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1
케빈 콴 지음, 이윤진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세상 어디에서도 중국인보다 부자인 민족은 발견되지 않았다. - 이븐 바투타

 

 

그녀는 이런 식의 부를 난생처음 봤다. 그리고 단 한 순간도 그녀의 남자 친구가 이런 세계의 일부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고
나는 놈 위에 비행기 타는 놈 있다고 했다.
항상 더 잘 나가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란 뜻으로 해석한다. 나는.
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라는 책을 읽었으니 여기에 하나 더 덧붙여야겠다.

비행기 타는 놈 위에 제트기 타는 놈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부자나 재벌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보다 더 윗급인 알려지지 않은 숨은 부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들은 자신들을 드러내지 않는다. 나서지 않고, 자신들이 가진 것들을 티 내지 않고 오히려 잘 숨긴다.
그렇게 숨어서 세상을 조정하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말만 들었다.
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엔 그런 숨어있는 부자들의 이야기가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들만의 세계. 그 세계를 유지하기 위한 정략결혼. 틈을 보이지 않으려는 노력들. 그렇게 "다름" 을 실천하며 조용히 살고 있는 숨어있는 부자들.

이질감을 느낄 만도 한데 하도 엄청난 부 앞에서 그런 걸 느낄 틈이 없었다.
완전히 다른 세상에 대한 이야기는 나와는 상관없는 세계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에 그런가 보다.
자수성가한 신흥 부자들과는 격이 다른 대대손손 이어져 오는 부를 가진 사람들
태생부터가 남다른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표현되었다.

이 이야기엔 막장 드라마 요소가 모두 들어있다.
신데렐라와 백마 탄 왕자님의 이야기의 틀이 이 이야기의 본질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그걸 빙자해서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표현해냈다는 게 이 이야기의 진짜 이야기가 아닐까?

니컬러스 영과 레이철 추
그들은 미국의 한 대학의 교수들로 서로 사귄 지 2년째 되는 커플이다.
레이철은 아기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와 미국에 이민을 와서 엄마가 각 주를 전전하며 식당에서 일하며 공부하며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내기 전까지 고달픈 생활을 이어갔다.
엄마가 공인중개사로 실력을 인정받고 안정적인 생활을 시작한 보통의 미국계 중국인이다.
그녀의 남자친구 역시 자신과 별반 다를 거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레이철은 여름휴가차 닉의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그의 고향 싱가포르에 발을 들여놓음으로써 파란만장한 인생의 경험을 하기 시작한다.

정략결혼을 통해 자신들의 부를 늘려가고 자신들의 세계를 확고히 하며 살아가는 그들
그들 중에는 부를 과시하며 사는 사람도 있고, 은둔하며 조용히 존재감을 감추며 사는 사람도 있고
그곳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개척하려는 젊은 세대도 있고, 어떻게든 자신들의 출신성분을 올바르게(?)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윗 세대도 있다.

아스트리드, 네 부모님은 절대 다른 사돈들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내 가족을 존중해 주지 않을 거야. 사실 네 부모님을 탓할 수도 없는 상황이야. 그분들은 그냥 그렇게 태어나신 분들이니까. 같은 계급 출신이 아닌 사람, 부유하지 않은 사람, 황족으로 태어나지 않은 사람과는 어울릴 수 없는 DNA를 타고난 분들이야.

 


니컬러스와 레이철의 앞날은 아스트리드와 마이클의 결혼생활로 그 현실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
닉의 사촌 아스트리드는 그들만의 세계의 아웃사이더였다.
독특한 취향과 자신만의 개성으로 자신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진정한 패셔니스타이고, 사랑을 위해 과감히 평범한 보통 남자와 결혼에 성공한 케이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의 행복한 결혼 생활은 행복하지 않았다.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하는 부를 상속받을 여자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남자에게 이길 수 없는 싸움의 연속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가족모임에 매번 참석하면서 느꼈을 상대적 박탈감과 그들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 등이 다년간 마이클에게 깊은 상처로 남았고, 아스트리드는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먼저 네 삶은 마이클이 바랄 것 같은 방식 말고 네가 원하는 대로 살아야 해. 네가 제일 좋아하는 저택들 중 하나로 이사 가. 네 마음대로 옷을 입어. 내 생각에 마이클이 진짜로 힘들어했던 점은 네가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하며 그의 주위에서 조심하며 생활했던 부분일 거야. 네가 그를 위해 과하게 배려했던 습관이 오히려 그의 자격지심을 키운 꼴인 거지.

 

 

 

이혼녀가 될지도 모를 예전 약혼자 아스트리드에게 찰리의 조언은 정말 적절했다고 본다.
틈을 노리지 않고 진정 그녀의 행복을 위해 자상한 배려를 해주는 찰리
그것이 사랑하는 아스트리드를 진정 위하는 것임을 아는 남자의 마음이겠지.

닉과 레이철의 미래는 아스트리드와 마이클의 모습으로 비춰진다.
레이철은 온갖 소문과 호기심에 둘러싸인 채로 그녀의 남자친구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너는 짐작도 못 하고 있어! 네가 레이철과 결혼하면 우리 모두의 인생을 망치는 꼴이 될 거야. 꼭 그녀를 곁에 두고 싶다면 그냥 애인으로 삼아. 하지만 제발 그녀와 결혼해서 네 미래 전체를 버리지는 마.

엘리너 영.
닉의 어머니이고 레이철을 돈을 노리고 접근했다고 생각하는 전형적인 부잣집 시어머니 상이다.
그녀는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게서 듣보잡 여자인 레이철을  떼어내기 위해 그녀의 뒷조사를 한다.
그리고 레이철도 알지 못하는 비밀을 캐낸다.

 

아무런 정보 없이 상어떼들 사이에 떨구어진 레이철.
그런 그녀에게도 진정한 친구가 있었으니 같은 대학을 나온 부잣집  딸 페익린이다.
그녀의 부모님은 부동산으로 자수성가하여 부를 이루었다.
레이철의 남자친구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되자 페익린은 자신의 인맥을 통해서 레이철을 돕는다.

사실 이 이야기의 매력은 모든 막장 드라마의 요소를 다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전혀 막장스럽게 인식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부를 지닌 사람들의 생활이라는 게 우리와 다른 면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거의 같다는 것에 웃음이 난다.
망나니적 요소와 성실함의 요소를 적절히 안배해서 풀어 놓은 이야기가 많이 본듯하지만 새롭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책을 읽으면서 상상되는 이미지들이 즐거웠다.
조마조마하면서도 시원한 한방이 있어서 통쾌했고, 이기적이고 자신들밖에 모를 거 같은 인간 군상들 중에서 우정과 의리를 지키는 인물들 때문에 훈훈해졌으며, 짜증 날 것만 같은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포장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작가의 글솜씨 때문에 더욱더 재미있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예전에 읽었던 하이틴 로맨스와 할리퀸 생각도 났고, 그 책들의 주인공들 보다 더 막강한 부를 가진 남자 주인공이 생각보다 매력이 덜 하다는 것도 재미있는 요소였다.

그리고 이 이야기엔 모두가 원하는 결말이 없다는 것도 이 책의 매력 중 하나이다.
아직 진행 중인 이야기의 끝이 어떨지 내 맘대로 생각해 보는 재미가 있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영화도 보고 싶어졌다.
책 속에서 펼쳐졌던 그들만의 리그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졌으니까.
그 세계를 영화는 어떻게 표현했는지 읽으면서 내내 궁금해졌다.

영화를 보기 전 원작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면 더 많은 걸 느낄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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