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리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프리퀄
마리사 마이어 지음, 김지선 옮김 / 에이치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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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은 그렇게 결정된 대로만 나아가는 걸까?

 

빵을 잘 굽는 소녀 캐서린 핑거튼.

장차 자신만의 베이커리를 운영하며 하트 왕국에서 제일 가는 제빵사가 되는 게 소원인 캐서린.

그녀는 하녀이자 친구인 메리 앤과 미래를 꿈꾸며 그날 저녁 무도회에서 왕의 디저트로 바칠 레몬 타르트를 만든다.

밤사이 꿈속에서 그녀의 침대 기둥으로부터 자라난 나무에서 딴 레몬으로 만든 타르트.

그녀가 분명 하트 왕국의 제일 가는 제빵사라는 걸 그 누구도 의심치 않을 것이다.

그녀의 부모조차도...

 

 

하지만 운명은 그녀가 제빵사가 되기보다는 여왕이 되기를 갈망했다.

그것도 아주 차갑고 살벌한 여왕이 되기를...

 

 

마리사 마이어의 신간 하트리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프리퀄로 주인공 앨리스가 아닌 하트의 여왕을 주인공으로 한 특별한 이야기다.

마리사 마이어는 루나크로니클 시리즈로 주목받은 작가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어릴 적 동화 속 주인공을 새롭게 해석한 이야기로 알려져 있다.

 

 

하트리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하트의 여왕이 여왕이 되기 전 그녀의 숨겨진 이야기를 풀어낸 이야기다.

꿈 많고 다정했던 소녀가 왜 그렇게 못되고 차가운 여왕이 되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운명이란 예측하기도 어렵지만 거부하기도 어렵다는 걸 다시 깨닫게 된다.

 

참으로 기묘했다. 비밀로 해야 한다는 이 본능적 충동은 어째서일까. 캐스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메리 앤에게 뭔가를 숨긴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그 장미는 마치 속삭임처럼, 사람들로 붐비는 방 건너편에서 말없이 쳐다보는 시선처럼 느껴졌다. 뭔가 소중하고, 뭔가 혼자서만 알아야 할 것 같고, 현실주의자인 메리 앤이 이해해주지 않을 거라고 여겨지는 것.



운명은 캐스를 하트의 여왕으로 만들 준비를 착실하게 하고 있었고, 그녀의 심장을 조이기 위한 특별 장치도 남겨두었다.

왕이 주최한 무도회 날 캐스는 왕의 청혼을 피하려 도망치다 왕의 어릿광대 제스트를 만난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에게 반하게 된다.

제스트는 캐스의 꿈속에 나타난 사람이었고, 캐스는 그것을 운명으로 여겼다.

제스트와 캐스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 그날 하트의 왕국은 제버워크의 등장으로 위기에 빠진다.

 

캐스는 메리 앤과 오랫동안 꿈꿔왔던 빵집을 열게 될까?

아니면 하트의 여왕이 되어 왕국을 공포로 다스릴까?

아니면 제스트와 사랑의 도피를 하게 될까?

그리고 하트의 왕국은 전설 속 괴물 제버워크의 공격으로부터 어떻게 벗어나게 될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어릴 때 그림책으로만 읽고, 어른이 되어서는 영화로만 보았다.

그래서 영화 속 하트의 여왕이 각인되어 이 하트리스의 이야기가 처음엔 잘 느껴지지 않았다.

뭔가 정신없는 거 같고, 마법과 비현실이 가득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초반부의 익숙하지 않은 표현들을 인내하다 보면 이 이야기의 참맛으로 이끌려간다.

전설 속의 동물인 제버워크가 나타나서 사람들을 공격하지만 무능한 왕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캐스는 왕의 청혼을 물리치고 어떻게 하면 베이커리를 열지 고심하며 어느새 맘속에 자리 잡은 제스트와의 미래를 꿈꾼다.

하지만 그녀의 부모님은 집요하게 그녀에게 왕의 청혼을 받아들이길 권하고, 제스트 역시 그녀에게 여왕이 되기를 은근히 권한다.

 

 

저는 당신의 심장을 훔치려고 여기 왔어요.



 

캐스를 사랑하게 된 제스트는 자신의 신분과 임무를 고백한다.

체스국의 록이었던 제스트는 흰 여왕의 명령으로 하트여왕의 심장을 훔치려고 이곳에 보내진 첩자였다.

어떤 의미에서 그는 임무는 성공시켰다. 캐스의 마음을 얻었으니.

 

 

 

뭔가를 훔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기꺼이 내어주게 만드는 거죠.




맞는 말이지만 그만큼 잔인한 말이기도 하다.

사랑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만나서 사랑하게 되었다.

아무도 그들의 사랑을 이해하지도, 축복하지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못하는 세상에서.

 

캐스는 용감히 자신의 운명을 거역한다.

왕의 청혼에 대답하는 대신 제스트를 따라 하트왕국을 떠날 결심을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거울 반대편으로 가야 했다.

거울 반대편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건 어떤 일들일까?

 

 

 

캐스는 거울 속 여자를 응시했다. 여자는 웃음이라는 표정이 애초부터 없는 것 같은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에 거울 속 여자의 입꼬리가 살며시 위로 올라갔다. 차가운 눈과 대비되어 그 웃음은 광기마저 띠었다.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이 녹아있는 하트리스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나라의 엘리스에 나오는 표현들과 상황들 인물들이 나온다. 그래서 그 이야기들의 한참 이전의 상황인 이 이야기가 그들의 모티브가 된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

그만큼 작가는 묻혀있지만 독특했던 캐릭터를 잘 살려내어 멋진 캐릭터로 완성 시켰다.

그리고 또 하나의 동화를 탄생시켰다.

 

모든 것을 버리고 사랑을 택하는 용기를 보였지만 결국 운명의 손길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캐스

금이 간 심장을 내어주고 자신이 원하던 복수를 했던 하트의 여왕



 

"저자의 목을 쳐라!"




그녀가 습관처럼 내뱉는 이 말의 의미를 알게 된다면 그것의 슬픔도 알게 될 것이다.

저 말을 내뱉을 때마다 사라진 그녀의 심장에 잘게 잘게 금이 가고 조각조각 찢겨 나가는 아픔이 있다는 것을.

텅 빈 공간에 채워진 "저자의 목을 쳐라." 는 캐스가 사라지고 남은 하트의 여왕이 자신의 잃어버린 시간을 떠올리는 유일한 기억이기 때문이다.

 

원하는 모든 것을 잃고

원하지 않은 모든 것을 얻은

하트의 여왕.

 

살인자, 순교자, 군주, 미치광이.

 

동화 속

예언은

언제나

이루어졌다.

행복하게.

 

하트리스의

예언도

이루어졌다.

잔혹하게.

 

어른들의 동화는 행복 이면의 잔혹함을 알아가야 하는 법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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