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로 드나드는 여자 : 겨울의 약혼자들
크리스텔 다보스 지음, 윤석헌 옮김 / 레모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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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 기분이 나빴던 어느 날, 신은 터무니없는 짓을 저질렀다.
세계를 산산조각 냈다.



첫장부터 이야기가 범상치 않을거라는 예상은 했었지만 읽어갈수록 마주하게되는 이 새로운 세상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정말 책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판타지를 그야말로 환상적으로 충족시켜주는 이야기의 탄생이다!




물건을 읽는 건 말이야, 잠시 자신을 잊어버리고 다른 이의 과거에 스스로를 내어주는 거란다. 하지만 거울로 드나드는 것은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일이지. 배짱이 있어야만 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기 위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으로 들어가는 거라고. 자기 얼굴을 감추는 사람들, 스스로를 속이는 사람들, 실제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자신을 보는 사람들, 그들은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지.



손끝으로 사물의 역사를 읽을 수 있는 오펠리는 거울을 통해 이동하는 재주도 지녔다.
평범하게 조용한 일상을 살아가던 그녀에게 약혼자가 생긴다.
다른 아슈 출신의 남자. 키가 크고 곰가죽을 뒤집어쓰고 그녀를 찾아온 약혼자는 그녀에겐 눈길도 주지 않고 가족과 이별할 시간도 주지않고 오펠리와 그녀의 샤프롱인 이모 로즈를 데리고 자신의 아슈인 폴로 떠나버린다.

그곳은 환영으로 이루어진 세계이다.
얼음대륙처럼 차가운 곳에서 오펠리는 자신이 환영받지 못한다는 걸 깨닫는다.
그것은 그녀의 약혼자에게 적이 많기 때문이었다.
그는 궁중 고위 관리직이지만 아무도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의 가족조차도.

이제 오펠리는 그 살벌한 곳에서 살아남기위해 애를 써야한다.
사방이 적인 그곳에서 불친절하기 짝이 없는 그의 약혼자와 그와의 결혼을 방해하려는 무리에 맞서야 하는 어리고 여린 오펠리의 이야기. 가 다는 아니라는데 이 이야기의 매력이 팍팍 터진다.



판타지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는 세계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보적인 상상력으로 창조된 세계는 많은이들에게 영감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다보스의 거울로 드나드는 여자속의 세계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세상이다.

신이 산산조각낸 세계는 아슈로 다시 태어나고 각각의 아슈는 정령을 구심점으로 개성에 맞는 형태로 꾸며져 있다.

표지의 그림처럼.


클랜 사이의 적대 관계 때문에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진솔한 사람들을 스스로 찾아야 했다. 생각을 단련시키고 싶었고, 스스로 선택하고 싶었고, 자신의 힘으로 존재하고 싶었다.

이것이 오펠리였다.
약하고 어리고 꾸미지 않아서 마냥 어리숙하게 보이는 이 소녀에겐 굳은 심지와 뚝심이 있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강인함.
그것이 오펠리의 힘이다.

그런 그녀가 온갖 권모술수를 부리는 이들 사이에서 자신을 지켜내는 이야기는 상당히 감동스럽다.
어째서 이 작품이 이렇게 늦게 우리나라에 들어왔는지 애통할지경이다.
심지어 데뷔작인데 말이지~

1권 보다 더 흥미진진해질 두번째 이야기가 빠르게 출간되길 고대한다.

정말 색다른 세상을 여행하고픈 이들에게
판타지에 굶주린 이들에게
시리즈를 환영하는 이들에게
표지에 반한 이들에게 이야기에는 더 반할거라고 장담 합니다.

새로운 세상으로의 탑승 준비가 되셨다면.
스스로 아무힘도 없이 나약하다고 생각한다면.
꿈을 꾸고 싶다면.
달달한 거 말고 고난을 이겨내는 사랑이 보고 싶다면.
거울로 드나드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고 싶다면.
색다른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면.

