 도시는 점점 번영하고 옛 모습을 되찾아 간다.

그리고
그 도시에서 사라졌던 악의 근원들도 번영한 도시 아래로 다시 스멀스멀 다가온다

권력과 부패
선과 악
경찰과 범죄
이들은 공생관계다.
기생 관계가 아니라.

정화의 끝은 되풀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삶의 굴레를 본다.
도저히 뿌리 뽑아지지 않는 그것
그렇다면 그것조차 삶의 한 형태로 봐야 하지 않을까.


오래전의 맥베스는 잊혔다.
기대 이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게
21세기 이전의 맥베스는 셰익스피어로
21세기 이후의 맥베스는 요 네스뵈로 기억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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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여왕 백 번째 여왕 시리즈 2
에밀리 킹 지음, 윤동준 옮김 / 에이치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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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타의 족보 잘레를 지키고 하스틴에 의해 점령당한 타라칸트를 구하기 위해 칼린다는 데븐 일행과 함께 타렉의 아들 아스윈 왕자를 찾아 나선다.

운명의 신은 칼린다에게 어떤 운명을 할애했을까?
원하지 않는 자리에 오르기 위해 서열 토너먼트를 치러야 했지만 그런 잔인한 악습을 없애기 위해 칼린다는 토너먼트에서 서로 싸우지 않도록 자매들을 설득하고, 그들의 죽음에 진심 어린 애도를 표했다
피비린내 진동했던 결투장은 칼린다의 설득에 동조하는 자매들이 생기고 그녀로 인해 새로운 룰이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그녀를 응원하고 그녀는 킨드레드가 되었다.

하지만
운명은 그녀의 토너먼트를 멈추지 않았다.
자나단으로 피신한 아스윈을 찾았지만 아스윈의 킨드레드를 뽑는 각국의 공주들과 토너먼트를 치러야만 하는 칼린다.
원하지 않았지만 갖게 된 권력과 백성들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자신의 자유를 얻기 위해 토너먼트에 참가하기로 결정하는 칼린다.
그런 칼린다에게 접근하는 타렉과 똑 닮은 아스윈
칼린다와 떨어져 난민이 된 데븐 
이들은 모두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을까?

새로운 형식의 판타지
읽으면서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화려한 결투 실외에도 볼거리가 풍성할 거 같은 배경이 이 이야기의 최대 장점이다.
그리고 주인공의 연약한 듯 강인한 의지가 돋보이고
땅. 바람. 물. 불의 힘을 가진 부타들에 대한 이야기도 특별하진 않지만 특별한 배경 때문에 더 빛나 보이는 소재가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게 끝이 아니다.
세 번째 이야기 악의 여왕이 기다리고 있음이다.

불의 여왕에서 칼린다는 자신이 버너라는 부타의 힘을 가졌다는 걸 인정하고 그것을 이용하고 극대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한 사람의 군주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치게 되는지 새삼 깨닫는다.
부타는 타렉에 의해 도륙을 당하고 그 명백한 이유를 얻기 위해 백성들에게 심어 놓은 부타에 대한 두려움과 증오심들이 무차별 살상과 이유 없는 거부감을 갖게 만든다.
그 모든 것은 단지 천명의 부타의 피를 얻어 악마를 소환하기 위한 타렉의 소원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아무도 모른다.
그토록 지킬 것을 위해 싸웠으나
결국 잘레를 이용한 악마 소환은 이루어지고 타렉의 모습으로 변신한 악마는 세상을 파괴하기 위한 전진을 시작한다.

미약하기만 한 소녀 칼린다의 어깨에 지어진 무게가 너무 버겁다.
타렉이 심어 놓은 부타에 대한 증오심이 그녀에게 열광하던 백성들의 마음을 순식간에 돌변시켰다.
칼린다는 돌아선 그들의 안전을 위해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을까?
그녀는 데븐과 아스윈 두 사람 중에 누구를 택할까?

칼린다의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 고달프다.
그저 사랑하는 이들과 평화롭게 살아가는 게 전부인 그녀에게 운명은 쉬어갈 틈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의 선택은 언제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위한 결정이다.
그것이 다음 편 악의 여왕에서 어떻게 이어질지 조바심이 난다.
아직 정체를 다 모르겠는 아스윈
남성성보다는 여성성이 더 강한 데븐
이 둘 사이에서 칼린다는 어떤 결정을 내릴지 나는 그것이 제일 궁금하다.
아직까지는 첫사랑 데븐에게 마음이 더 많이 있지만.
사랑은 움직이는 거니까.
나는 아스윈이 더 매력 있게 느껴지기에 데븐 보다 아스윈에게 한 표 던져본다.
재앙을 몰고 온 아스윈이지만 칼린다의 악마의 불을 잠재워 주는 제국의 희망이냐
지고지순하지만 약간 우유부단한 데븐이냐.

이 칼린다라는 여전사에겐 어떤 남정네가 더 어울릴지 짝 맞춰 보는 재미도 있다.
작가의 마음이 어디에 있던 나는 아스윈을 응원할란다!


내가 좋아하는 판타지
여자 주인공이 시련에 굴하지 않고
남자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주적으로 삶을 개척해 나아가는 모습이 멋지다

내 어릴 땐 이런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남자의 그늘에서
남자의 도움을 받아
남자가 이끄는 대로
남자의 결정에 만족하며
남자에게 자신의 모든 걸 일임하고
남자의 선택만을 기다리던

그런 줏대도
자존심도
열정도
자존감도
주체성도 없는
그런 여자들에 대한 학습만이 난무했다

이 이야기를 많은 공주들에게 전하고 싶다
내 안의 힘을 결코 간과하지 말고 살라고
부당해도 안주하지 말고 칼린다처럼 맞서라고
그 용기에 반드시 힘을 보태주는 사람들이 꼭 있을 거라고
그러니 절대 나약을 미덕으로 삼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때론
낯선 이야기 하나가
많은 걸
바꿀 수 있는 그런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걸

이 책이 의도하는 바가 내가 느끼는 것과 다르더라도
결국 세상의 모든 작품은
그걸 보고
그걸 읽고
그걸 듣고
그걸 만지고
그걸 느낀 사람의 의도에 달렸다는 걸
그걸 말하고 싶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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