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적인 연쇄 살인사건을 다룬 잔혹 미스테리리 수사극 '인형의 정원'은 '반가운 살인자', '남편을 죽이는 서른 가지 방법' 등 한국적인 추리소설을 선보여온 추리 전문 작가 서미애가 수년간의 현장 취재와 치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완성한 첫 장편소설입니다. 연쇄 살인범을 쫓는 형사들의 수사 과정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인기 뉴스 앵커우먼이 살해된 며칠 후 서울시경 강력반에 여자의 잘린 머리가 배달됩니다. 서울 서부지역에서 부녀자 연쇄살인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형사들은 잔인한 연쇄 살인범을 잡기 위해 대책반을 구성합니다. 8년 전 사건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강 형사는 이 사건이 자신과 어떤 관련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독자적인 수사에 나서게 됩니다.
 

'인형의 정원'은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범과 그를 뒤쫓는 형사들의 수사 과정이 긴박하게 펼쳐집니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게 하는 구성과 인물들의 절묘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또한 작가는 자신의 욕망을 실행에 옮기는 사이코패스 범인, 동료의 죽음을 슬퍼하는 대신 후임 앵커자리를 노리는 방송국 동료들, 형사들의 속물적인 모습 등을 대비시키며 인간의 모습을 한 가짜 인간들, 즉 '인형'들의 허울을 들춰내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연쇄 살인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과정을 실감나게 풀어놓으면서 연쇄 살인범이라는 괴물을 만들어낸 우리 사회의 문제점과 그런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범죄를 그저 남의 불행이나 자극적인 이슈로만 여기는 우리의 모습에 일침을 가하며 우리 역시 언젠가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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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일가족을 잔인하게 살해한 가운데 갓난아기만 눈에 띄지 않게 집을 빠져 나와 목숨을 건집니다. 아기는 침대에서 기어내려와 계단을 타고 집 밖으로 나가 공동묘지로 아장아장 걸어들어갑니다. 그날 밤 묘지의 유령들은 열띤 토론 끝에 아기를 가족으로 받아들여 키우기로 결정하고 아기에게 노바디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노바디는 '사람들의 눈앞에서 서서히 사라지기', '사람들의 꿈에 나타나기 등 묘지의 특권을 부여받고 유령들의 사랑과 관심 속에 무럭무럭 성장합니다. 노바디에게 묘지는 안전한 집, 묘지 밖 살아있는 사람들의 세상은 위험천만한 곳이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묘지의 금기를 깨고 바깥세상에 나갔다가 암살자 잭과 마주치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작품 속에서 묘지 밖 세상은 허위와 가식, 그리고 위험이 가득한 비정한 세계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반면에 삶을 끝낸 사람들이 모여 사는 묘지는 안전하고 편안하며 정이 넘치는 공간입니다. 이러한 역설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 작품을 관통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눈으로 항상 현실, 현재, 삶만 바라보고 살아가야 손해 보지 않고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우리에게 죽음도 우리 세계의 아름다운 일부라는 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보드는 두 눈을 크게 뜨고 가슴을 활짝 편 채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닐 게이먼은 타고난 유머와 재치로 또 하나의 명작, '그레이브야드 북'을 탄생시켰습니다. 독자들은 보드와 묘지 주민들을 좋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보드가 시신을 먹고 사는 구울들을 만나 위험에 빠졌다가 탈출하는 장면은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사일러스가 묘지를 떠나 있을 동안 그를 대신해서 아기의 보호자 역할을 하는 루페스쿠 선생님은 엄격하고 음식솜씨가 서투르지만 죽을 때까지 아기의 보호자 역할을 해냅니다. 작품의 결말은 만족스럽지만 후속편의 필요성을 생각하게 합니다.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은 작가가 머지않은 장래에 후속편을 가지고 돌아와 주길 열렬히 바라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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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은 요코미조 세이시상을 수상하며 일본 문단의 주목을 받은 시바타 요시키의 연작 소설집입다. 검은 고양이 쇼타로는 미스터리 작가인 사쿠라가와 히토미와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로 게으르고 고집 센 반려묘인 동시에 인간의 삶을 거만하게 지켜보며 사건을 해결해가는 탐정입니다. 이 작품은 고양이 쇼타로가 동거인이자 소설가인 사쿠라가와 히토미가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탐정 고양이 쇼타로가 해결하는 사건들은 인간 사회에서 벌어지는 예측 불허의 각종 사기사건, 절도사건, 유괴사건, 살인사건 등으로 다양합니다. 작가는 단순히 고양이가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고양이가 좋아하는 음식, 고양이의 습성·행동양식 등 고양이에 대한 정확인 이해를 바탕으로 고양이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새로운 형태의 추리소설과의 만남은 물론 인간을 사랑하는 동물들과 상처 입은 인간을 보듬어 안는 섬세한 심리묘사 그리고 미스테리적 반전이 가져다주는 재미도 담고 있습니다.