이 이야기로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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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걸작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김호영 옮김 / 녹색광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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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크.

이름은 들어봤지만 그의 작품을 읽어 본 적은 없는 거 같다.

이번에 녹색광선에서 발자크의 작품 중 두 편을 미지의 걸작이란 이름으로 출간하였다.

 

영생의 묘약과 미지의 걸작 두 편이 실린 책의 표지는 녹색광선이라는 출판사 이름에 걸맞은 녹색의 실크 표지를 띠고 있는 양장본이다.

그리고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책머리에 쓰인 발자크에 대한 이야기에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겼다.

 

조만간 나는 한 재산 장만할 겁니다. 문필가로서, 아니면 정치계에서, 아니면 언론계에서, 아니면 결혼을 통해서, 아니면 어떤 사업상의 일확천금을 통해서 말입니다.

 

 

츠바이크 평전에 실린 발자크가 그의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 있는 대목이다.

이렇게 솔직하게 자신의 야망을 다각도에서 펼쳐보고 싶어 했던 발자크.

그의 문학 세계는 어땠을까?

 

 

영생의 묘약

 

사랑하는 아들아, 바보짓을 해도 네가 재미있는 것만 하거라.

 

이렇게 무한의 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며 방종하게 큰 돈 후안.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을 그는 아버지의 임종 앞에서 아버지의 비밀을 듣게 된다.

자신이 죽으면 비밀 서랍에 있는 영생의 묘약을 사용해 자신을 부활시키라는 말을 들은 돈 후안.

그는 아버지로부터 그 묘약을 훔친다.

막대한 부와 묘약을 지닌 채 그는 거칠 것 없는 인생을 살았고 아버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아들에게 당근과 채찍 같은 사랑을 보여줌으로써 순종적인 아들로 키워내고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자신의 아버지처럼 솔직하게 얘기하지 않는 영특함을 발휘면서.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알았던 돈 후안.

그래서 사는 동안 영생을 꿈꾸며 준비를 철저히 했었다.

 

그의 시선은 모든 것을 깊이 탐구했고 사회적 삶의 원리를 꿰뚫었다. 무덤을 통해 세상을 본 만큼, 세상을 더 잘 파악했다. 그는 인간들과 사물들을 분석했고, 역사를 통해 재현되는 과거, 법에 의해 형성되는 현재, 종교를 통해 밝혀지는 미래를 단번에 이해하고 결론지었다.

 

 

 

이렇게 두 번째 인생을 준비하던 돈 후안은 과연 자신의 꿈을 이루었을까?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얻은 영생의 묘약은 그에게 어떻게 작용했을까?

 

살면 살수록 그는 의심이 더 많아졌다.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그는 자주 용기가 무모함이 되는 것을 알아챘다. 신중함이 비겁함이 되고, 관대함이 교활함이 되며, 정의가 범죄가 되고, 섬세함이 어리석음이 되고, 성실함이 조직이 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모든 걸 알게 된 돈 후안의 꿈은 이루어질까?

 

인과응보.

이 이야기의 마지막은 생각할수록 소름이 끼친다.

죽음에 대한 빚이 어떻게 되돌아오는지를 알려주는 이야기.

누군가로부터 소중한 것을 빼앗으면 그것이 어떻게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오는지 섬뜩하게 보여주는 이 단편이 발자크의 한 면모를 보여주는 것 같다.

 

 

 

 

미지의 걸작

 

 

발자크가 프랜호프라는 화가의 입을 빌려 당시의 화풍을 질타하고 미래지향적 화풍을 설교한 작품. 이라고 요약하고 싶다.

이 이야기는 자크 리베트가 1991년 누드 모델이라는 이름으로 영화로 만들었다.

이 책의 뒤편은 이 누드 모델 영화의 이야기가 담겨있어 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보게, 어린 친구. 결국 중요한 건 마지막 붓의 터치야.

