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일가족을 잔인하게 살해한 가운데 갓난아기만 눈에 띄지 않게 집을 빠져 나와 목숨을 건집니다. 아기는 침대에서 기어내려와 계단을 타고 집 밖으로 나가 공동묘지로 아장아장 걸어들어갑니다. 그날 밤 묘지의 유령들은 열띤 토론 끝에 아기를 가족으로 받아들여 키우기로 결정하고 아기에게 노바디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노바디는 '사람들의 눈앞에서 서서히 사라지기', '사람들의 꿈에 나타나기 등 묘지의 특권을 부여받고 유령들의 사랑과 관심 속에 무럭무럭 성장합니다. 노바디에게 묘지는 안전한 집, 묘지 밖 살아있는 사람들의 세상은 위험천만한 곳이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묘지의 금기를 깨고 바깥세상에 나갔다가 암살자 잭과 마주치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작품 속에서 묘지 밖 세상은 허위와 가식, 그리고 위험이 가득한 비정한 세계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반면에 삶을 끝낸 사람들이 모여 사는 묘지는 안전하고 편안하며 정이 넘치는 공간입니다. 이러한 역설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 작품을 관통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눈으로 항상 현실, 현재, 삶만 바라보고 살아가야 손해 보지 않고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우리에게 죽음도 우리 세계의 아름다운 일부라는 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보드는 두 눈을 크게 뜨고 가슴을 활짝 편 채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닐 게이먼은 타고난 유머와 재치로 또 하나의 명작, '그레이브야드 북'을 탄생시켰습니다. 독자들은 보드와 묘지 주민들을 좋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보드가 시신을 먹고 사는 구울들을 만나 위험에 빠졌다가 탈출하는 장면은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사일러스가 묘지를 떠나 있을 동안 그를 대신해서 아기의 보호자 역할을 하는 루페스쿠 선생님은 엄격하고 음식솜씨가 서투르지만 죽을 때까지 아기의 보호자 역할을 해냅니다. 작품의 결말은 만족스럽지만 후속편의 필요성을 생각하게 합니다.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은 작가가 머지않은 장래에 후속편을 가지고 돌아와 주길 열렬히 바라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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