이름 : 쇼타로
별명 : 쿠로, 타마, 쇼 짱
종류 : 페르시아 잡종
털 색깔 : 검은 털과 약간의 흰 털
동거인 : 사쿠라가와 히토미(가난한 미스터리 작가)
주소 : 간사이 지방의 비와 호 근교
친한 강아지 : 사스케(차우차우 잡종)
특기 : 추리하기

  


'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은 게으르고 고집 센 반려묘인 동시에 인간의 삶을 거만하게 지켜보며 사건을 해결해가는 탐정 고양이 '쇼타로'의 이중적 생활을 그리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쇼타로와 동거인이자 소설가인 사쿠라가와 히토미가 함께 사건을 해결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2001년 일본에서 처음 소개된 이후 순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를 허물고 독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으며 이에 화답하듯 저자는 평소에 "가장 아끼는 작품"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출간한 연작 소설집 네 권을 포함하여 장편소설 '유키노 산장의 참극―고양이 탐정 쇼타로 등장', '사라지는 밀실의 살인―고양이 탐정 쇼타로 상경'까지 총 여섯 작품이 일본에서 출간된 상태입니다.

  


각각의 에피소드가 구성되어 있는 '고양이 쇼타로' 시리즈는 그 자체의 이야기만으로도 전혀 부족함이 없습니다. 고양이의 시점으로 사람을 바라보기도 하고 사람의 시점으로 고양이를 바라보기도 하며 재치 넘치는 유머, 역발상적인 과시로 고양이라는 매혹적인 캐릭터를 십분 되살려내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본격추리 스타일로, 때로는 서스펜스 스타일로 다양한 인간군상의 이야기들을 유쾌하고 가볍게 풀어나가는 만큼 본격추리라도 무겁지 않고 서스펜스라도 어둡지 않아 추리 미스테리를 부담스러워하는 독자들도 가볍게 읽을 수 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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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이후 '문창과 글쓰기'의 시대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일간지 신춘문예와 각종 문예지 신인상을 휩쓴 작가 대부분이 문예창작과 출신이었습니다. 한국 문단의 튼튼한 줄기를 이뤘고 높은 평가도 받았습니다. 특히 대학 과정에서의 집중적인 글쓰기 훈련으로 갖춰진 문체 미학의 위력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학적 성과가 크지만 내면 심리에 몰두하는 폐쇄적인 글쓰기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주목받는 작가 중 이른바 '아웃사이더'의 존재감이 큽니다. 문단 글쓰기의 울타리를 넘어서는 젊은 아웃사이더 작가들입니다. 문학적 고민의 대상으로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밑바닥 인생을 쓰기도 하고 기성 문단이 둘러쳤던 시공간의 경계를 가뿐히 넘어서기도 합니다. 기성 문단의 눈으로 보면 '아웃사이더'인 이들이 한국 문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입니다.

 

연작소설 '타워'와 소설집 '안녕, 인공존재!'의 작가 배명훈은 '문단 바깥에서 태어난 소설가'로 유명합니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이 작가는 가상도시를 배경으로 삼은 '타워' 등 방외로 취급받는 이른바 장르소설을 썼지만 순문학 출판사인 문학동네가 주최한 제1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습니다. 평론가 신형철 씨는 "좋은 작가를 발굴 소개하여 앞선 안목을 과시해야 할 평론가와 좋은 작가가 있다면 문단 바깥이 아니라 대기권 바깥이라도 찾아 나설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출판사들이 게을렀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라면서 "상상력은 기발한데 문장은 단정하고 박학다식이 어지간한데 스토리는 명쾌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올해 오늘의작가상 수상작인 '제리'는 2년제 야간대학의 학생과 호스트바에서 일하는 남자의 희망 없는 날들을 이야기한 장편소설입니다. 작가가 되기 전 요가 강사로 밥벌이를 하던 저자 김혜나가 공고를 졸업하고 되는 대로 살았던 때를 소설로 쓴 것입니다. 평론가 강유정 씨는 "기성 문학에서 괄호에 묶어놓았던, 등장인물로 쓸 수 있으리라고 생각도 못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쓴 것"이라면서 "그야말로 '신하류층'으로 부를 만한 이들을 쓰면서도 스스로를 피해자로 보는 게 아니라 감정을 절제하면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게 구별되는 지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여타의 작가들이 숱하게 보여준 "연민, 공감, 멜랑콜리와 애도로 특징지어지는 20대의 주류문화와 다르게 쓰였다"는 것입니다. 이 소설은 출간 3주 만에 2만 부가 팔리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또한 올여름 장편 '유니콘'을 출간하는 작가 조현 역시, 200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을 때 '행정학과 졸업, 현직 교직원'이라는 이력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의 소설이었습니다. 인류가 멸망한 2133년, T S 엘리엇의 시를 주제로 사이보그 학술대회가 열린다는 과학소설로 순문학의 보루로 여겨졌던 신춘문예의 벽을 넘은 것입니다. 문예지의 청탁, 장편 계약이 이어질 만큼 기성 문단이 이 작가를 주목했던 것입니다.