우리 중 누구도 이면에 숨겨진 것의 의미를 알진 못하지. 이 점을 잘 알아야만 하네.

 

 

젊은 화가들의 그림을 보면서 일갈을 한 프렌호퍼는 자신만의 미지의 걸작을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에게도 그것을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젊은 화가 푸생은 자신의 아름다운 애인을 프렌호퍼의 모델로 보내고 싶어 하는 마음과 애인을 공유하고 싶어 하지 않는 마음으로 갈등한다.

 

 

 

 

이봐, 너무 많은 지식은 무지와 마찬가지로 결국 부정(否定)에 이르게 되지.

 

 

 

 

발자크는 이 이야기로 그 시대의 곧이곧대로의 표현력을 질타함으로써 다른 표현력을 통해 생명력을 불어넣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마도 작가로서 그 당시 그림들을 보며 상상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 지도 모른다.

입체감이 부족한 그림들이 그의 상상력을 방해했던 모양이다.

프렌호퍼는 그 부족한 상상력을 붓질 한 번으로 만회시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림이 살아나는 과정을 표현해 내면서 발자크는 미래의 화풍을 글로써 표현해 내었다.?

어쩜 이 작품 이후의 그림들이 어느 화가에게 영감을 주었는지도 모르지.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들은 서로를 알아보는 법이니까.

 

 

이름은 들었지만 잘 모르는 작가의 단편들이 엮어진 책을 읽으며

이 책을 소개하는 출판사가 많은 부분에서 독자들을 이해시키려 노력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실 책머리와 부록이 없었다면 이 미지의 걸작은 내게 그야말로 미지의 걸작으로 남았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미술에 문외한인 내가 읽어도 이 작품에 이런 의미가 있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게 길을 잡아준 것이 바로 이 책의 묘미이자 출판사의 신의 한 수라 생각한다.

 

이 두 편의 이야기로 발자크를 알게 된 나는

발자크가 너무 앞선 시대를 산 게 아닌가 싶다.

요즘 세상을 살았다면 그는 아마도 다양한 곳에서 실력을 발휘하면서 자신의 감각들을 맘껏 펼쳐 볼 수 있었을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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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 스트라이크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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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계속 빼앗길 수 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면, 그야말로 지요의 얘기처럼 능력 대신 평화가 보장되는 게 나을 것도 같았다. 원해서 그런 힘을 갖고 태어난 게 아닌데....

.

.

빼앗길 것이 남아 있는 한, 도시가 존재하는한 완전한 평화란 익인들에게 꿈만 같은 이야기.

 

 

 

날개에 치유의 능력이 있는 익인들.

키는 작지만 커다란 날개와 힘이 도시인들보다 센 익인들은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하며 그들만의 땅에서 나고 자라는 것들을 도시에 공급하며 산다.

 

은각과 미과

은각은 은각마가 죽으면 그 눈동자를 세공하여 만든 보석이고

미과는 일종의 마약성분처럼 기분을 좋게 하는 나무 열매이다.

도시인들은 이 보석을 얻기 위해 은각마를 잡아다 억지로 교배하는 실험도 했으나 그들이 원하는 바를 갖지는 못했다.

 

힘이 있어도 그 힘을 이용하지 않는 익인들

그 힘의 원천을 알고자 하는 도시인들

 

그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사건은 벌어진다.

 

이방인.

 

익인과 도시인 사이의 혼혈.

몸집은 도시인들과 비슷하지만 날개는 턱없이 작아서 익인들 사이에서도 눈에 띄는 비오.

 

현 시행의 배다른 동생이자 눈에 띄어서는 안되는 존재 루.

 

이 두 사람의 만남은 도시인에게 잡힌 비오가 루를 납치하여 탈출하면서 이어진다.

이를 통해 루는 도시인으로서 익인들의 삶을 이해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두 이방인이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은 익인들의 공간에서 펼쳐진다.

