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베스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요 네스뵈 지음, 이은선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호가스 출판사
1917년 울프 부부가 설립
당대의 가장 좋은 새로운 책들만 출판한다는 목표로 설립된 출판사로 여기서의 울프 부부란 바로
버지니아 울프와 레너드 울프다.

호가스 셰익스피어 프로젝트
셰익스피어를 오늘날 가장 인기 많은 작가들이 다시 쓰도록 후원하는 프로젝트다.
이 의뢰를 받았을 때 요 네스뵈의 조건은 단 하나.
맥베스를 쓰게 해달라는 거였다.
그렇게 탄생한 21세기 버전 맥베스.

영원한 의리는 인간의 영역이 아니고 배신은 인간의 영역이지 않은가.


1970년대 어느 쇠락한 도시
부정부패로 얼룩진 권력자들
닫힌 공장의 실업자들은 마약에 물들어간다.
이 폐기물로 오염된 공기가 들어찬 낡은 도시의 철벽이 무너지는 날이 왔다.
25년간 경찰청장으로 있던 케네스가 죽었다.
공석이 된 경찰청장 자리에 금수저 출신의 덩컨이 부정부패 척결을 외치며 새 경찰청장이 된다.
그는 케네스의 시대를 걷어내고 새로운 시대를 위해 박차를 가한다.

마약단속반의 더프는 조직범죄수사반의 책임자 자리를 노리고 스위노에 대한 제보가 들어오자 단독으로 출동한다.
맥베스는 특수기동대 대장이다.
그도 스위노에 대한 제보를 받았다.
더프가 단독으로 움직이자 숨어서 작전을 지켜본다.


"맥베스는 이 도시의 동부 출신이고 아웃사이더지." 덩컨이 말했다. "반면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우리는 모두 핵심 멤버라고 할 수 있고, 우리는 케네스에 맞서 싸웠고 달라진 경찰 문화를 상징하지만 사립학교를 졸업했고 유복한 집안 출신이기도 하지. 시민들에게 바람직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네. 경찰에서는. 이 도시의 경찰에서는 배경에 상관없이, 연줄에 상관없이 정직하게 열심히 일하면 누구든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고. 특히 정직이라는 단어에 방점을 찍어서."


스위노와 헤카테
마약계의 양대 산맥
스위노가 지는 해라면 헤카테는 신성이고 모든 권력을 장악한 실세였다.
스위노는 오늘 이 한 건에 사활을 걸었다.
그러나 그의 야망은 물거품이 되었다.
기습을 당했고, 어찌 피했으나 그의 꿈이 담긴 4.5톤 트럭은 강물에 처박혔다.


첫 장면부터 몰입하게 만든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는 갑옷을 버리고 특공대의 제복을 입었다.
북유럽 스릴러의 제왕 요 네스뵈
경찰은 네스뵈가 가장 잘 그려내는 배경이다.
게다가 부패한 경찰이라면 더더욱
그리고 그들 사이의 암투라면 더더욱이 그가 적격이다.

덩컨을 죽이면 경찰청장으로 만들어줄게




헤카테의 제안을 맥베스는 단칼에 거절하지만 레이디는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아는 여자였다.
"자기야. 우리가 이 도시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봐. 당신이 경찰청장이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이 도시를 위해 할 수 있어"
레이디의 욕망이 곧 맥베스의 욕망이다.

좋은 시절과 어려운 시절, 인간의 짧은 생과 사가 신에 의해 결정된다면 스스로 신이 되는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쉬운 일이었다.



덩컨의 피를 손에 묻힌 맥베스는 마약에도 다시 손을 댄다.
약은 그의 망상을 부추기고 그는 자신의 적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을 제거한다.

권력과 마약은 같다.
가질수록 더 많이. 그보다 많이. 더더더 많이 바라고 원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얻기 위해 더 많은 희생을 만들어 낸다.

레이디는 바닥부터 치고 올라와 많은 걸 이루었지만 결국 과거의 망령에 의해 집어삼켜진다.
레이디를 잃은 맥베스는 키를 잃은 선장이 되었다.
자신이 그렇게도 되살리고 싶어 했던 그 도시
맥베스는 스스로 도시의 악이 되고 스스로 도시의 자양분이 되었다.

너는 방어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절대 죽이지 못하거든. 그리고 너는 스위노보다 더 잔인하고 케네스보다 더 부도덕했던 인간으로 기억되겠지만 네 발목을 잡은 건 사실 너의 장점이었다. 잔인하지 못한 성격 말이지

"근데 그 소문 못 들었어? 여자의 몸에서 태어난 사람은 나를 죽이지 못한다는 거. 그게 헤카테가 한 약속이었고 그는 여러 번 약속을 지켰지."

"나는 여자의 몸에서 태어나지 않았거든. 나는 어머니의 몸에서 태어나지 않고 어머니의 몸을 가르고 나왔어."


80년 동안 멈춰져 있던 버사가 맥베스를 위해 달려오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헤카테의 약속처럼 여자의 몸에서 태어난 사람은 맥베스를 죽일 수 없었던 걸까?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장면
더프는 어떻게 해도 더프이고
맥베스는 그가 뭘 했어도 맥베스인 것.

맥베스가 사라지고 맥베스로 인해 뭉쳤던 사람들이 되살린 도시는 점점 번영하고 옛 모습을 되찾아 간다.

그리고
그 도시에서 사라졌던 악의 근원들도 번영한 도시 아래로 다시 스멀스멀 다가온다

권력과 부패
선과 악
경찰과 범죄
이들은 공생관계다.
기생 관계가 아니라.

정화의 끝은 되풀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삶의 굴레를 본다.
도저히 뿌리 뽑아지지 않는 그것
그렇다면 그것조차 삶의 한 형태로 봐야 하지 않을까.


오래전의 맥베스는 잊혔다.
기대 이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게
21세기 이전의 맥베스는 셰익스피어로
21세기 이후의 맥베스는 요 네스뵈로 기억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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