이 밖에 장편 '고래', '고령화 가족' 등 야전군 스타일의 이야기 방식으로 문단의 중심부에 단단하게 자리 잡은 작가 천명관, 소설 '천하무적 불량야구단'을 쓴 목사 출신 주원규와 단편 '같이 밥 먹을래요?' 등으로 주목받는 발레리나 출신 하재영도 관심을 받는 작가들입니다.


출처: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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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색채의 전기소설부터 미스테리, 시대소설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독특한 역사 감각과 요염하고 탐미적인 작품을 선보여 온 미나가와 히로코의 '죽음의 샘'은 제32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수상작입니다. 동양인 작가로서는 드물게 제2차 세계대전하의 독일을 배경으로 한 나치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는데 진중하고 탐미적인 분위기, 치밀한 고증이 돋보이는 작품이며 신화, 인종, 가족, 예술에 대한 작가의 놀라운 식견과 폭 넓은 세계관이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죽음의 샘'의 또 다른 매력은 '책 속의 책'이라는 독특한 설정입니다. 이 작품은 미나가와 히로코의 순수 창작품이지만 가상의 독일인 귄터 폰 퓌어스텐베르크라는 인물이 지어낸 것처럼 첫 장면을 시작해 '독일 문학의 일본 번역서'의 형태를 띠고 있는 점도 출간 당시 화제가 되었습니다. 작품 속의 작품이라는 묘한 형식은 단순한 구성이라기보다 또 하나의 장치적 요소로 작용하며 독자에게 놀라울 만한 반전을 가져다줍니다. 일본인이 그려낸 나치 독일의 이야기지만 독일 문학을 읽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다분히 착각이라고 볼 수만은 없는 작가의 능력일 것입니다.


미나가와 히로코는 '나오키상',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시바타 렌자부로상',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등 일본의 대표적인 상들을 모두 거머쥔 일본의 대표 작가입니다. 환상적인 색채의 전기소설부터 미스테리, 시대소설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독특한 역사 감각과 요염하고 탐미적인 작품으로 일본의 많은 독자들을 환상의 세계로 끌어들였는데 특히 '죽음의 샘'은 작가에게 '환상 미스테리의 대가'라는 수식어를 안겨준 대표작입니다.


이 작품은 작가가 1970년대부터 구상, 완벽한 구성을 위해 10년이라는 세월을 투자했으며 작품의 리얼리티 확보를 위해 독일에 직접 가서 취재를 했을 만큼 큰 공을 들였습니다. 책은 기자, 평론가의 찬사는 물론, 출간 당시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미 일본 유수의 문학상을 섭렵한 작가이지만 미나가와 히로코는 '죽음의 샘'으로 '주간문춘 미스테리 베스트 10' 1위,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수상, '이 미스테리가 대단하다' 3위를 차지하며 다시 한 번 독자들의 머릿속에 강렬하게 각인되었습니다.


20세기에 부활한 카스트라토의 마력을 지닌 노래, 소름끼치는 인체실험에 의해 만들어진 성숙한 10세 소녀, 오래된 성의 지하에서 펼쳐진 아름다운 명화 등이 빚어내는 미와 악, 그리고 사랑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또한 나치의 광기가 엄습해오는 세계에서 퇴폐적인 분위기가 장대한 복수의 이야기에 색을 입혀 책장을 펼치는 순간 꿈과 현실이 교차하며 역사적 고증과 함께 신화, 예술까지 아우르는 환상적 분위기를 만끽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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