 

늘 조심하고 눈에 안 띄기를 바라며 살던 루에게 익인들의 공간은 그녀를 받아들이고 그녀 자체로 봐주는 이들의 품에서 한없는 자유를 누리게 만든다.

비오와 루.

이 두 사람의 마음은 이어질까?

그들을 반대하는 이들은 없을까?

 

 

코앞에서 들여다본 것은 아니었으나 청년들의 담갈색(비오는 갈백색) 어깨와 등은 정말이지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과 똑같이 근육의 움직임에 따라 꿈틀거릴 뿐이었다. 그 어깨에 날개가 따로 비집고 나올 만한 상처나 절재선은 없었고 등판이 깃털로 뒤덮여 있지도 않았다. 그들의 날개가 어디에 감추어져 있다가 솟아 나오는지, 모든 것을 인과 논리로 분석하려는 도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의문을 품고 때론 뜯어보고 싶다는 폭력적인 열망마저 품게 되는 게 큰 무리도 아니겠다는 위험한 생각이 들었다.

 

 

 

두려움은 그것의 실체를 파악해야만 사라진다.

익인들의 날개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평상시엔 도시인과 똑같은 모습이지만 그들이 날고자 할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서 그들을 날개 했다.

도시인들 중 누군가는 분명히 그것을 이용하고자 하는 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익인들의 무덤을 파헤치고 그것을 항의하러 간 익인은 실종되었다.

도시를 관장하는 시행은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짚이는 자는 있었다.

도시의 무력은 익인들의 평화를 깨기 위해 행진할까?

자신들의 잘못을 무력으로 입막음할까?

시행의 동생을 납치한 자를 잡아들이기 위해 도시인은 무엇을 하게 될까?

 

 

베푸는 겁니다. 무엇이든 나눠 주는 거지요. 자기가 가진 거라면 하다못해 한 줌의 체온이라도 말입니다. 조각내서 나눠 줄 수 없으니 그 순간 눈앞에 있는 당신에게 최선을 다해서 마음의 전부를 주는 것, 그게 우리의 본성입니다.

 

 

 

존재를 이렇게 온 마음으로 대하는 종족이 이 세상에 남아 있을까?

이렇게 각박한 세상에서 이토록 다정한 종족을 이야기 속에서라도 만날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그들이 가진 치유의 능력 또한 생명을 살리는 데 있어 자신들의 온 힘을 나눠주는 것이기에 그래서 더 소중하게 여겨졌다.

그런 그들에게 가해지는 도시인들의 욕심이 점점 부풀어 올라 멸종해가는 그들을 일망타진할 것만 같아서 조마조마하는 마음을 부여잡고 책장을 넘겨야 했다.

 

 

 

삶의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 무언가는 옳고 바람직하거나 다른 것은 그릇되다는 것을 말하지는 않아.

 

 

 

 

이 이야기의 가장 아름다운 것은 바로 이 문장이다.

다름을 올바르게 정의한 것.

그리고 그것을 따르도록 결정할 수 있는 결정권을 가진 자의 마음가짐.

그래서 이 이야기를 손에서 놓고도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나 보다.

 

다른 것과의 공존.

그것을 이해하는 힘 때문에...

 

 

그 어떤 새도 영원히 허공에서만 살 수 없고 언젠가 땅에 두 발을 디디고 내려앉아야 한다면, 네가 그의 유일한 영토이니까.

 

 

 

사랑을 이렇게 멋지게 표현해도 되는 건가요?

날개를 접을 수 있는 유일한 영토.

나는 누군가의 진정한 영토일까?

아님 나는 내가 안착할 수 있는 진정한 영토에 발을 디디고 선 게 맞나...

 

 

 

한군데 정박하지 않고 앉은 자리를 끊임없이 박차고 떠나는 거야말로 날개를 가진 자의 운명 아닐까.

 

 

 

그 운명을 이해하는 자는 날개가 없어도 그 날갯짓을 향해 날아오를 수 있다.

 

이야기 곳곳에 담겨있는 메시지는

다름의 이해와

공존의 이해와

사랑의 이해와

기다림의 이해였다.

 

현실 속에서 일어나는 잔인하고 잔혹하고 숨 가쁜 이야기에 숨 막혀하던 마음에

오랜만에 단비를 뿌려주고 나니 마음이 한층 유해진 기분이다.

 

구병모 특유의 문체는

마치 무성영화를 틀어 놓고 변사가 그 내용을 이야기해주는 느낌이다.

우스꽝스러운 목소리가 아닌

감성 풍부한 목소리로 익인과 도시인의 상반된 모습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다독거리는 모습을 설명해주어서

듣는 이들의 가슴에 온화한 기분을 선사해주는 느낌이다.

 

날개를 가진 자도

날개를 갖지 못한 자도

모두 날 수 있는 이야기.

 

버드 스트라이크.

 

또 하나의 완전한 꿈이 완성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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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리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프리퀄
마리사 마이어 지음, 김지선 옮김 / 에이치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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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은 그렇게 결정된 대로만 나아가는 걸까?

 

빵을 잘 굽는 소녀 캐서린 핑거튼.

장차 자신만의 베이커리를 운영하며 하트 왕국에서 제일 가는 제빵사가 되는 게 소원인 캐서린.

그녀는 하녀이자 친구인 메리 앤과 미래를 꿈꾸며 그날 저녁 무도회에서 왕의 디저트로 바칠 레몬 타르트를 만든다.

밤사이 꿈속에서 그녀의 침대 기둥으로부터 자라난 나무에서 딴 레몬으로 만든 타르트.

그녀가 분명 하트 왕국의 제일 가는 제빵사라는 걸 그 누구도 의심치 않을 것이다.

그녀의 부모조차도...

 

 

하지만 운명은 그녀가 제빵사가 되기보다는 여왕이 되기를 갈망했다.

그것도 아주 차갑고 살벌한 여왕이 되기를...

 

 

마리사 마이어의 신간 하트리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프리퀄로 주인공 앨리스가 아닌 하트의 여왕을 주인공으로 한 특별한 이야기다.

마리사 마이어는 루나크로니클 시리즈로 주목받은 작가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어릴 적 동화 속 주인공을 새롭게 해석한 이야기로 알려져 있다.

 

 

하트리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하트의 여왕이 여왕이 되기 전 그녀의 숨겨진 이야기를 풀어낸 이야기다.

꿈 많고 다정했던 소녀가 왜 그렇게 못되고 차가운 여왕이 되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운명이란 예측하기도 어렵지만 거부하기도 어렵다는 걸 다시 깨닫게 된다.

 

참으로 기묘했다. 비밀로 해야 한다는 이 본능적 충동은 어째서일까. 캐스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메리 앤에게 뭔가를 숨긴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그 장미는 마치 속삭임처럼, 사람들로 붐비는 방 건너편에서 말없이 쳐다보는 시선처럼 느껴졌다. 뭔가 소중하고, 뭔가 혼자서만 알아야 할 것 같고, 현실주의자인 메리 앤이 이해해주지 않을 거라고 여겨지는 것.



운명은 캐스를 하트의 여왕으로 만들 준비를 착실하게 하고 있었고, 그녀의 심장을 조이기 위한 특별 장치도 남겨두었다.

왕이 주최한 무도회 날 캐스는 왕의 청혼을 피하려 도망치다 왕의 어릿광대 제스트를 만난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에게 반하게 된다.

제스트는 캐스의 꿈속에 나타난 사람이었고, 캐스는 그것을 운명으로 여겼다.

제스트와 캐스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 그날 하트의 왕국은 제버워크의 등장으로 위기에 빠진다.

 

캐스는 메리 앤과 오랫동안 꿈꿔왔던 빵집을 열게 될까?

아니면 하트의 여왕이 되어 왕국을 공포로 다스릴까?

아니면 제스트와 사랑의 도피를 하게 될까?

그리고 하트의 왕국은 전설 속 괴물 제버워크의 공격으로부터 어떻게 벗어나게 될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어릴 때 그림책으로만 읽고, 어른이 되어서는 영화로만 보았다.

그래서 영화 속 하트의 여왕이 각인되어 이 하트리스의 이야기가 처음엔 잘 느껴지지 않았다.

뭔가 정신없는 거 같고, 마법과 비현실이 가득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초반부의 익숙하지 않은 표현들을 인내하다 보면 이 이야기의 참맛으로 이끌려간다.

전설 속의 동물인 제버워크가 나타나서 사람들을 공격하지만 무능한 왕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캐스는 왕의 청혼을 물리치고 어떻게 하면 베이커리를 열지 고심하며 어느새 맘속에 자리 잡은 제스트와의 미래를 꿈꾼다.

하지만 그녀의 부모님은 집요하게 그녀에게 왕의 청혼을 받아들이길 권하고, 제스트 역시 그녀에게 여왕이 되기를 은근히 권한다.

 

 

저는 당신의 심장을 훔치려고 여기 왔어요.



 

캐스를 사랑하게 된 제스트는 자신의 신분과 임무를 고백한다.

체스국의 록이었던 제스트는 흰 여왕의 명령으로 하트여왕의 심장을 훔치려고 이곳에 보내진 첩자였다.

어떤 의미에서 그는 임무는 성공시켰다. 캐스의 마음을 얻었으니.

 

 

 

뭔가를 훔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기꺼이 내어주게 만드는 거죠.




맞는 말이지만 그만큼 잔인한 말이기도 하다.

사랑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만나서 사랑하게 되었다.

아무도 그들의 사랑을 이해하지도, 축복하지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못하는 세상에서.

 

캐스는 용감히 자신의 운명을 거역한다.

왕의 청혼에 대답하는 대신 제스트를 따라 하트왕국을 떠날 결심을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거울 반대편으로 가야 했다.

거울 반대편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건 어떤 일들일까?

 

 

 

캐스는 거울 속 여자를 응시했다. 여자는 웃음이라는 표정이 애초부터 없는 것 같은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에 거울 속 여자의 입꼬리가 살며시 위로 올라갔다. 차가운 눈과 대비되어 그 웃음은 광기마저 띠었다.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이 녹아있는 하트리스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나라의 엘리스에 나오는 표현들과 상황들 인물들이 나온다. 그래서 그 이야기들의 한참 이전의 상황인 이 이야기가 그들의 모티브가 된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

그만큼 작가는 묻혀있지만 독특했던 캐릭터를 잘 살려내어 멋진 캐릭터로 완성 시켰다.

그리고 또 하나의 동화를 탄생시켰다.

 

모든 것을 버리고 사랑을 택하는 용기를 보였지만 결국 운명의 손길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캐스

금이 간 심장을 내어주고 자신이 원하던 복수를 했던 하트의 여왕



 

"저자의 목을 쳐라!"




그녀가 습관처럼 내뱉는 이 말의 의미를 알게 된다면 그것의 슬픔도 알게 될 것이다.

저 말을 내뱉을 때마다 사라진 그녀의 심장에 잘게 잘게 금이 가고 조각조각 찢겨 나가는 아픔이 있다는 것을.

텅 빈 공간에 채워진 "저자의 목을 쳐라." 는 캐스가 사라지고 남은 하트의 여왕이 자신의 잃어버린 시간을 떠올리는 유일한 기억이기 때문이다.

 

원하는 모든 것을 잃고

원하지 않은 모든 것을 얻은

하트의 여왕.

 

살인자, 순교자, 군주, 미치광이.

 

동화 속

예언은

언제나

이루어졌다.

행복하게.

 

하트리스의

예언도

이루어졌다.

잔혹하게.

 

어른들의 동화는 행복 이면의 잔혹함을 알아가야 하는 법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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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습관의 힘 - 최고의 변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제임스 클리어 지음, 이한이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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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 거의 안 읽는 나에게 도전하고 싶은 책이 왔다.

제목은 익히 들어 본 특별함 없는 거지만 저자의 이력에 마음이 갔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이런 충고들로 이루어진 게 아니어서 좋다.

 

 

이제 1만 시간의 법칙은 집어치워라!

차이는 시간이 아니라 횟수에서 만들어진다!

 

 

하루하루 작은 습관을 들이는 이야기다.

어려운 게 아닌

나를 바꿀 수 있는

아주 작고 사소한 습관을 몸에 익히는 것.

그 습관이 이자가 붙어서 돌아왔을 때 달라져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습관.

나쁜 습관은 내가 노력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내 몸에 착~ 달라붙는다.

반대로 좋은 습관은 노력해도 잘 몸에 붙지 않는다.

 

그게 다 이유가 있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그 차이를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자기계발서인데 에세이처럼 읽힌다.

저자의 시련과 적절한 예들이 책을 지겹지 않게 만들어 준다.

그래서 모처럼 끄덕끄덕하며 읽었다.

 

 

 

타고난 재능으로 야구선수가 된 저자는 훈련 중 부러진 방망이가 얼굴로 날아들어 중상을 입는다.

회복은 했지만 예전과 같지 않다는 걸 깨달은 저자는 좌절 대신 사소하게 보이는 일들을 습관으로 만들어 자신을 채워간다.

 

대학 기숙사에 들어가 2군 생활을 하면서 그는 자신의 주변을 깨끗하게 정돈하는 습관을 들인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 정갈함이 많은 걸 달라지게 한다는 걸 그는 깨닫는다.

 

 

지극히 작은 발전은 시간이 흐르면 믿지 못할 만큼 큰 차이로 나타날 수 있다.

 

습관은 복리로 작용한다.

 

습관을 변화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얻고 싶은 결과가 아니라 되고 싶은 사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습관을 유지하려면 즉각적으로 성공했다는 느낌이 필요하다.

 

 

 

책 편집이 참 잘 되었다.

 

좋은 습관을 들이는 방법과 나쁜 습관을 버리는 구체적인 방법을 쉽게 정리해주고 매 단락마다 요약을 해두어 다시 한번 읽은 내용을 정리할 수 있어 유용하다.

 

습관은 복리로 작용한다.

이 문장은 뇌리에 박혀서 지워지지 않을 거 같다.

 

습관은 시간이 아니라 반복에 의해서 완성된다.

1만 시간의 법칙은 습관엔 덜 적용되는 모양이다.

 

운동을 예로 들자면

헬스 끊어놓고 하루 이틀 가고 나면 차일피일 미루다 안 가고 만다.

그런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런 방법을 제시한다.

 

일단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헬스장에 간다.

딱 5분만 있다가 나온다.

이걸 며칠 계속하면서 헬스장에 가는 습관을 일단 들여놓는다.

 

운동을 하고 안 하고는 둘째다.

일단 헬스장에 가기까지의 습관이 우선이다.

내게 정말 절실하게 와닿는 얘기다.

그동안 버린 돈만 모았어도 세계문학전집을 몇 질 사고도 남았을 것이다.

 

 

자기계발서라 쓰고 에세이라 읽는다.

판형도 시원하고

저자가 글도 맛깔나게 써서 지루할 틈이 없다.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나쁜 습관들과 결별하지 못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것만으로 내게는 값진 시간이었다.

 

그래서 책을 읽고 오늘부터 시작한 나의 습관은.

물 마시기.

물병에 물을 채워 집안 곳곳에 두고

눈에 띌 때마다 물을 한 모금이라도 마시는 거다.

물 마시기가 습관이 되어 하루 8잔의 물을 매일 마시는 것이 나의 목표다.

지켜지기를!!!

 

 

한 번쯤 읽어보고 습관을 점검하기에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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